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Mi Piace

2017.11.30

Mi Piace

거창한 광고, 유별난 스타 마케팅 없이 진정성 하나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상륙한 뷰티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이 거대한 제국을 이끄는 유제니오 알팡데리와 <보그>가 나눈 향기로운 뷰티 토크.

서울은 무슨 일로 방문했나?
정기적으로 전 세계 매장을 방문하고 점검한다. 지난주 홍콩과 싱가포르에 다녀왔고 모레는 일본 일정이 잡혀 있다. 서울은 2년 만이라 더반갑다.

2009년 한국에 진출했으니 올해 론칭 8주년이다. 그간 한국 뷰티 시장에서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성적은 어땠나?
무척 만족스럽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를 향한 한국인의 애정은 남다르다. 유행에 휩쓸려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고려한 그들의 세련된 쇼핑 취향을 존중한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를 논할 때 ‘향’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는 ‘천상의 향’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부잣집 향기’라 칭송한다. 향을 개발할 때 어떤 노력을 하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전 제품은 자급자족 방식으로 탄생한다. 요즘 잘나가는 향수를 보면 의외로 자회사가 아닌 외주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우린 자체 연구소가 있어 향 개발부터 제작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이뤄진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향수 역사는 14세기, 그러니까 15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의미에서 향은 브랜드의 모체와 다름없다. 비록 나는 조향사는 아니지만 그들 이상으로 향을 개발하고 창조하는 과정을 즐긴다. 하나의 향수를 만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매 순간 즐기며 일한다. 나는 향에 미친 사람이다. 내 코를 보라. 굉장히 크지 않나. 하하!

한국에선 콧대 높은 배우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몇 안 되는 브랜드다. 알고 있나?
고마울 뿐이다. 어떤 협찬 없이알아서 소문내주니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누군가 에바 그린에게 제품을 협찬한 조건으로 얼마를 지불했느냐 물은 적 있다. 그 소릴 듣고 뒤늦게 그녀가 출연한 영화 을 봤다. 선상에서 남자 주인공이 에바의 가방을 확 뒤집는 장면이었고, 이때 산타 마리아 노벨라 향수가 등장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우린 광고 비용을 단 1원도 쓰지 않았다. 참, 니콜 키드먼도 우리 향수를 즐겨 쓴다. 지난 6월 그녀는 호주에서 진행한 어느 인터뷰를 통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내가 조금 더 젊었더라면 감사의 뜻으로 이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다.

나라별로 잘나가는 향수가 다를 것 같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한다면?
한국에선 ‘아쿠아 디 콜로니아 프리지아’ , ‘아쿠아 디 콜로니아 엔젤디 피렌체’ , ‘아쿠아 디 콜로니아 멜로그라노’ 순서로 반응이 좋다. 이탈리아에선 ‘아쿠아 디 콜로니아’ , ‘아쿠아 디 콜로니아 엔젤 디 피렌체’ , ‘아쿠아 디 콜로니아 라나’ 순이다.

둘 중 하나 (2)

그렇지 않아도 ‘아쿠아 디 콜로니아 라나’의 향이 궁금했다. 오는 12월 한국에 선보이는 이 향수는 캐시미어 브랜드 ‘발란타인(Ballantyne)’과 협업으로 탄생했다. 어떤 인연으로 이 브랜드와 손잡았나?
말하자면 조금 길다. 우리 가문은 1700년대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이주해 옷감을 만드는 패브릭 공장을 운영했다. 나 역시 부모님의 일을 이어받아 옷감 제조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거의 패션계 종사자다. 그중 한 명이 발란타인 대표 파비오 가토(Fabio Gatto)다. 이 친구와 함께 유년의 추억을 자극하는 패브릭에 대한 기억을 향으로 재현했다. 그 결과물이 ‘아쿠아 디 콜로니아 라나’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3월에 론칭했다. 현지 반응은 어땠나?
기대 이상이었다. 순식간에 향수 부문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때마침 한국은 겨울 출시라 더 기대가 크다. 참고로 ‘아쿠아 디 콜로니아 라나’는 홍콩과 싱가포르엔 출시 계획이 없다. 캐시미어를 입는 계절, 다시 말해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나라에 판매할 예정이다.

파비오는 실제 산타마리아 노벨라 제품을 즐겨 쓴다 들었다. 그가 애용하는 제품은 뭔가?
‘왁스 타블렛포푸리’와 ‘로지오네 도뽀 바르바 파츌리’다. 이제 남은 평생 ‘아쿠아 디 콜로니아라나’를 써야 할 거다.

당신이 애용하는 향수는 뭔가?
‘아쿠아 디 콜로니아’. 종종다른 브랜드를 쓸 때도 있지만 내 영혼의 향수는 이거다. 50년째 변함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스킨케어 제품도 훌륭하다. 장미수 ‘아쿠아 디 로즈’와 수분크림 ‘크렘 이드랄리아’는 이탈리아 여행 시 꼭 구입해오는 필수 쇼핑 품목이 됐다.
알아주니 고맙다. 둘 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웰메이드 제품이다. 하지만 인기만 좇는 여행자들의 맹목적 쇼핑 행태가 반갑진 않다. 세계적으로 잘나간다고 무작정 구입하거나 사재기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사놓고 결국 안 쓰게 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인기는 제품을 죽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는 향수 구입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2~3개 이상의 향을 맡아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인기나 유행에 따른
선택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길 바란다.

이젠 또 어떤 계획이 당신을 기다리고있나?
올해는 ‘아쿠아 디 콜로니아 라나’로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새해 봄쯤 새 크림을 출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길.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차혜경, Willy Vanderp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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