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어덤 모랄리오글루가 사랑하는 섬 이야기
로맨틱한 드레스로 유명한 디자이너 어덤 모랄리오글루(Erdem Moralioglu). 런던에 살고 있는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안겨준 섬은 어디인가?
성장기를 보낸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그곳에 갈 때마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생로랑(Saint-Laurent) 거리에서 몬트리올 베이글을 찾아서 친구인 트레버와 댄이 운영하는 도쿄(Tokyo) 바로 간다. 내가 살던 거리 끝에는 밤이면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던 생루이(Saint-Louis)라는 큰 호수가 하나 있었다. 이 커다랗고 시꺼먼 호수는 무서웠지만 아름답기도 했다. 물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키우며 성장했고 지금도 늘 그런 감각을 추구하고 있다. 이곳 런던의 댈스턴에서조차도 운하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즐겨 찾던 섬이 있다면?
여동생과 함께 두 차례 여행을 했다. 한번은 터키를 가로질러 시리아 국경 바로 근처에 있는 안타키아(Antakya)로 갔다. 우리 아버지가 안타키아 출신이셨다. 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여러 섬을 지나 그곳에 도착한 기억이 난다. 또 한번은 쿠바로 갔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아바나를 방문한다는 건 굉장한 경험이었다.
영국으로 이사했을 때 받은 가장 큰 충격은?
몬트리올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동안 가족 절반은 터키에, 나머지 절반은 영국에 살고 있었다. 여동생과 나만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친척들을 방문할 때마다 이스탄불로 갔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날아가 런던타워를 방문하는 등 꿈같은 경험을 하곤 했다. 자라면서 영국인 할머니와 고모, 삼촌과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서 그런지 별난 사람들의 면모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00년에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옮겨왔을 때 큰 충격은 없었다.
최근에 찾은 섬은 어디였나?
그리스 섬인 파트모스(Patmos)에 갔다. 거기까지 가려면 페리를 타고 8시간이나 가야 한다. 그 섬은 에게해에서 사람이 가장 오랫동안 거주해온 섬 가운데 하나로 꼭대기에 11세기 수도원이 있다. 친구들과 그곳에 가서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18세기의 멋진 집에 머물렀다.
계속 머물고 싶은 가장 좋아하는 섬은 어디인가?
프랑스 파리 센강 한가운데에 있는 생루이섬이다. 이 섬 바로 맞은편에는 가장 좋아하는 미술 상점인 마가쟁 시넬리에(Magasin Sennelier)가 있는데, 반 고흐를 비롯한 당시 모든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서 미술 재료를 구매하곤 했다. 시테섬에는 가장 애지중지하는 공원이자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플라스 도핀(Place Dauphine)이 있다.
지금까지 가본 섬 가운데 가장 낙원 같은 곳은?
최근 몰디브에 있는 식스 센스 라무(Six Senses Laamu)에 머물렀는데, 런던에 첫 번째 가게를 막 열던 때라 타이밍이 절묘했다. 그 가게를 건축한 남자 친구와 그곳에 갔기 때문에 우리 둘 다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녹초 상태여서 해변에 거의 드러누워 지냈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머리가 돌지 않도록 해줄 만한 뭔가가 필요해서 영국 박물관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계몽주의 시대의 장서를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미술용품을 위해 마가쟁 시넬리에를 가져갈 것이다. 그래야 스케치할 도구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몬트리올 음식, 녹인 치즈와 소스를 끼얹은 감자튀김 요리. 그러고 나서 가장 좋아하는 런던의 단골 레스토랑인 비스트로테크(Bistrotheque)의 로스트 치킨을 가져갈 것이다. 또 듀크스(Dukes)에서 마티니를 만들어주는 바텐더를 데려갈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문학작품과 미술용품, 맛있는 불량식품, 술…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조난 시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손이 많이 안 가는 상당히 쉬운 사람이지만 안경이 없으면 갈팡질팡할 것이다. 안경이 없으면 완전히 장님이나 마찬가지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니 섬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와 함께 조난당하고 싶은가?
반쪽인 필립과 함께 조난당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바다 풍경은?
지난주에 본 경치가 가장 좋았다. 친구의 베스파 뒤에 타고 해변의 수도원을 떠나 파트모스 언덕을 가로질러 달리면서 본 풍광이다. 휴가 마지막 날 밤 아주 잠깐 동안 찾아온 정말 완전한 행복을 느낀 순간이었다.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 글쓴이
- 프란체스카 밥(Francesca Ba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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