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et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물의 역할이 관심을 끌면서 거의 모든 항공기, 패션쇼, 네일 살롱이 순식간에 반려견과 반려묘의 집이 되고 있다. 개와 고양이 를 둘러싼 열기와 힐링 효과.
TRAINING DAY
펫들의 건강을 신경 쓰는 열풍은 마사지부터 신선한 식사와 배달 서비스까지 여러 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필리스는 힐링과 거리가 멀다. 센트럴파크 동쪽 주변을 따라 늘 다니는 열 블록 반경에서 벗어나면 큰 눈은 보통때보다 더 커지고, 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에게 몸을 숙이는 친절하지만 낯선이들을 무시하면서 몸을 움찔한다. 열한 살인 이 카바숑(Cavachon)이 의지가 되는 존재라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대담함뿐 아니라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필리스와 내가 파커 메르디앙(Parker Meridien)-이 호텔 지하에 있는 뷰티 매장 중 세 곳인 텐오버텐(Tenoverten) 네일 살롱, 드라이의 메카인 드라이바(Drybar), 그리고 블러싱튼 메이크업 스튜디오는 언제나 우리를 환영한다-에 들어섰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필리스는 우리 어머니의 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오래전에 예약한 네일 손질과 반려견 돌보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 그리고 필리스의 발톱이 타일 위에 부딪히는 소리에 누구 하나 화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 둘 다 놀랐다. 나를 담당한 매니큐어리스트 글레이디스는 기꺼이 필리스의 발 관리까지 해주려 했다. 그러나 필리스는 불안하게 입술을 떨며 거부했다. 텐오버텐 역시 네발 달린 친구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뷰티 살롱 중 하나다(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먼저 전화를 해보라). 크루아상 크기의 앙증맞은 동물만이 아니다. 이 체인점의 미드타운 지점 단골손님은 몸무게가 29kg이 넘는 그레이하운드를 늘 데려오곤 한다. 이 개의 날렵한 머리는 매니큐어 테이블 위에 놓인 크리스찬 루부탱 매니큐어 제품과 눈높이가 같다.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오즈로 가는 내내 도로시와 토토가 동행하는 것이 흥미롭고 특별하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는 일종의 정신적 치료사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서적 지원 동물(Emotional Support Animal, 정신적 장애를 가진 환자의 안정이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반려동물)’ 소식지가 넘쳐난다. 오히려 주인공 주디 갈랜드가 강아지 케언 테리어(Cairn Terrier) 없이 여행을 했다면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나certapet.com에서 몇 분을 투자해 설문에 답을 한 후 내가 정서적 지원 동물이 필요한 최적의 후보자이자 150달러만 내면 48시간 내로 배달되는 심리상담사의 진단서와 확인서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라 델레빈이 키우는 허스키 믹스인 레오(런던 클라리지스 호텔과 샤넬 꾸뛰르 쇼 프런트 로의 단골)를 비롯해 톰 브라운의 털이 뻣뻣한 닥스훈트 헥터(톰 브라운 라인에 반려동물 의상을 추가하도록 만든 주인공)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은 주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동행이 허락되는 주인의 일부가 되고 있다. 스파와 리조트까지 입장 가능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이렇듯 최신의 동물 친화적인 장소는 사랑받는 반려동물에게 주인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고급스러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멕시코 카보 산 루카스에 있는 라스 벤타나스 알 파라이소(Las Ventanas al Paraiso)에서 반려동물들은 자신들만의 탈의실을 배정받고 산책과 마사지를 담당하는 ‘개 집사’가 제공하는 ‘캐닌 딜라이츠’ 메뉴에서 식사를 고를 수 있다. 미국 메인주의 케이프 엘리자베스에 위치한 인 바이 더 시(Inn by the Sea)는 홈메이드 미트 로프와 시그니처 메뉴인 K-9 아이스크림(두유를 기본으로 꿀과 바닐라를 첨가하고 개뼈다귀 모양의 크럼블을 올린)을 포함해 다양한 룸서비스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스파 옵션도 다양하다. 펜실베이니아의 네마콜린 울프랜즈 펫 리조트 앤 스파는 블루베리 페이셜, 윤기 없는 털을 위한 핫 오일 트리트먼트, 그리고 아주 건조한 피부를 달래주는 머드 목욕을 제공한다(발톱 갈기와 양치질도 별도로 제공한다). 건강이 새로운 럭셔리로 여겨지는 시대에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에 투자하는 시간, 에너지, 돈을 자신의 가족-개, 고양이, 돼지, 토끼를 포함하는-에게까지 확대하는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원한다면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토끼 침술사를 직접 연결해줄 수도 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전체론적인 수의사 트레이시 애크너 박사는 통증과 염증을 줄이면서 조직 치료를 하기 위해 동물 침술, 한약, 냉레이저(Cold Laser)를 전문으로 한다. 그는 요즘 자신을 찾는 사람들이 10년 전보다 교육을 더 잘 받았다고 말한다. “정보가 훨씬 많습니다. 그들은 ‘의사가 내게 처방한 약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최고의 치료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많은 일을 겪었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애완동물에게도 똑같은 이론을 적용하는 거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와 고기를 최대한 활용한 아픈 동물용 홈메이드 식단을 추천하는 애크너는 유기농 식품 유행과 글루텐 공포가 이런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퓨리나(Purina, 애완동물용 사료 브랜드)가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해야 했어요.”
GROOM SERVICE
동물과의 교감은 사랑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잘 관리받은 푸들은 삶에 위로가 되는 동시에 패션 친구가 될 수 있다.
애크너는 파머스 독(Farmer’s Dog)과 올리(Ollie) 같은 신선한 동물 음식 배달 서비스의 성장세를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올리의 첫 ‘동물 감사절’, 펍스기빙(Pupsgiving) 디너에서 두 발로 걷는 손님들에게 선보인 칠면조 성찬은 이 회사의 새로운 칠면조 레시피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 칠면조 요리는 빨간색과 흰색 도자기 그릇에 담겨 반려동물 손님들을 똑같이 대접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동물보다 그 주인에게 더 도움이 되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동물의 안락함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동물로부터 위안을 얻는 것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이해한다. 동물과의 여행이 편리해진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내가 동물용 멀미약을 잊어버린 채 필리스와 함께 롱아일랜드의 사우스포크를 왕복하는 버스에 탄다면 모든 상황이 차분함과는 정반대로 돌아가지만 말이다(필리스는 캐리어에 담겨 차에 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승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제 페르시아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면 집에 혼자 남겨두거나 캣시터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쨌든 저의 불안은 대부분 그것 때문이니까요.” 미국 시사 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의 작가 줄리 와이너는 말한다. 그녀는 에미상 시상식을 위해 자신의 페르시아고양이 파자마와 함께 로스앤젤레스까지 여행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파자마의 비행기 탑승이나 스파 입장을 허락해야 한다는 뜻인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관련된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 장애인 보조 동물인 마모셋 원숭이가 미국의 한 마트에서 직원을 물었을 때 SNS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수의사 겸 자연요법 의사 스티브 마스덴 박사에 따르면 인간과 애완동물의 건강은 상호적이라고 한다. “애완동물과 그 주인의 건강 상태는 서로 얽혀 있습니다. 주인이 잘 지내지 못하면 반려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아내 카렌 마스덴 박사와 함께 세계 유일의 동물과 인간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전체 의학 센터 중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이원 치료 센터는 같은 건물 안에 있었는데, 점점 수요가 늘면서 사람을 위한 시설은 길 건너로 이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용실에서 내 옆 대리석 위에 앉아 침을 흘리고 있는 필리스가 내 헤어 스타일링 경험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샐리 허시버거 살롱의 샤론 도람 컬러에서 키우는 말티즈 애나를 보러 가는 걸 좋아한다. 최근 어느 오후에 애나는 자신의 아빠인 헤어 스타일리스트 팀 레먼이 단골 고객을 응대하는 동안 자신이 할 일을 했다. “그녀는 정말 감정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레먼은 2017년 웨스트민스터 도그 어워드 우승자인 애나의 깨끗한 흰 털이 헝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무 밴드로 고정한 티슈를 매만지며 말했다.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긴장합니다. 그럴 때 애나가 그들의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하죠. 그녀는 불안함을 덜어주는 아주 훌륭한 조력자입니다.”
레먼은 살롱에서 동물을 받아들이는 관용의 정도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뉴욕은 이제 유럽 같아요. 매디슨 애비뉴의 어디든 개를 데려갈 수 있죠.”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살롱에 오곤 하던 고객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곳에 상주하는 이탤리언 그레이하운드가 자신의 버킨 백에 변을 보곤 해서 겁에 질렸다. “이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제 골든두들 (골든리트리버와 푸들의 잡종)이 버킨 백의 위상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나는 털이 자라는 방향으로 애나를 쓰다듬는 것만 허락받았다. 그녀의 세팅 파마가 망가지면 안 되니까. 그리고 나의 곱슬곱슬한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펴기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그녀의 매끈한 털을 얻기 위해 무슨 제품을 사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늘 그걸 묻죠.” 레먼이 말했다. 그는 둥근 빗을 돌리며 헤어 제품 브랜드 베르투(Vertu) 라인 중 가장 좋아하는 제품의 이름을 나열했다. “모두 그녀처럼 근사해 보이고 싶어 한답니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Steven Klein
- 모델
- Guinever van Seenus @DNA Models
- 글쓴이
- Chloe M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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