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Next in 2018

2018.02.27

Next in 2018

내년, 다음 달, 당장 내일조차 예측할 수 없는 게 당연한 시대다. 2018년 패션계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낯설다면 낯선 키워드 6.

E-COMMERCE EXPERIENCE
쇼핑의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이제 언급조차 새삼스럽다. 지금부터는 온라인 쇼핑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가의 문제. 온라인 구매자의 35%가 스마트폰으로만 쇼핑하고, 39%가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을 보며 뭘 살지 결정하는 시대다.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편의와 기능, 신속하길 원한다. 아마존부터 네타포르테 그룹까지, 디지털 기반의 전자상 거래 기업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혹은 그보다 더 높게)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한다. 일부 지역에 한해 주문 후 90분 내에 배송 처리하는 신속 배달 서비스는 기본, 동영상 콘텐츠와 증강현실, 음성 검색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쇼핑을 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해줄 여러 방식이 등장할 예정이다. 브랜드 자체의 노력과 별개로, 소비자들의 활발한 소셜 미디어 활동 역시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데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뿐 아니라 구매 후기, 착용 사진 등 정보 공유가 쉬워질수록 소비자,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 충성심보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 구매를 결정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편리, 품질, 가치, 새로움, 가격, 모든 면을 이성적으로 따진 후 결제 버튼을 누를 것이다.

SYSTEM ACCELERATION
속도야말로 지금 패션에 이르게 된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온라인 세상의 필수 미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SNBN(See Now, Buy Now)이 얼마 못 가 사라질 거라고 예언했지만 당분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듯하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트렌드를 대중에게 빠르게 전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서 속도 이슈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그 덕에 브랜드는 소비자의 반응을 보다 생생하고 빠르게 포착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서로 맞물려 하우스와 디자이너들은 고객의 요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고 디자인과 생산 속도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구찌는 지난해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사태를 보완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3만5,000제곱피트 규모의 가죽 제품 생산 시설 ‘구찌 아트 랩’을 세운다. 이 시설은 판매량의 50%가 35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에서 발생하는 하우스 특성을 반영해 즉각적 제품 생산과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쉽게 말해 인 하우스 생산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건데, 자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사실상 동일한 속도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케어링의 가열찬 움직임은 밀레니얼 사이에 인기인 주요 브랜드를 보유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케어링의 최고 금융 책임자 장 마르크 뒤플레(Jean-Marc Duplaix)는 “최근 전용 신발 공장을 설립한 생로랑 같은 브랜드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시간이 럭셔리인 시대는 지났다. 패스트-하이엔드의 시대가 도래했다.

IN-STORE EXPERIENCE
온라인 판매를 끌어 올리는 게 패션 기업의 가장 큰 당면 과제인 것 같지만, 사실상 그들이 해결해야 할 최대 난관은 유례없이 한가한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북적이게 하는 것이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메이시스, JC페니, 시어스 같은 미국 백화점과 몰의 연이은 폐점은 지난해 하반기의 주요 뉴스 중 하나였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스토어의 부흥과 급진적인 확장은 오프라인 스토어를 유지비만 잡아먹는 적자 덩어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성공한 소규모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 사례는 온라인만으로는 쇼핑을 완성 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윤리적 데님을 표방하는 에버레인(Everlane), 뷰티 브랜드 크레도(Credo)와 글로시에(Glossier)는 인상적인 매장 경험으로 쇼핑의 궁극을 완성한 대표적 예다. 젊고 감각적인 설립자들은 판매보다 쇼룸 컨셉으로 매장을 꾸미고, 그 공간에 머무는 모든 순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패션 테크 기업가 겸 전략 제품 개발 컨설턴트인 차야 쿠퍼(Chaya Cooper)는 효과적 경험 마케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자 경험이 긍정적으로 이뤄졌을 때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고 판매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소비자 경험은 제품 자체와의 상호작용(최근 유행인 DIY처럼)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접적으로 판매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죠.” 봉마르셰 백화점의 온라인 스토어 24세브르(24sevres.com)를 구축한 LVMH 그룹의 디지털 최고 책임자 이안 로저스(Ian Rogers)에 따르면 브랜드로 통하는 세 개의 문은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경험, 소비자와 제품의 거리를 좁히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다. 그는 과거에 비하면 백화점 유동 인구가 줄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증가한 결과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대다수가 무엇을 살지, 어디로 갈지를 정하기 위해 사전에 온라인 검색을 거친 이들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모두가 새로운 수준의 매장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할 때다. 더 이상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매장에 가지 않을 테니까.

PERSONALIZATION
온라인 쇼핑은 낯선 사람들과 하나의 매장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만큼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경험이다. 구매자의 소비 패턴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기술적 이점은 온라인 쇼핑을 보다 개인적인 것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파페치의 온라인 퍼스널 쇼퍼나 아마존의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처럼 취향에 맞게 큐레이팅된 아이템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개인화된 패키지 배달이 대표적. 보수적인 패션계에서는 이런 방식에 대해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분위기. 그렇지만 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의 에디터 수잔 리다(Susan Reda)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넷플릭스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가입자들에게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과 플레이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추천합니다. 한번 경험해보면 다른 비즈니스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기대하게 되죠.” 사실이다. 맞춤 패키지를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개인 스타일리스트 컨셉의 스티치 픽스(stitchfix.com)는 2016년 한 해 동안 7억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 소식은 아직 망설이거나 소비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있는 브랜드의 움직임을 부추길 것이다.

COMMUNITY
순전히 쇼핑을 목적으로 친구와 함께 백화점에 가거나 번화가를 걷는 일은 더 이상 없다. 그렇다고 가상 공간에서 홀로 외로이 쇼핑하는 사람 또한 없다. 온라인에서는 서로 대면한 적 없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공통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임을 형성해왔다. 한국의 경우 쇼핑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지 오래다.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모였지만 모양새를 갖춘 후에는 일종의 여가 활동이나 사교 모임으로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필요와 자의적 참여의 공존은 그 모임을 더욱 견고한 것으로 만든다. “브랜드에선 소비자의 문제가 더 이상 상품의 결핍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적 관계의 결핍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훌륭한 브랜드라면 그 결핍을 채울 수 있어야 하죠. 특정 브랜드의 고객은 기본적으로 공통된 관심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공동체화하면 사회적인 파급력까지 기대할 수 있죠.” 글로벌 유통업계 자문 회사 리테일 프로펫(Retail Prophet)의 창립자 더그 스티븐스(Doug Stephens)는 이렇게 말하며 ‘커뮤니티’가 2018년 패션계의 유행어가 될 거라고 예언했다. 커뮤니티 붐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중요해질 전망. 뭐든 인터넷으로 구하기 쉬워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구하기 어렵고 특정 장소에 가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에 흥미를 갖는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별 소규모 제조업자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들의 커뮤니티, 그들과 소비자 간의 또 다른 커뮤니티를 부흥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ETHICAL VALUE
젊은 세대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효율성을 따지며, 브랜드의 가치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잠깐 스치는 유행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 못지않게 패션 업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목표가 됐다. 삶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과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책임감을 갖고 만든 재료, 건강과 환경에 좋은 제품을 선택하려 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사기 전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이념과 일치하는지는 구매 결정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선두 기업은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만큼 환경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일찍이 공정 무역 인증을 받고 100% 재활용 오리털 상품을 개발한 파타고니아는 윤리적 생산 프로젝트로 충성 고객층을 다진 케이스.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바뀜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움직임이지만 지속 가능성을 먼저 시도한 패션 기업은 선구적 시도를 수익 창출로 연결시키는 데에도 열정적이다. 환경 이슈에서 늘 가장 큰 골칫덩이, 문제아 취급을 받던 H&M은 아예 내구성이 높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베이식 컨셉의 브랜드 아르켓(Arket)을 론칭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각 제품을 어느 나라에서 생산했고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를 표시해놓아서 살 때마다 의식 있는 소비자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물론 그 정보만으로는 공정 무역 제품인지를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논란은 아직 남아 있다). 사람들은 2018 S/S 시즌부터 진짜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구찌의 선언에만 반응하지만, 그동안 여러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환경 친화적인 제작 환경을 위해 힘써왔다.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꾸준히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 공정에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패션 산업의 바람직한 혁신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건 우리 자신이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일러스트레이터
    JO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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