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한센이 국내 네일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다
SNS 시대가 도래한 뒤 저작권 문제는 이전보다 좀더 복잡해졌습니다. 핀터레스트와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찾은 사진을 저장했다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하고, 웹툰을 캡처한 뒤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하니까요. ‘여기저기 떠도는 트렌드니까 먼저 올리는 사람이 임자’, 과연 모든 상황에 해당되는 말일까요?
네일 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스타 네일 아티스트 박은경.
네일 숍 ‘유니스텔라(Unistella)’의 대표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나인뮤지스 경리, 배우 이나영 등 핫한 여자 스타들의 손톱뿐 아니라 <보그 코리아>의 멋진 화보 촬영에도 일조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컨트리뷰터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네일 디자인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유리 조각을 붙인 듯한 글라스 네일,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다이아몬드 파편 네일, 철사를 구부려 붙인 와이어 네일 등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했죠.
얼마 전 무려 2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 보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샐리 한센의 새로운 네일 스티커가 그녀의 디자인을 무단 ‘도용’한 것 같아 보이는군요.
작년 8월쯤 미국의 매니큐어 전문 브랜드 샐리 한센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박은경 대표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보그>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 등 유니스텔라에 쏟아진 전 세계적인 관심 덕분이었는지 샐리 한센 역시 그녀에게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박은경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첫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뒤 수차례 통화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매니큐어 에나멜보다는 네일 스티커를 함께 디자인해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다음 주에 준비되는 대로 연락을 준다며 전화를 끊었죠. 그런데 샐리 한센 측은 그 뒤로 연락이 두절됩니다.
그러다 지난 3월 20일 샐리 한센은 다음과 같은 제품을 덜컥 출시합니다. ‘K-Design’ 스티커 컬렉션.
박은경 대표는 이마저 지인들의 메시지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축하해주는 팔로워들과 지인들로부터 이 사실을 알았어요. 저와 협업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축하 메시지를 받았죠. 저는 분명히 실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이전에 연락했던 샐리 한센 측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샐리 한센 측에서 내놓은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이 스티커 시리즈 출시를 위해 미국의 네일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했으며, ‘#KBeauty’를 검색하면 나오는 1백만 개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것. 2013년부터 유행한 디자인이기에 그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다고요.
이쯤 되면 그냥 카피가 아닌 ‘무단 도용’으로 볼 수밖에 없겠군요. 이미 협업을 의뢰한 상황에서 원작 아티스트의 의견 없이 동일한 디자인을 출시했으니까요.
박은경 대표는 유리 조각 네일 디자인을 고안할 당시 사탕 봉지의 독특한 은박지 필름을 구하기 위해 제과 공장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반짝임의 정도, 두께 등 글라스 네일에 필요한 은박지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죠. <보그>는 그녀의 빛나는 노력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모델 아이린과 패션 인플루언서 아미 송, 패션 카피 디자인 비교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까지 그녀를 위해 변호에 나섭니다.
“저는 다양한 형태의 아트를 존중합니다. 작든 크든 상관없이요. 원조 디자인이 크레딧을 챙기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할 때 특히 정말 속상해요. 뷰티를 사랑하고 네일 아트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유니스텔라 박은경 대표가 얼마나 열정적이며 열심히 예술을 즐기는지 잘 압니다. 그녀의 작업실 근처에 살 때면 늦은 밤까지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거든요. 특히나 샐리 한센처럼 큰 회사가 독립적인 여성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네요. 원작 아티스트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나 크레딧을 제공하지 않을 거라면 제발 당신들의 제품에 ‘K-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주세요. ‘K’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 모델 아이린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팔로워들도 수천 개의 댓글을 달며, 샐리 한센의 무단 도용 스티커를 문제 삼자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유통업체 타겟(Target)은 결국 샐리 한센 제품을 철수했습니다. 그러나 샐리 한센은 여전히 ‘유니스텔라’, ’은경 박’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게시물과 태그를 모두 차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안하다’는 사과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죠.
“코티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지 변호사와 논의하고 있어요. 네일은 제 인생의 일부예요. 제게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이 프로젝트가 진정한 협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기뻤어요. 물론 저는 디자인에 상표를 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예술가이고 이 디자인을 개발했어요. 그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제 굳건한 의지와 영혼까지는 다치게 하지 못할 겁니다.”
사실 비교적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인디 아티스트나 프리랜서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이첼 굿윈(Rachel Goodwin)이 엠마 스톤의 사진을 찍어 올리자 정작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은 ‘KNC 뷰티’의 제품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조금 창피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외국에서 손가락질 받는 국내의 모방 사례도 소개할까 합니다.
뷰티에 관심 있는 오디언스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글로시에(Glossier)’.
여심을 저격하는 핑크빛 패키지와 순하디순한 성분이 매력적인 제품이죠. 반면에 아래 제품은?
하이패션의 민주화 현상처럼 ‘뷰티 제품 역시 트렌드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라고 지켜봐도 괜찮은 것일까요? 아니면 수치심 없는 도둑질이라고 비난해야 하는 것일까요?
- 에디터
- 우주연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