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사람들이 치마 대신 선택한, 올여름 제일 이상한 바지

2026.05.21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치마 대신 선택한, 올여름 제일 이상한 바지

여름만 되면 바지가 갑자기 어려워집니다. 청바지는 덥고, 쇼츠는 너무 캐주얼하고, 치마는 은근히 신경 쓸 게 많죠. 그래서인지 요즘 패션 피플이 하나둘 꺼내 드는 건, 치마처럼 펄럭이는데 사실은 바지인 애매한 하의입니다.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실루엣에 무릎 아래에서 한번 모아지는 형태. 블루머와 카프리 팬츠 사이 어디쯤 걸쳐 있는 하이브리드 팬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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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복잡한 바지의 이름은 하렘 팬츠입니다. 원래는 19세기 여성들이 페티코트 안에 받쳐 입던 속바지 폴롤로(Pololo)에서 출발했습니다. 2026년의 폴롤로는 빅토리아풍 레이스 속옷보다 훨씬 담백합니다. 작년 끌로에가 밀어붙였던 보헤미안 무드가 레이스와 러플에 가까웠다면, 이번 시즌은 볼륨만 남기고 훨씬 미니멀하게 정리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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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처럼 보이지만 움직임은 훨씬 자유롭습니다. 허벅지부터 둥글게 퍼졌다가 종아리 근처에서 다시 모아지는 실루엣 덕분에, 걸을 때마다 원단이 살랑거리죠. 멀리서 보면 미디스커트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입어보면 바지 특유의 안정감이 있습니다. 계단 오를 때 괜히 치맛단 붙잡을 필요도 없고, 바람 부는 날 괜히 예민해질 이유도 없죠.

런웨이에서도 존재감이 강렬했습니다. 끌로에는 볼륨을 극대화했고, 울라 존슨은 힐을 매치해 우아하게 풀어냈죠. 반대로 레이첼 코미는 재킷 같은 테일러링 아이템과 섞어 일상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쪽도 2000년대식 해적 바지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바지는 코스튬처럼 입는 순간 끝장이거든요.

Chloé 2025 S/S RTW

Ulla Johnson 2026 S/S RTW

Rachel Comey 2026 S/S RTW

하렘 팬츠가 충분히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상의는 최대한 힘을 빼는 게 좋습니다. 몸에 가볍게 붙는 탱크 톱이나 셔츠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신발도 마찬가지고요. 플립플롭이나 스트랩 샌들처럼 발등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바지 밑단이 종아리에서 한번 끊기기 때문에, 발목까지 답답해지면 전체 실루엣이 무거워 보이기 쉽거든요.

재밌는 건 이 바지가 은근히 ‘보이프렌드 룩’처럼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원래 보이프렌드 룩 하면 헐렁한 데님이나 커다란 셔츠를 떠올렸죠. 그런데 지금은 그 방식이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반면 하렘 팬츠는 치마 같은 낭창한 인상을 주면서도 실제론 활동적인 바지라, 페미닌함과 보이시함을 동시에 풍깁니다.

아마 한동안은 계속 보게 될 겁니다. 늘 편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참 이상하게 생겼군’ 하고 눈에 들어왔다면, 예뻐 보이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하솔휘

하솔휘

웹 에디터

2025년 4월 <보그>에서 시작했습니다. 패션 감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글을 씁니다. 많이 듣고, 다니고, 읽고,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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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ria Luis
사진
Getty Images, GoRunway
출처
www.vogu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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