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Prism Sound

2018.02.26

Prism Sound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화성에 살고 싶은 뮤지션 씨피카가 EP 앨범을 발표한다.

레터링 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2년 전, 씨피카(CIFIKA)가 등장했을 때, 음반 리뷰에는 ‘몽환적이다’라는 평가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씨피카의 목소리는 하늘에서 지상 세계로 외치는 듯한 울림이 있었고, 전자음은 낯선 방식으로 조합되어 생경한 경험을 남겼다. 한국어와 영어를 별 차이가 없다는 듯 사용하고 있었고 그녀의 국적은 우주가 아닐까 잠시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전자음과 씨피카의 목소리가 한 몸 같은 사운드를 선사하는 순간 새로움은 흡입력으로 바뀌었다. 다른 시공간으로의 초대. 씨피카의 음악은 공감각적인 구석이 있었다. 씨피카는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한 경력이 없다. 맥북, 스피커 두 대, 오디오 인터페이스, 키보드로 음악을 만들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반응을 얻었다. 말하자면 음악을 가지고 놀다가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클래식과 테크노의 문법을 똑같이 느끼는 현시대의 뮤지션이다. 국내 매체보다 빌보드, BBC 등 해외 매체로부터 먼저 호평을 받고 3월 시애틀을 시작으로 미국 20여 개 도시 투어를 시작하는 그녀는 음악을 언어로 삼는 또 한 명의 범세계주의자 혹은 우주인이다.

사진 촬영 때 화성 이미지를 제안한 이유가 있다면.
화성에 가서 정착하는 게 꿈이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고로 살 수 있을 것 같고, 개척자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어느 정도 업적을 이룬다면 사람들이 데리고 갈 것 같아서 음악 활동을 열심히 하고자 한다. 예술가 자격으로 가고 싶다.

EP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예닐곱 곡 수록할 예정인데 색깔이 달라서 앨범 제목을 ‘프리즘’이라고 지었다. 실험도 했지만 음악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쓰지 않던 악기, 안 쓰던 리듬도 썼고, 보컬 스타일도 완전히 바꿨다. 가사는 그렇게 밝진 않다. 한국에 와서 음악을 하면서 우울한 감정을 겪었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래서 희망을 갈구하는 노래도 있고 고백하는 가사도 있다. 나를 모르더라도 친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심정이 담겼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
모든 게 계획적이라는 점. 전자음악은 즉흥이 없고 흥도 없다. 그래서 생각을 진짜 많이 해야 한다. 어떤 악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계획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공식을 찾아내는 게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하지만 철학적인 구석이 있고 듣는 사람은 사색에 잠길 수 있어야 한다. 악기는 차갑지만 나는 이 음악에서 뜨거움을 느낀다. 이런 사운드를 만든 뮤지션이 경이로워서 들으면서 울기도 한다.

뮤직비디오, 패션 스타일링 등 비주얼도 하나의 언어로 여기는 것 같다.
미술 베이스가 있어서 그런지 이미지를 떠올리고 작업하는 게 훨씬 빠르다. 이미지 없이 시작하긴 어렵다. 장님 같다. 예를 들어 ‘몸 마음’은 삶과 죽음을 너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풀고 싶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에서 가벼움을 보여주는 소재를 많이 넣었다. 밈(Meme)도 수명이 있다는 점에서는 같아서 활용했다. 똑같은 메시지를 비주얼에서 다르게 푼 셈이다.

낯선 것을 조합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 같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낯선 이미지, 나쁘게 말하면 마이너한 비주류다. 나를 두고 비주류라고 하는데 나는 비주류가 아니다. 취향이 확실하면 주류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이지 않다고도 하는데 악기가 생소할 뿐이지 인간들이 겪는 일을 말하는 건 똑같다. 똑같은 악기, 컴퓨터인데 방식이 내 거라서 그렇다.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해’라고 한다면 ‘기분이 안 좋으면 어때. 그러면 난 너한테는 기분이 안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야. 그래도 두 번 들으면 이상하진 않잖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하는 음악 세계의 재료를 나열해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가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다음에는 나의 감정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본다. 음악을 하면서 생각이 씨앗처럼 시작해서 나중에 음악으로 완성되고 그걸 누군가가 듣게 되고, 감정을 느끼고, 그런 과정이 신기하다. 뭔가 다 연결되는 느낌이다.

3월에 예정된 미국 투어 계획을 알려준다면.
보컬 이펙터 장비 한 대, 영상 비주얼. 딱 그것만 준비한다. 서서 노래만 부를 거다.

장비가 간소한데 불안하지 않나.
불안하지만 노래를 진짜 잘하면 어차피 사람들은 나만 볼 거다. 하지만 지금 배가 너무 간지럽다. 떨려서.

당신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는.
‘딥’한 거는 모르겠고 어려운 음악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 음악을 들을 때만이라도 이상한 생각이든, 우울한 생각이든 사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 3분이라도.

요즘 제일 큰 관심사는.
<스타 트렉>. 대사 “Live long and prosper”에 꽂혀 있어서 (손가락을 겹쳐 보이며) 이렇게 인사하고 그런다.

과학 공식을 가사로 쓴 적도 있지 않나. 자꾸 우주나 과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뭔가. 아빠 때문이다. 어릴 때 기계를 많이 사줬다.
기술에 관심을 갖다 보니 우주항공, 평행이론이 궁금해지고, 우주 멀리 인간이 관측할 수 없는 그 영역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고, 쓸데없이 생각만 자꾸 커진다. 우주에서 보면 난 먼지보다 작은 인간일 뿐인데 뭘 하겠다고 이러는지…

    에디터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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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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