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티지아노 과르디니의 감각
지속 가능한 패션에 초점을 맞춘 헬싱키 패션 위크. 그곳에서 디자이너 티지아노 과르디니를 만났습니다. 과르디니는 2017년 그린 카펫 패션 어워즈에서 신인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주인공. 그동안 지속 가능한 패션에는 ‘개념적인, 수동적인, 부족한’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죠.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 찬 밀라노의 디자이너는 그것이 고정관념임을 하나씩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나서 다시 패션을 공부한 계기가 궁금해요.
11세 때부터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물론 부모님은 그런 예술적인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기에 경제학 같은 진짜 공부를 하도록 강요하셨고요. 난 행복하지 않았고 나 자신을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패션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결국 나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먹게 된 거죠.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주목받기 시작했나요?
레이블을 론칭하기 전, 여러 꾸뛰르 아틀리에에서 경험을 쌓았고 마르코 드 빈센조와도 짧게나마 협업을 했습니다. 패션 공부를 마치고 2년 후 수지 멘키스가 나의 조각 같은 드레스에 대해 “꾸뛰르와 자연이 공존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 주목받게 됐죠.
어떻게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런 감각을 타고난 것 같아요. 우리 주위의 자연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항상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나의 삶이자 디자이너로서 지닌 열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철학에 대해 말해주세요.
내적 가치를 겸비한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겁니다. 젊고, 행복하고, 삶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디자인하는 게 좋아요. 사람들은 역사적인 레퍼런스가 담긴 특정 디자인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패션은 결국 미래에 투영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의 컬렉션에는 장인 정신과 윤리적 가치가 공존합니다. 그래서 비싼 편이고, 다수의 대중에게는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내 컬렉션은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아이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아이템을 만드는 데 어떤 작업이 필요한가에 따라 가격대는 달라지죠. 라인별로 차이를 두고 있어요. 누구나 무언가를 살 수 있는 일상적인 룩도 있고, 프라이빗한 고객과 셀러브리티를 위한 오뜨 꾸뛰르도 있죠. 내 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한 옷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2018 F/W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지속 가능한 패션에는 무언가 결핍돼 있다는 인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죠. 예를 들면 쿨하지 않다는 식으로요. 나는 지속 가능한 패션도 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컬렉션 작업을 하는 동안 겨울 숲의 냄새,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 산의 풍경을 떠올렸어요. 동시에 삶 자체를 즐기는, 70년대 스튜디오 54에서 춤을 추는 여인을 상상했죠.
티지아노 과르디니를 입는 여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녀는 매우 지혜롭고 행복합니다. 젊은 영혼을 가졌고 디자인을 보는 눈이 있죠. 활동적이지만 사색적이기도 해요.
컬렉션에 사용한 친환경 소재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요. 최근에 사용한 소재는 대한민국 바다에서 건진 어망과 지중해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나일론, 누에고치를 죽이지 않고 나방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채집한 비폭력 실크 등이죠. 특히 이 실크는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철학이 확산된 인도에서만 생산됩니다. 고정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공급처가 있고 필요에 따라 다른 곳과 공동 작업을 하기도 하죠. 거의 매 시즌 자문을 구하고 협업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옳지 않은 방식으로 재활용한 의류를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도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와 관련된 작업도 하고 있고요.
패션 산업에서 환경오염과 의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사는 것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겁니다. 가공하지 않은 소재, 실, 원단을 생산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고 있죠.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난 이 옷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나? 그와 관련해 책임을 질 수 있는가?”라고요.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Tiziano Guard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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