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
우리 손에서 온종일 떠날 줄 모르는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걸 의지하기 때문일까요. 자꾸 건망증이 심해지진 않나요? ‘디지털 치매‘를 의심해봐야 할 순간입니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 내가 치매라고?
런던대학교에서 1,1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은 ‘수면 부족’과 ‘마리화나 중독’보다 더 지능 지수(IQ)를 저하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죠.
“치매는 단순히 잊어버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디지털 치매’ 또한 젊은이들이 특히 갈수록 점점 더 자주 잊어버리는 것 이상을 뜻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2007년 한국의 학자들이 처음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치매는 이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능력, 사고, 비판 능력에 관한 것이며, ‘정보의 홍수라는 미로’에 관한 것입니다.”
–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대체 왜 기억하지 않는 걸까요?
컬럼비아대학교의 벳시 스패로우 교수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제니 류, 하버드대학교의 다니엘 웨그너 교수는 “컴퓨터에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더 잘 기억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기억력 실험을 시작합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통제력 상실, 정신적, 신체적 몰락의 진행, 사회적 퇴보와 고립, 스트레스, 우울증의 악순환도 시작됩니다. 삶의 질이 저하되고 급기야 조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설마, 건망증 좀 생겼다고 이 정도로 문제가 있나 싶다고요? 뇌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합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다운됐다’는 말을 쓰죠. 순식간에 작동이 정지되는 순간을 말합니다. 뇌는 오류가 생긴다고 곧바로 정지되지 않아요. 뉴런의 신경회로망은 신경세포의 70%가 죽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85%가 사멸하면 뇌 기능이 현격하게 감소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세포가 있죠. 90%가 파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신경회로망이 간신히 작동하는데, 이러다 어느 순간 아예 뇌 기능을 멈춰버리는 겁니다.“
–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인터넷은 사람의 뇌를 얇고 가볍게 만듭니다. 온라인에 쏟아지는 정보를 ‘훑어보는 습관’을 만들어 호흡이 긴 글을 인내심 있게 읽어내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체크리스트
‘에이, 설마’라는 생각에 안도할 순 없죠. 일본의 고노 임상 의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아래의 리스트 7개 항목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 몇 가지인지 체크해보세요.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1. 외우는 전화번호가 회사와 집 전화 외에 몇 개 되지 않는다.
2. 직장 동료가 아닌 친구와 나눈 대화 중 80%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다.
3.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4. 신용카드 계산서에 서명할 때 외에는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5.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을 처음 만난 사람으로 착각한 적이 있다.
6. ‘왜 같은 얘기를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7. 자동차에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후로는 지도를 따로 보지 않는다.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외 없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일 겁니다. 우리는 ‘뇌’ 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대신에, 그 정보를 가진 대상인 ‘스마트 기기’를 기억하는 편을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세요.” –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게리 터크 감독이 만든 <Look Up> 영상을 보세요. 단순히 디지털 기기와 멀어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하루 중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집착을 내려두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시간, 나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습관이 지나치면 중독이 됩니다. 중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마음과 몸에 피해를 가져다주기 마련입니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을 가짐으로써 고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소소한 습관을 몸에 익혀보세요. 간단한 숫자는 암산하고 짧은 글은 메모하며 머리에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거죠! 어렵지 않죠?
- 에디터
- 홍국화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 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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