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과 함께한 감각의 여정 ‘미스 디올 도쿄 전시회’
‘미스 디올’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2011년부터 ‘미스 디올’ 캠페인에 등장하며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추앙받는 나탈리 포트만이다. 그녀의 강점은 ‘소신’이다.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면 나탈리 포트만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스타워즈>의 대범한 여성 운동가, 순수와 관능을 넘나드는 <블랙 스완>의 프리마돈나 등 다채로운 캐릭터로 분하는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면 ‘소신’이란 두 음절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자신이 홍보대사로 나설 브랜드 선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다익선’을 부르짖는 대부분의 유명 인사와 달리 나탈리 포트만은 단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 누군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찾는 법을 배우게 된 게 터닝 포인트였어요. 개성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남과 다른 점을 숨기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돋보이게 해야 했죠.” 나탈리 포트만은 한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2024년 사랑과 자유, 젊음의 기운을 더한 최신 향수 ‘미스 디올 퍼퓸’ 출시에 맞춰 나탈리 포트만을 그랜드 하얏트 도쿄 스위트룸에서 마주했다. 그녀가 감상적인 향기에 관한 추억, 향수와 개인적인 연관성, 현재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보그>에 공유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무엇보다 오늘 착용한 의상에 대해 물어봐야겠어요. 1960년대 ‘미스 디올’을 오마주한 컬렉션 의상이죠?
맞아요.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바로 여기, 허리를 보시면 벨크로 처리됐죠. 보통 성인 의상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 입고 벗기 수월해 만인이 벨크로와 친밀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웃음) 또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주머니를 디자인한 방식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여성이 여성을 제대로 이해한 의상을 디자인했을 때 비로소 나오는 결과물이죠.
함께 매치한 블랙 페이턴트 부츠의 원형 골드 굽까지 완벽해요.
미들 굽에 착화감이 훌륭해 하이힐에 두 발을 혹사하지 않아도 돼요.(웃음) 문득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이 한 멋진 말이 기억나는군요. 미국의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그녀는 여성용 상의에는 꼭 버튼이나 지퍼가 달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야 옷을 입고 벗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온전히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말할 때마다 눈에 띄는 손끝의 은은한 그레이 네일도 직접 매치한 건가요?
네, ‘디올 베르니’ 제품입니다. 컬러명은 ‘그리 디올’이에요. 디올 매장을 방문하면 익숙하게 보이는 벽면 색깔이기도 하죠. 제게는 ‘디올’이란 브랜드를 연상케 하는 컬러랍니다.
디올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미스 디올’이라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대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멋진 일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저의 삶 역시 디올이란 멋진 동반자와 함께 성장했고, 이 일로 만난 모든 이들이 이제는 가족 구성원처럼 느껴지죠.
2011년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미스 디올 쉐리’ 캠페인에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미스 디올’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언제 처음으로 향의 힘을 이해했나요?
돌이켜보면 향은 늘 제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당시엔 잘 몰랐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향에 이토록 강렬한 감각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죠. 하지만 향은 늘 우리의 의식 바깥에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시각이나 청각처럼 명확하게 감지되는 것이 아니라서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고 지나갈 뿐이죠.
2024년형 새로워진 ‘미스 디올’을 당신만의 언어로 묘사해본다면?
먼저 새로운 ‘미스 디올 퍼퓸’은 재스민 향을 베이스로 탄생했어요. 실제로 재스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죠. 20대 무렵 모로코나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지역을 자주 여행했는데 그곳의 아이들이 재스민꽃을 두 손 가득 건네곤 했어요. 재스민 향은 언제든 그 시절로 데려가 순수했던 저를 만나게 합니다. 마법처럼 느껴지는 시적인 경험이죠. 그래서 재스민을 베이스로 조향한 최신 ‘미스 디올’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새로운 ‘미스 디올’에서 당신과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나요?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점이요. 저 역시 그래왔으니까요. 이번 ‘미스 디올’ 캠페인 촬영에선 특히 대담하면서도 자유롭고 해방된 감정을 표현했으니 눈여겨봐주세요.
보통 감정을 드러내는 건 약점으로 여겨지죠. 하지만 당신이 연기하는 ‘미스 디올’은 그 반대입니다. 최근 당신이 만난 당차고 강인한 여성은 누구였나요?
늘 멀리서 지켜보며 존경하던 분인데 최근 만나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그 후 그분을 경외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죠.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뉴질랜드의 전 총리예요. 공감과 챙김을 리더십에 활용한 인물이죠.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지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었어요. 탁월하게 멋진 여성으로, 그녀의 리더십에는 인본주의가 녹아 있어요. 단언컨대 온전한 인간의 표본이라 여겨요.
지난밤 <미스 디올 도쿄 전시회>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죠. 전시장을 채운 ‘미스 디올’ 드레스 컬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피스는 무엇인가요?
혹시 스커트 헴라인이 지푸라기 같던 드레스를 기억하나요? 그 드레스를 입고 캠페인 영상을 찍을 때가 딸을 낳은 직후였는데, 옷이 도무지 맞질 않는 거예요.(웃음) 솔직히 말하면 당시 제 몸은 그 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영상에서도 드레스 뒤쪽은 잠그지 않고 앞모습 위주로 촬영할 정도였으니까요. 스태프들이 제안하기를, 지금은 이미지 촬영에 불과하니 드레스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앞쪽을 손으로 잡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포즈를 취했죠.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고, 제약이 창의성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을 입증한 완벽한 사례였어요.
도슨트가 되어 <미스 디올 도쿄 전시회>를 당신만의 언어로 설명해줄래요?
한마디로 정의하면 ‘감각의 여정’. 전시장 입구, 즉 곡선 형태의 방에서 전시가 시작됩니다. 소리가 차단된 예배당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성스럽고 경건한 분위기에 압도되죠.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엄마 스커트 뒤로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가 된 기분이 들 정도로 감각적인 요소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그 후 나선형으로 리본이 배치된 방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그다음 전시실에선 꽃향기가 느껴져요. 하나의 감각에서 또 다른 감각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여행을 디올의 헤리티지라는 완전한 스토리라인으로 재단했어요.
배우 커리어가 정말 대단해요.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당신에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 있나요?
그럼요. 아주 많아요.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는 무한하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탐색할 영역과 발전시켜나갈 부분이 무궁무진하죠.
제2의 나탈리 포트만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언젠가 니콜 키드먼이 해준 말이 있는데요,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정말 훌륭한 조언이었죠. “영화가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우리는 절대 알 수 없으니 결과보다는 경험의 가치를 선택하라”고요. 감독, 배역, 동료 배우 등 누구와 함께하든 각각의 요소가 모여 결국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니 그 안에서 경험을 얻으라는 이야기였죠.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면, 그 영화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충분하다고요. 그날 이후 그녀의 조언은 제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제1원칙이 되었어요.
울림을 주는 명언이군요. 성공한 배우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편인가요?
음,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동시에 조화를 이뤄야 하죠. 두 가지 정체성을 매몰차게 분리하고 싶진 않거든요.(웃음) 저는 배우이자 엄마이고, 누군가의 친구이자 딸이죠. 이 모두가 다 제 모습이니, 각각의 역할을 따로 구분한다면 완전체가 될 수 있는 내 역량을 부정하는 셈이죠.
저 역시 7세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선배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는지 궁금하군요.
첫째도, 둘째도 좋은 사람을 곁에 두라고 말해줘요. 누군가 너에게 나쁘게 대하면 그 사람을 멀리하라고요. 특히 여자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잖아요. “그 남자아이가 놀이터에서 너를 밀었다고? 걔가 널 좋아하나 봐.” 다른 곳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말을 해요. 전형적인 멘트인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특히 딸아이에게는 반대로 가르치죠. “누군가 너를 민다면, 그 사람을 멀리해야 해. 그래도 괜찮아. 네가 불편하면 그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도 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네가 편안한 사람으로 주변을 채우도록 해.”
현명한 대처법이군요. 만약 배우가 안 됐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까요?
제인 구달처럼 야생에서 동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요. 오랜 제 꿈이었어요.
유별난 동물 사랑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느껴집니다. 반려동물을 소개해주세요.
세 친구와 함께 살아요. 선데이(Sunday)는 믹스견인데 맑은 영혼을 지녔죠. 스위스 버니즈 마운틴 믹스 종인 팀버(Timber)는 사랑스럽고, 작은 테리어종 페니(Penny)는 마냥 밝아요. 제 옷에는 언제나 이 세 친구의 털이 묻어 있죠.(웃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짧은 질문으로 남은 시간을 이어가보죠.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가나요?
사막이요. 사막을 사랑해요.
북 클럽을 운영하는 ‘다독’의 아이콘입니다. 최근 심금을 울린 책은?
아주 많아요.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의 <나폴리 4부작>도 있고, 레이첼 커스크(Rachel Cusk)의 <윤곽>도 좋았어요. 그녀의 신간 <퍼레이드>도 대단하답니다. 가와카미 미에코(Mieko Kawakami)의 <젖과 알>도 굉장한 책이죠. 요즘은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 감독의 <올 포스(All Fours)>를 읽고 있는데 중년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에요.(웃음)
당신의 옷장을 빛내주는 마스터피스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디자인한 디올 케이프요. 걸치자마자 시크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 외에도 그녀의 환상적인 데님 팬츠와 화이트 버튼다운 셔츠는 유행을 뛰어넘는 클래식이죠.
헤어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헤어 변신에 꽤 심취했죠.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리기도 했고, 보브 헤어나 픽시 커트도 해봤죠. 핑크로 염색하거나 금발도 해봤고요. 손쉬운 관리에는 지금의 어깨 길이가 제일인데요, 아이들 등교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오전에는 역시 바로 묶고 나설 수 있는 긴 머리가 최고죠.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당신 옆자리에 아주 예쁜 디올 북 토트 백이 보이는데요, 파우치에 맨 먼저 챙기는 단 하나의 제품은?
‘디올 크렘 아브리콧’. 정말 사랑해요. 손톱 관리에 소홀한 제게는 필수품이죠. 늘 파우치 안에 넣고 다녀요. 물론 디올 립스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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