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Renaissance Vibin’

2017.11.10

by VOGUE

    Renaissance Vibin’

    한 번도 패션계를 허락하지 않았던 르네상스의 성지, 피티 궁전의 빗장을 구찌가 열었다. 뉴욕, 런던을 거쳐 가문의 고향 피렌체로 회귀한 구찌 2018 크루즈 쇼.

    Gucci Cruise 2018 - Runway

    이탈리아 의 축복받은 기후를 즐기기에 제격인 5월. 구찌 크루즈 쇼 취재를 위해 피렌체로 향했다. 걸어서 어디든 닿을 수 있을 만큼 비교적 아담한 고대 도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패션계 인사들로 순식간에 꽉 찼다. 가장 규모가 큰 호텔 세 곳은 기자와 홍보 담당자, 블로거, 셀러브리티들로 이미 포화 상태였고, 유명 식당이나 카페 어디든 패션 피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대체 이 많은 관객을 초대해 과연 어디에서 쇼를 열 것이냐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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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던 그곳은 다름 아닌 피렌체의 심장부, 피티 궁전의 팔라티나 미술관이었다. “피티 궁전이 패션 하우스에 문을 여는 건 16세기에 이 궁전이 세워진 이래 처음이에요. 쇼가 진행될 팔라티나 미술관은 보티첼리부터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작품 500여 점이 소장된 곳입니다. 당시 왕족들에게만 허락되던 비밀 통로를 개방해 쇼장에 당도하게 될 거예요. 굉장하죠!” 구찌 하우스는 마침내 쇼장의 정체를 공개하게 된 것을 후련해하며 빠르게 속삭였다. “피티 궁전 안의 보볼리 정원을 복원하기 위한 ‘프리마베라 디 보볼리’ 프로젝트를 통해 구찌가 3년간 200만 유로를 후원할 예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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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즈 패션쇼 시작 3시간 전,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며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과 피티 궁전 투어가 시작됐다. ‘비너스의 탄생’ 같은 명작이 진열된 뮤지엄의 여러 방을 지나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비밀 통로 바사리 복도(Vasari Corridor)를 따라 걸으며 벽에 걸린 수많은 작품과 창문 너머 베키오 다리를 구경했다. 16세기 이후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신비로운 느낌에 압도된 채 길 끝에 당도하자 자연스럽게 쇼장인 팔라티나 미술관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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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문화에서 다양한 모티브와 영감을 얻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쇼를 선보이는 공간으로서 이보다 더 이상적인 장소가 존재할까? 7개의 룸을 이어 만든 런웨이는 명화와 대형 샹들리에, 호화로운 실내 장식처럼 지극히 르네상스적 공간에 일렉트릭한 옐로 카펫과 무지개색 의자로 채워져 있었다. 이 미술관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미켈레는 동식물과 르네상스적 요소, 디테일을 현대적인 펑크 감성으로 풀어낸 폭발적인 룩을 런웨이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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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과 나비, 호랑이와 물고기, 식물의 덩굴무늬는 청바지부터 팬츠 수트에 골고루 새겨졌으며, 16세기풍 벽지 프린트 재킷에는 형광색 GG 로고 타이츠와 벨벳 소재의 힙색을 곁들였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 속 여인들이 머리에 화관을 살포시 얹고 있듯, 모델들은 금색 월계관이나 헤어밴드를 쓰고 나왔다. GG 로고는 빈티지한 티셔츠부터 고급스럽게 재단된 밍크 코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였고, GUCCI 스펠링으로 농담을 던지듯 ‘GUCCY’라고 쓰인 드레스도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호황인 구찌 백 판매를 더 부추길 새 가방 시리즈도 줄줄이 이어졌다. 70년대 구찌 가문에서 즐겨 쓰던 남색과 빨간색을 매치한 스웨이드 백부터 로고로 뒤덮인 쇼퍼 백과 고양이 모양의 미니 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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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가 끝난 후 애프터 파티를 위해 관객들은 피렌체의 또 다른 비밀 정원인 세레 토리지아니(Serre Torrigiani)로 옮겨갔다. 전 세계에서 공수한 이국적인 꽃과 나무들이 가득한 정원은 구찌의 키 컬러인 핑크색 LED 조명을 더해 다른 행성의 세계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attends the Gucci Cruise 2018 After show party at Serre Torrigiani on May 29, 2017 in Florence, Italy.

    미켈레가 직접 고른 벨벳 소파와 크리스털 그릇을 사이에 둔 채 관객들은 저마다 황홀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베스 디토와 소코 등 미켈레의 뮤지션 친구들이 돌아가며 노래했고, 술잔을 든 미켈레는 다코타 존슨, 자레드 레토 같은 친구들과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며 공연과 파티를 즐겼다. 깊이 잠든 고대 도시가 마법에 의해 깨어난 듯한 밤. 구찌가 불러일으킨 새로운 바람은 밀레니얼 르네상스 그 자체였다.

      에디터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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