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저녁, 일본 교토 교외의 미호 박물관에서 열린 루이 비통 2018년 크루즈 컬렉션.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투명 피라미드와 홍콩의 뱅크 오브 차이나 빌딩으로 유명한 건축가 IM 페이가 지은 이 건물은 일본의 전통과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고집하는 미래를 조화롭게 보여주기에 완벽한 장소. 일본 여배우 릴라 후쿠시마가 문을 열고 한국의 배두나가 클로징을 맡은 이 쇼는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파워, 제스키에르의 비전, 그리고 아름다운 무대가 돋보였다.
교토 현지에서 쇼를 참석한 이부터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지켜본 이까지 빼놓지 않고 언급한 건 아름다운 음악. 피날레를 장식한 로빈(Robyn)의 “Indestructible(The Black Madonna Remix)”도 매력적이었지만, 특히 인상적인 건 쇼의 시작을 맡은 프랑스 듀오 더 블레이즈(The Blaze)의 음악, “Territory”.
사촌 사이인 조나단 알릭(Jonathan Alric)과 기욤 알릭(Guillaume Alric)이 함께 하는 더 블레이즈의 음악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덥 비트에 따스함을 더했지만, 귀를 때리는 퍼커션과 교묘히 비틀어낸 보컬을 함께 녹여냈다. 영화를 공부한 조나단이 공들여 만드는 뮤직 비디오 역시 인상적이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 항구를 배경으로 한 “Territory”의 뮤직 비디오 속에는 젊은 아랍 청년의 문화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 등이 모두 담겨 있다.
그들의 시작은 1년 전 공개했던 노래 “Virile”의 뮤직 비디오. “음악과 비주얼의 퓨전입니다. 우리는 음악으로 시작할 때도 있고, 비주얼로 시작할 때도 있습니다. 아주 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한 인터뷰에서 기욤은 음악만큼 뮤직 비디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젊음’을 강조하고 싶다는 이 듀오의 음악은 이제 막 발표된 ‘Territory’ EP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지금 새로운 뮤직 비디오를 촬영 중이며, 6월부터 프랑스 곳곳에서 첫 번째 라이브 쇼를 가질 예정. 에어와 대프트 펑크 뒤를 이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듀오 밴드로 떠오를 수 있을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