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The Great Chapbook

2018.10.04

The Great Chapbook

노상호 작가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2019년 2월 10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1,500점이 넘는 드로잉 신작과 3m 길이의 대형 걸개그림을 선보인다. 그가 방대한 작업을 하는 이유.

전시명이 <더 그레이트 챕북 II(The Great Chapbook II)>다.
2016년 개인전 <더 그레이트 챕북(The Great Chapbook)>의 2편을 제작하는 마음으로 ‘II’를 덧붙였다. ‘챕북’은 영국에서 실크스크린 인쇄로 값싸게 판매하던 1달러짜리 북을 의미한다. ‘그레이트’를 붙여 아이러니한 느낌을 주고 싶었고, 내 작업 자체가 무언가를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 얇고 넓게 퍼져가기에, 점점 확장해나가며 ‘위대해지는’
책이라는 뜻도 담고 싶었다.

SNS에서 수집한 이미지 위에 얇은 먹지를 대고 화면을 재편집하여 A4 크기의 드로잉으로 제작했다. 이를 대형 회화, 입간판, 패브릭 등 다양한 매체와 형태로 확장하고, 일부는 의류 매장처럼 옷걸이에 걸어 전시했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나 자신을 ‘얇은 먹지 같은 사람’이라고 자주 표현한다. SNS나 가상 환경 속 무수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나라는 아주 얇은 존재(혹은 필터)를 거쳐 다시 생산한다. 이를 나의 가상 환경 플랫폼(SNS)에 업로드해, 다시 소비되도록 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그날 본 이미지로 작업하고 있다. 타임라인 속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이미지의 재생산, 재소비되는
과정을 내 작업을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이번에는 1,500점이 넘는 드로잉 신작 등을 전시한다. 평소에도 방대한 작업량으로 유명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받아들이는 수많은 이미지의 속도감을 좇고 싶다. 이미지를 범람시켜 관객이 전부 관람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선택하게 만들고 싶기도 하다. 마치 인스타그램의 타임라인을 전부 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듯이 말이다.

전과 달리 이번 전시는 관람자의 직접적인 해석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이전 작업에서는 이미지를 그리면서 이야기도 지어 텍스트로 제시하곤 했다. 이번에는 텍스트가 없다. 전시장에서
텍스트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이미지만으로도 각자의 내러티브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람자는 이미지를 보며 스스로 내러티브를 설정하고 해석할 것이다.

자신을 “생산자나 서술자가 아닌 이미지의 전달자”라고 칭한다.
이미지가 소비되고 사라지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많다. 애초에 작업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가 아니라, 흩뿌린 이미지를 가져와 조합하거나 다른 요소를 덧대어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달자로서 행위’를 강조한다. 이미지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이미지가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고 흘러가는지 그 과정을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다.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