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Belgium Wit

2018.11.02

Belgium Wit

박준우가 서촌에 이어 연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1층에는 베이커리 카페 ‘오트뤼’가, 2층에는 벨기에 감성이 가미된 프렌치 퀴진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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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르 에고의 코스 메뉴는 세분화되어 있다. 저녁에는 8코스의 ‘클래식’(10만원)을 중심으로 가짓수에 따라 네 종류가 마련된다. 런치 코스도 아뮤즈부터 디저트까지 다섯 가지 메뉴로 구성된 클래식(3만8,000원)을 중심으로 세분화된다.

왜 연희동인가요?
청담동과 신사동, 연희동을 둘러봤는데, 여기가 신축이고 공간 구조가 마음에 들었어요. 근처 대학의 관계자들, 동네 뿌리 깊은 분들이 찾아와주리라 생각했죠.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는 ‘또 다른 자아’, 카페 오트뤼는 ‘타인’이란 뜻이네요.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요. ‘타인’은 나랑은 상관없는 남이라는 뜻이지만, 나와 네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단어잖아요. 그런 의미가 재미있었어요. ‘또 다른 자아’는 저를 빗댔어요. 대학에서 문학을 하다가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나와서 요리 방송도 하고, 글 쓸 테니 셰프라 부르지 말라 해놓고 식당까지 냈죠.

알테르 에고는 박준우의 또 다른 자아인 거네요.
레스토랑의 음식과도 관계가 있어요. 간판을 보면 알테르 에고 밑에 퀴진 프랑세즈(Cuisine Francaise)라고 써 있어요. 기본 베이스는 프렌치지만 다른 이면을 포함하죠. 10여 년간 벨기에 생활을 했기에 자연스럽게 벨기에 뉘앙스가 가미됐어요.

알테르 에고의 컨셉은 벨기에 감성이 가미된 정통 프렌치라고 할 수 있나요?
유럽과 클래식, 위트라는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어요. 절대 컨템퍼러리 퀴진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요즘엔 너무 다 컨템퍼러리, 네오 비스트로여서 재미가 없어요. 클래식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벨기에에는 ‘퀴진 프랑코 벨지(Cuisine Franco Belge)’가 정통적으로 있어왔어요. 직역하면 벨기에식 프랑스 요리죠. 어찌 보면 한국에서 하는 프랑스 요리는 ‘퀴진 프랑코 꼬레’죠. 한국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를 프랑스 요리에 쓸 테니까요. 벨기에도 옆 동네 프랑스 요리를 하지만 벨기에 감성을 녹이는 요리를 선보여왔어요. 유럽에선 자주 볼 수 있는데 한국에는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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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표 메뉴를 소개한다면요?
벨기에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담 블랑슈를 모던하게 풀어냈어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시럽과 샹티 크림을 얹어 볼에 담아냈죠. 또 벨기에 홍합 요리가 유명한데, 일반적인 소스보다 조금 되직한 홍합 크렘이란 소스를 만들어서 프랑스의 클래식한 레시피로 만든 새우 크넬에 곁들였죠. 이제 봄 메뉴를 개발해야죠.

메뉴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레스토랑의 겨울 메뉴를 잡는 데 보름 동안 엄청난 회의를 했어요. 컨셉을 잡고 메뉴를 짜고 테이스팅까지 셰프들과 함께 하죠. 특히 2층의 이철우 총괄 셰프는 오쁘띠베르, 오그랑베르 때부터 함께해왔어요. 제가 생각하는 요리사의 기본 덕목을 갖춘 친구예요. 첫째는 ‘좋은 재료를 알아야 한다’. 이건 다른 미식 칼럼니스트들도 할 수 있는 거겠죠. 둘째는 ‘좋은 재료를 잘 수급해야 한다’. 이철우 셰프는 둘 다 잘해내고 있죠.

이철우 셰프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1에 나왔던 박성호를 통해 몇 번 만났어요. 제가 레스토랑을 시작하면서 러브콜을 했고 벌써 2년째 함께해오고 있네요.

각종 타르트와 케이크를 커피 혹은 하우스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카페 오트뤼.

각종 타르트와 케이크를 커피 혹은 하우스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카페 오트뤼.

봄 메뉴의 전체 컨셉은 무엇인가요?
어느 셰프든 당연히 제철 재료를 쓰고 싶을거예요. 저희도 유럽의 대표적인 봄철 재료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해 앙트레를 만들어요. 또 유럽에선 봄에 어린 양을 많이 먹어요. 어린 양에 깍지콩이나 완두콩을 곁들여내고, 지중해풍의 주꾸미 요리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디저트는 역시 봄에 나는 루바브를 활용할 거예요. 한국과 중국에선 한약재로 많이 쓰이던데, 저는 딸기와 루바브 콩포트를 타르트에 올리면 어떨까 해요.

알테르 에고가 어떤 풍경의 레스토랑이 됐으면 하나요?
오쁘띠베르 때부터 비슷한 질문이 나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글 쓰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내가 쓰는 문장이지만 한번 출판이 되고 독자 손에 넘어가면 해석은 그들의 몫이다.” 제가 하고 싶은 바는 정말 간단해요. 유럽 요리를 하고 싶고, 인테리어는 모던과 클래식이 공존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저 자신이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각종 타르트와 케이크를 커피 혹은 하우스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카페 오트뤼.

어떤 재미요?
음식에 위트를 가미하고, 그게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면 재밌을 거 같아요. 결국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손님들이 결정해요. 술 마시다 왁자지껄해지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철학적인 얘기를 나눠도 좋겠죠. “음식에 임팩트가 없어, 다시 안 올래” 하는 결정도 받아들일 거예요. 그들이 결정한 거니까요.

‘쿨’하네요.
그런 거에 신경 쓰면 생크림을 잔뜩 넣은 카르보나라나 다시다 잔뜩 넣은 부대찌개밖에 못할 거예요. 모든 사람이 수긍하는 간과 가격의 요리는 굉장히 한정적이거든요. 사람도, 요리도 캐릭터가 있어야 좋아요.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캐릭터뿐 아니라 소심한 사람, 활기찬 사람, 다 각자의 캐릭터가 있는데, 그걸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한우 채끝 스테이크에 오렌지 엔다이브, 돼지감자 퓌레와 칩, 브뤼셀 스프라우트 퓌레를 곁들여냈다.

한우 채끝 스테이크에 오렌지 엔다이브, 돼지감자 퓌레와 칩, 브뤼셀 스프라우트 퓌레를 곁들여냈다.

인테리어는 클래식과 모던의 공존을 바랐는데, 만족스럽게 나왔나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종완 소장이 참여했죠.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소개받았어요. 반클리프 아펠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한 회사에 다녔고, 한국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었다가 독립했다고요. 1층은 좀더 캐주얼하고 블링블링하게, 2층은 좀더 파인다이닝 느낌으로 완성됐죠. 가구와 그릇도 거의 자체 제작했어요.

이곳도 미슐랭 스타가 꿈인가요?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셰프들끼리도 ‘친미슐랭파’가 있고, ‘뭣도 아니지파’가 있어요. 하지만 미슐랭이든 블루리본이든 일단 점수는 잘 받고 싶죠.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 중 일부가 사진 촬영에 있어 박물관보다 더 강경하다는 기사를 봤어요. 다른 손님의 프라이버시 및 식사할 권리, 셰프의 창작권 침해를 이유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셰프들이 있죠. 어떤 입장인가요?
허가하든 안 하든 셰프들의 선택이죠. 셰프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은 레스토랑에 갈 거고 싫으면 안 가겠죠. 저는 손님들이 사진을 찍든 말든 자기 선택이라는 주의예요. 사탕의 포장지를 뜯는 것조차 인생이죠. 개인의 선택이오. 사진을 찍다 식은 음식을 먹는 것도 감안한다는 거잖아요. 다만 그렇게 사진을 찍어놓고 “음식이 차가워서 먹을 수 없더라”는 컴플레인을 한다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고요.

요즘 레스토랑 흥행에 인스타그램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직원들이 단독 계정을 만들어달라더니 자기들이 많이 올리더라고요. (웃음)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LEE YOON 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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