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를 탐하는 세상! 페이크 퍼 신드롬
싸구려 취급하지 마세요.
난 지금 가장 핫한 존재니까.

‘내일부터 엄청 춥다는데 뭘 입지?’

겨울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태곳적 본능으로 돌아갑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의(衣)’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거죠.

그 원초적인 욕구를 해결해줄 보온성의 절대 강자!

입는 순간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줄 존재!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겨울 아이템의 최고 왕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피’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단지 그냥 입었을 뿐인데 마치 부르주아가 된 것 같은 이 느낌!

방한과 스타일을 동시에 거머쥔 모피는 그렇기에 패션계의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죠.

수많은 패셔니스타들이 모피를 둘러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도 하고

디자이너들은 퍼를 활용한 다채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며 윈터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10월 초, 느닷없는 뉴스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퍼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구찌에서 동물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

“사회적 책임은 구찌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며 우리는 계속해서 동물과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겁니다.”

구찌의 CEO 마르코 비차리(Marco Bizzarri)는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런던에서 열린 ‘2017 케어링 토크(Kering Talk)’에서 이른바 ‘퍼-프리(Fur-free) 선언’을 하며 2018년 S/S 컬렉션부터 퍼를 일절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죠.

구찌에서?
슬리퍼 안까지 혹은 슈즈 전체를 리얼 퍼로 장식했던 그 구찌에서?

이 소식이 놀라움을 넘어 쇼킹에 가까웠던 이유는,
구찌의 부활을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디자인 강점 중 하나가 퍼를 사용한 스트리트 감성의 재해석이었기 때문.

심지어 2018 S/S 시즌 쇼에 리얼 퍼 코트를 떡하니 드러낸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기 때문!

구찌가 모피 제품 중단을 선언했으니 이제 밍크, 여우, 토끼, 라쿤으로 된 구찌템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양이나 염소, 알파카 등의 모피는 여전히 출시 예정)

그럼 아직 판매되지 않은 퍼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구찌의 모든 모피 제품은 경매 처분한 뒤 경매 수익금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인 LAV 등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오, 용기 있는 결단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현상이 비단 구찌만의 이야기일까요?

2001년 론칭 때부터 가죽이나 퍼와 같은 동물성 소재를 일절 거부한 스텔라 맥카트니부터

2016년 F/W 컬렉션부터 모피 사용을 중단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휴고 보스…

이런 현상은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유통업체까지도 이어집니다.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과 온라인 명품 쇼핑몰 육스와 네타포르테 그룹 등 주요 유통업체도 동물 모피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거든요.

이렇듯 사회가 변화하며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모피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이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으로 인한 동물 학대/말살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된 거죠.

구찌 또한 동물보호 활동을 펼치는 40여 개 단체가 소속된 모피반대연합(Fur Free Alliance)에 합류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니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 패션 런웨이에 커다란 피켓과 함께 무단으로 올라가 “모피 금지”를 외쳤던 동물보호단체였는데…

평생 패션과 닿지 않는 수평선 위를 걸을 것만 같던 그들이었는데…

패션계가 앞장서서 동물보호와 스타일의 조화로운 균형을 세상에 알리다니…!

약자를 보호하고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패션계는 (제 눈에는) 분명 더 멋져 보입니다.

그렇다면 모피 특유의 스타일은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요?

“기술적 발전으로 모피를 대신할 만한 다양한 대체재를 확보하게 되었죠. 모피를 얻기 위해 더는 동물들에게 잔혹한 방법을 쓰는 것이 불필요해졌다는 뜻이에요.”

맞아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말처럼 얼핏 보면 진짜와 똑같아 보이는 모피 대체재가 등장했으니 걱정 마세요!
Stella McCartney Pre-Fall 2017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화학섬유로 제작해 진짜 모피를 값싸게 모방했던, 그래서 ‘싸구려’라 폄하했던 인조 모피가 어느새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를 밟게 된 거죠.
Christian Dior 2018 S/S

아니, 오히려 패션 브랜드의 큰 사랑을 받는 ‘키 소재’로 떠오르게 되었어요.
Chanel Haute Couture 2017 S/S

실제로 페이크 퍼만 다루는 트렌디한 브랜드도 대거 생겨났는데,
이는 인조 모피만 낼 수 있는 다채로운 색상과 프린트로 유니크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Shrimps 2017 F/W

여기에, 리얼 퍼와 비교할 수 없는 합리적인 가격과 리얼 퍼에 맞먹는 보온성!
Charlotte Simone

리얼 퍼는 보기에는 좋지만 보관과 관리가 까다로운 반면,
페이크 퍼는 손질이 용이하면서도 부담 없이 막 입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다시 말해, 페이크 퍼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의 소비 트렌드와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것.

그래서일까요, 페이크 퍼에 빠진 셀러브리티들이 이렇게 많으니…!
※스크롤 압박 주의※
사라 제시카 파커 Sarah Jessica Parker

그 선두 주자는 알렉사 청 Alexa Chung

알렉사 청 Alexa Chung

알렉사 청 Alexa Chung

알렉사 청 Alexa Chung

알렉사 청 Alexa Chung

엠마 로버츠 Emma Roberts

엠마 로버츠 Emma Roberts

지지 하디드 Gigi Hadid

지지 하디드 Gigi Hadid

케이티 페리 Katy Perry

바네사 허진스 Vanessa Hudgens

빅토리아 저스티스 Victoria Justice

카일리 제너 Kylie Jenner

애슐리 티스데일 Ashley Tisdale

아비게일 브레스린 Abigail Breslin

찰리 XCX Charli XCX

니콜 리치 Nicole Richie

데미 로바토 Demi Lovato

아틀란타 드 캐드넷 테일러 Atlanta de Cadenet Taylor

케일리 래 Cailee Rae

애드와 아보아 Adwoa Aboah

벨라 하디드 Bella Hadid

올리비아 팔레르모 Olivia Palermo

리타 오라 Rita Ora

포피 델레빈 Poppy Delevingne

바네사 홍 Vanessa Hong

루시 왓슨 Lucy Watson

아라키 유코 Yuko Araki

나타샤 골든버그 Natasha Goldenberg

수영 Choi Soo-young

나오미 캠벨 Naomi Campbell

어떤가요,
외투부터 액세서리까지, 블랙부터 초록까지,
스타일과 디자인을 넘나들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페이크 퍼!
리한나 Rihanna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품질이 전부였던 인조 모피가
2003년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Britney Spears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부티 나는 존재’로 변신한 겁니다.
에바 멘데스 Eva Mendes

에코 퍼(Eco Fur), 펀 퍼(Fun Fur)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며 진짜 모피를 뛰어넘는 큰 호응을 얻게 된 페이크 퍼!

이제 더 이상 모피를 바라볼 때마다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요.

옷장 안을 가득 메울 만큼, 다채롭고 멋진 페이크 퍼가 세상에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오히려 리얼 퍼를 입고 거리에 나설 때 따가운 눈총을 받을지도 몰라요.

그래요, 행여나 비싼 모피에 흠집 날까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막 이 겨울을 즐겨도 되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도 더 이상 리얼 퍼에 환호하지 말고 페이크 퍼 돌풍에 몸을 맡겨보면 어떨까요?

“아직도 내가 탐나니? 어흥~!”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Splash News, inDigital, Courtesy Photos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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