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Past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밀라노 근처의 이 아름다운 주택을 차기작의 배경으로 삼았다. 그는 새 영화를 위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아함의 모든 요소를 이 가정집 안에 재창조했다.
![2016_06_17_AD_ALEXIS_MILAN_050_019](https://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1826501612-1024x686.jpg)
오래된 페르시안 카펫, 중국 자수 장식 실크 패널, 18세기 거울과 원래부터 집에 있던 그랜드피아노로 이야기와 스타일을 결합한 거실 공간. 문 바깥쪽에 보이는 건 진행 중인 촬영 도구.
마치 1980년대의 폴라로이드 스냅 샷처럼, 밀라노 근처에 위치한 아름다운 17세기 맨션은 꿈결같이 흐릿하고 아주 오래된 듯한 부드러운 이미지를 자아낸다. 거실에는 인도 사라사 천을 씌운 작은 테이블 옆 낡은 소파 위에 오래된 책이 쌓여 있고 아들의 방에서는 워크맨에서 듀란듀란 테이프가 길게 늘어진 소리가 새어 나온다.
![데다르사의 자작나무 껍질 패턴의 실크를 바른 서재의 벽감. 아름다운 카메오 컬렉션과 정교한 거울로 그 안을 채웠다.](https://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182693f227-683x1024.jpg)
데다르사의 자작나무 껍질 패턴의 실크를 바른 서재의 벽감. 아름다운 카메오 컬렉션과 정교한 거울로 그 안을 채웠다.
가족이 사는 집의 매력이 흐르는 이 장소는 몇 대에 걸쳐 모이고 쌓인 오브제로 이런 우아함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 풍경의 요소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자신의 새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위해 모은 것들이다. 안드레 애치먼 원작 소설의 이 작품은 어느 여름 10대 소년과 한 젊은이의 순정적인 사랑을 다룬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2009년 작품 <아이 엠 러브>에서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Piero Portaluppi)가 설계한 빌라 네키를 배경으로 우아한 공간을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에도 밀라노 외곽의 낡은 맨션에서 지나간 환상에 대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19세기 장식 패널 아래 제국주의 시대 소파 위에는 잊혀진 듯한 오래된 책들이 모여 있다.](https://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1825fd5c2b-684x1024.jpg)
19세기 장식 패널 아래 제국주의 시대 소파 위에는 잊혀진 듯한 오래된 책들이 모여 있다.
루키노 비스콘티 이후로 이탈리아 영화는 더 이상 사람들을 정제된 이미지에 길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밀라노에서 1시간 떨어진, 나무가 우거진 숲 가운데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우리를 다시금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끌어들인다. “소설처럼 영화 역시 1980년대에 다시 부흥했습니다.” 감독은 설명했다. “나는 오늘날과 달리 성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보다 불분명하던 시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현대의 동성애 문화와는 거리가 먼 어떤 것이죠. 그래서 내 영화의 프레임은 의도적으로 시대를 초월합니다.”
![홀의 소파에 앉아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https://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18253b070b-684x1024.jpg)
홀의 소파에 앉아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
로마에서 15년을 보낸 후 루카 구아다니노는 롬바르디아의 작은 마을인 크레마에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 또한 시골의 삶을 연상시키기를 바란다. “처음 이 집을 발견했을 때 이 집을 사서 내가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흥분하기도 했죠. 우리는 때로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이 집 또한 마찬가지예요. 내가 사는 대신 여기서 영화를 만들었으니까요.”
![침실 내부는 어두운 색의 목재와 앤티크 가구로 꾸몄다. 침대 뒤의 컬러풀한 바틱 패턴 커튼은 데다르사 제품.](https://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182581c454-683x1024.jpg)
침실 내부는 어두운 색의 목재와 앤티크 가구로 꾸몄다. 침대 뒤의 컬러풀한 바틱 패턴 커튼은 데다르사 제품.
수년 동안 아무도 그 건물에서 살지 않았기에 내부 장식의 많은 부분을 재건해야 했다. 큰 거실의 그랜드 피아노는 처음부터 있었지만 앤티크 가구와 가족용 가구의 우아한 조합은 대부분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과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실내장식가 겸 세트 디자이너 사무엘 드소르(Samuel Deshors)와 세련된 로마풍의 인테리어 건축가 베르데 비스콘티(Verde Visconti)가 작업한 결과물이다. “상류층 부르주아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서는 그 취향을 정확하게 아는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시간을 초월해 황폐화된 아름다움을 그 주택에 맞게 재건할 수 있는 전문가여야 했죠. 영화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과 함께 그 집에 살 이유가 없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거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나는 그게 바로 그 모든 것을 시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두 장식가는 단순한 재건의 수준을 넘어서 서재의 낡은 내부를 실크 벽지로 바르고, 부부 침실의 침대 캐노피에 데다르(Dedar)사의 바틱 프린트 천을 드리우고, 일본풍 태피스트리 패널도 만들었다.
![앤티크 프레스코로 장식한 다이닝 룸의 천장, 제국주의 시대 테이블, 19세기 후반 의자, 텁수룩한 카펫, 시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그림들. 집의 장식은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취향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https://img.vogue.co.kr/vogue/2017/11/style_5a01825c51f04-683x1024.jpg)
앤티크 프레스코로 장식한 다이닝 룸의 천장, 제국주의 시대 테이블, 19세기 후반 의자, 텁수룩한 카펫, 시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그림들. 집의 장식은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취향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이 원단의 촉감은 놀라운 낯설음의 마법을 불러일으키죠.” 우리는 마치 장식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것 같다. 구아다니노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지만 한 동안은 이번 영화 촬영이 그의 주된 일이었다. 그렇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2017년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다. 그전에 마무리 작업이 완료된 아르젠토의 호러 영화 리메이크작 <서스페리아> 개봉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 에디터
- SONG BORAH
- 포토그래퍼
- ALEXIS ARMANET
- 글
- CÉDRIC SAINT ANDRÉ PERRIN
추천기사
인기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