지방시: 레이스와 깃털로 재탄생한 미국 서부 스타일
늘씬하고 깔끔한 실루엣에 정교한 수공예를 더한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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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뜨 꾸뛰르 작품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이번 시즌 역시 소재부터 스티칭까지,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 쇼 피스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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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Givenchy)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토 티시(Riccardo Tisci)는 클래식한 스타일에 모던함과 때로는 고딕한 스타일을 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번 오뜨 꾸뛰르 컬렉션 드레스에 무려 87가지의 레이스를 사용했다고 내게 말했을 때 굉장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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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주문한 여러 가지 레이스들을 섞어서 옷을 만들어요. 이 다양한 레이스를 한 벌의 옷으로 만들기까지 아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그는 언뜻 보기에 우아하면서 심플해 보이는 이브닝 드레스를 설명했다.
우리는 파리의 퐁테뉴 가에 위치한 지방시 쇼룸에서 센느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은 두 줄의 마네킹으로 채워져 있어 모든 옷을 다양한 각도에서는 물론, 수탉과 타조 깃털부터 반짝이는 크리스탈 장식이 들어간 오간자 디테일까지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옷들이 몸을 어떻게 감싸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저에게 꾸뛰르란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죠.” 리카르도 티시는 지방시 멘즈웨어 쇼에서 여성복을 선보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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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의 테마는 미국 서부 스타일. 하이넥의 늘씬한 드레스부터 소박한 체크무늬까지 모두 오뜨 꾸뛰르로 재해석되었다.
“이건 제가 옷을 만드는 로맨틱하고 섬세한 방식이에요. 첫 번째 드레스는 그물망을 이용해 슬림한 실루엣을 만든 거에요. 이 드레스 중 대부분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을 수 있죠. 소매단을 끌어내려 빅토리아풍으로 입을 수 있고, 셔츠처럼 편안하게도 입을 수 있어요. 케이프 소매로 된 에이프런 드레스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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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트리 뮤직” 느낌의 드레스들은 가죽 술과 인터레이싱 장식이 들어간, 상대적으로 남성스러운 옷들과 함께 등장했다. 우아한 승마복의 느낌이 나는 옷들은 충분히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리카르도가 말하기를, 이번 컬렉션의 중요 포인트는 그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깃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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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분홍색 드레스에 달린 깃털 장식은 날개처럼 어깨를 감싸며, 아름다운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슬림한 보디스 아래에는 풍성한 타조 깃털 장식이 들어갔다. 또 다른 드레스는 수탉, 타조, 분홍색 새의 깃털로 장식된 투명 튤로 만들어졌으며 아래에는 레이스로 된 점프수트가 입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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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많은 스타들의 레드 카펫 룩을 담당하는 그에게 클라이언트가 누군지 물어봤다.
“연예인도 물론 많지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콜렉터들이에요. 미셸 오바마와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미국적인, 새로운 고객층이 생긴 것 같아요. 영부인에게 옷을 입히면 많은 주목을 받게 되죠.”
지방시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이 딱딱한 마네킹에 전시되어 속상했다. 아무리 계획적이고 멋지게 옷을 전시했다고 해도, 사람이 직접 입은 모습을 보는 것만큼 옷의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본 옷 한벌은 길고 슬림했으며, 드레스 전체가 반짝거리는 검정 쇳조각과 크리스탈로 만들어져 있었다. 리카르도가 설명하길, 자신이 1999년도에 졸업했던 런던의 패션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했던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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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마틴스에 다니던 시절, 낭만적인 소재에 푹 빠졌었어요. 이번 컬렉션에는 쉬폰으로 시작한 후 데님도 사용해, 이 패턴을 계속 반복했어요. 모두 오간자와 은색 실로 자수 장식이 들어가있죠. 이 드레스는 저를 굉장히 뿌듯하게 한답니다.”
창의성과 예술성 가득했던 이번 컬렉션은 21세기에도 오뜨 꾸뛰르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지방시가리카르도의 컬렉션을 쇼로 선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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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
- COURTESY OF GIVENC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