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OLE
니콜 키드먼은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와 매주 저녁 식사를 한다. 그녀가 제작하고 온갖 상을 휩쓴 〈빅 리틀 라이즈〉의 시즌 2를 위해.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은 할리우드에 남은 몇 안 되는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다. 연기 변신은 전설에 준한다. 매우 차분하고 당당하며, 찬사가 쏟아지는 명연기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미모는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일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내슈빌의 래드너호 주립공원에서 2시간쯤 등산하자 어쩔 수 없이 힘들어했다.
“화장실에 가야겠어요.” 그녀가 큰 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뻥 뚫린 길뿐. “이쪽으로 가면 30분 걸려요.” 그녀가 손으로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1시간 걸리죠.” 그러더니 특유의 억양으로 말했다. “어쩌면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인터뷰는 확 트인 야외로 나가서 하자고 제안했다. 파카, 비니, 카고 팬츠, 스니커즈, 백팩까지 모두 블랙으로 통일하고, 커피, 물, 사과를 챙겨온 그녀가 민낯으로 작은 언덕을 오르며 다운된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하세요. 카페로 가지 않겠다고 한 장본인이 누군지 말이죠.” 그러더니 나무 뒤쪽에 있다가 나오며 말했다. “질문 계속하세요!”
약 567만㎡에 달하는 자연 보호 구역을 함께 등산하는 것이 우리의 첫 만남은 아니었다. 키스 어번(Keith Urban)과 결혼 직후, 호주에서 인터뷰하며 출산에 대한 포부를 털어놨다. 지난해에는 LA에서 만났다. 그때는 <베니티 페어>의 ‘Secret Talent Theatre’란 코너에서 씩씩하게 벌레 먹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 대범한 모습은 유튜브에서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우리는 길을 헤매기 딱 좋은 굽이굽이 이어진 흙길을 걷고 있었다. 실제로 길을 잃을 뻔했고, 희귀 부엉이도 봤다. 추운 날씨에도 우리는 몇 팀을 제치며 빠르게 걸었다. 몇몇 사람은 대포같이 생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우리를 찍는 파파라치예요.” 키드먼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있는 곳은 내슈빌이었고, 모든 시선이 야생동물을 향해 있었다. 젊은 여성 한 무리가 우리를 지나쳤다. 그런데 그 누구도 오스카상, 골든 글로브, SAG 어워드, 에미상을 탄 스타를 재차 돌아보지 않았다. “내슈빌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군요.” 내가 말했다.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되죠.” 그녀가 내 말에 동의했다. 나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내슈빌 에티켓’이란 ‘사람들이 평화롭게 자기 삶을 누리도록 허락하는 것’을 뜻함을 깨달았다.
그녀는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다이내믹한 커리어를 쌓아가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배우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커리어에도 목가적인 테네시주에서 한숨 돌리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녀의 커리어에 불을 붙인 것은 <죽음의 항해 (Dead Calm)>(1989)에서 맡은 역할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를 시도했고, 구스 반 산트 감독의 <To Die For>(1995)에서 빛을 발했다. 그다음 <Eyes Wide Shut>(1999),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된 <Moulin Rouge>(2001) 그리고 같은 해 개봉한 <The Others> 같은 대작으로 바쁘게 보냈다. 그녀는 <The Hours>(2002)에서 버지니아 울프 역을 맡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탔다. 다음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예술적 모험이 뒤를 이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Dogville>(2003)에서 개 목걸이를 차고 네발로 기었다. <Birth>(2004)는 키드먼이 아이와 함께 목욕하는 장면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찬사가 조금 줄긴 했지만, <The Stepford Wives>(2004), <그녀는 요술쟁이 (Bewitched)>(2005), <The Interpreter>(2005)처럼 상업 영화에 출연했다. 그녀는 <Fur>(2006)에서 다이앤 아버스 역을 맡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전신을 면도했다. 심지어 자신의 제작사를 설립했다. 블로섬 필름(Blossom Films)은 히트작 <Rabbit Hole>을 제작했고, 리 다니엘스 감독의 <Precious> 후속작 <페이퍼 보이: 사형수의 편지(The Paperboy)>를 통해 새로운 한계에 도전했다.
지난해 그녀는 네오 누아르 작품 <Destroyer>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인물로 등장했다. 그리고 성적 취향의 전환을 다루는 치료 영화 <Boy Erased>에서는 게이 아들을 둔 남부 지방의 엄마 역을 맡았다. 그뿐 아니라 그녀가 출연한 DC 코믹스의 <Aquaman>은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또 7부작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는 19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13개의 상을 받았다. 호주에서 10대에 안방극장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그녀의 첫 TV 복귀작이었다. “독특한 영화를 찍었고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도 해왔어요. 여전히 행위 예술을 좋아하고 타인의 기대를 넘어서고 싶기에 그런 영화에 전념하는 거죠. 평범한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하면서 웃었다. “남편은 ‘당신, 이제 대세가 아니야’라고 늘 말해요.”
키드먼은 13년 전 내슈빌에 집을 꾸렸다. 그녀와 어번이 결혼한 후였다(톰 크루즈와 10년 동안 함께한 결혼 생활도 벌써 20년 전 끝났다). 어반은 지난해 컨트리 뮤직 협회에서 올해의 엔터테이너상을 받았고 2019년 아카데미 오브 컨트리 뮤직 어워드에서도 올해의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순회공연 중이다. 두 사람은 부부로서 이중의 ‘메가 파워’를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원하는 것, 이런 관계에서 바라는 것이 극히 단순하죠”라고 키드먼이 말했다. 그녀는 ‘공연 투어에 참여하는 아내’가 되길 좋아한다. 남편의 투어 스케줄과 날짜를 한 번 보면 그대로 기억할 수 있다. “키스가 기타 연주자이자 가수라는 사실이 정말 좋아요. 기타 연주와 곡 작업에 엄청나게 열정적이죠.”
그녀의 가족 모두 음악을 사랑한다. 여덟 살 페이스(Faith)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그날 아침 피아노를 연주하던 열 살 선데이(Sunday)는 엄마의 직업에도 관심이 많다. 선데이는 내게 아이패드로 촬영한 영화를 보여줬다. 아이가 친구들과 만든 병원 드라마였다. “아이들을 억지로 끌어들일 수 없죠. 어느 누구도 제게 배우가 되라고 동기를 부여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를 단념시키려고 애썼죠.” 키드먼은 기네스 팰트로의 ‘Mother’s Day Goop(어머니날의 버릇 없는 아이라는 뜻)’ ‘Gwyneth×Blythe: On Mothers and Daughters’ 팟캐스트를 좋아했다. 팰트로와 그녀의 어머니 블라이드 대너가 몸담고 있는 영화계를 맥락으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키드먼은 키스의 그래피티 U 월드 유럽 투어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 4학년 현장 체험 학습을 인솔했다. 시차에 적응하느라 매우 피곤했지만. 키드먼과 키스는 이처럼 굉장히 열정적인 부모다. 공연이 열리는 곳이나 영화 촬영지에 개인 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다. 키드먼은 일할 때, 심지어 촬영이 한창 진행될 때조차,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지내거나, 계속 집으로 날아온다. 다른 면에서 보면, 선데이와 페이스는 보통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키드먼은 자신의 훈육 방침 때문에 부모로서 “별로 인기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 애들은 휴대폰이 없어요. 인스타그램도 못하게 했어요.” 톰 크루즈 사이에서 키운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다. 아들 코너(Connor)는 음악을 한다. 키드먼은 그가 마이애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딸 벨라(Bella)는 결혼했고, 최근에 티셔츠 라인 BKC(Bella Kidman Cruise)를 론칭했다. “벨라는 런던 근교에 살아요. 글쎄, 그 아이는 자신을 영국인처럼 느끼는 것 같아요. <Eyes Wide Shut>, <Mission: Impossible>, <여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을 촬영하면서 거기서 지냈거든요. 두 아이 모두 어릴 때 영국 억양이 있었죠.”
이번 봄, 블로섬 필름은 <The Undoing> 촬영을 시작했다. 진 한프 코렐리츠(Jean Hanff Korelitz)의 <You Should Have Known>을 원작으로 하는 이 6부작 드라마의 연출은 수잔 비에르가 맡았다. 그리고 키드먼은 데이비드 E. 켈리에게 각색과 총괄 제작을 맡김으로써 <빅 리틀 라이즈> 팀을 다시 모았다. 그녀와 함께 휴 그랜트와 도널드 서덜랜드가 주연이다. 게다가 이 제작사는 얼마 전 아마존 스튜디오와 계약을 체결하고 벌써 드라마 <The Expatriates>의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키드먼은 51세다. 그 나이 때 여성, 특히 주연배우는 차츰 사라지리라 예상되거나 그렇게 강요받곤 한다. 꺼져가는 불빛처럼 브로드웨이에서 작은 배역을 맡거나 카메오로 출연한다. 할리우드 역사를 보면 그런 나이다. 하지만 키드먼은 변함없이 타오른다. 2018년을 성공적으로 보낸 그녀가 올해도 중요한 역할을 두 가지 맡았다. <The Goldfinch>에서 미세스 바버(Mrs. Barbour), 영화감독 제이 로치 (Jay Roach)가 메가폰을 잡은 로저 에일스(Roger Ailes)의 전기 영화(제목은 미정)에서 그레첸 칼슨을 연기한다. “그래서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 죠. 모든 창의적 에너지를 모아둘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조 크라비츠, 쉐일린 우들리와 함께하는 <빅 리틀 라이즈> 시즌 2가 HBO에서 방영된다. “조와 쉐일린의 성장을 보는 게 정말 좋아요. 로라와 리즈도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우린 모두 아주 달라요. 그렇지만 서로를 보완하죠.” 그녀는 출연진 전체가 크라비츠와 동료 배우 칼 글루스만(Karl Glusman)의 결혼식에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더스푼은 그들 모두 키드먼의 자그마한 ‘간식 가방’을 놀리는 것을 재미있어한다고 전했다. “색다른 간식이 들어 있죠. 저희는 늘 그 가방 속에 들어 있는 ‘할머니들의’ 딱딱한 버터 스카치와 페퍼민트 맛 사탕을 놀려대죠.”
“니콜과 저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나누죠. 다른 여배우 한 명 정도랑 함께한 적은 있는데 주연배우 다섯 명과 함께 찍은 적은 없었다고 말이죠.” 위더스푼이 말했다. “저랑 같은 분량을 연기하는 여배우들과 화면상으로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함께 일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다시는 못해볼 독특한 경험이죠.” 메릴 스트립 역시 시즌 2 합류 요청을 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가 ‘동료애’라고 말했다. “팬들이 다음 시즌을 원했고, 저도 원했어요. 저는 어떤 역할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출연 계약을 했죠. 이 그룹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키드먼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전형적 행복한 앙상블에 만족한다. <프렌즈> 출연진을 보세요. 모두 당시를 함께 보냈어요. 우리 중에는 남자 배우가 없어서 그들과 다르죠. 아니, 뭐 있긴 하죠. 그런데 남자 배우들은 우리 채팅 그룹에 참여하진 않죠.” 잠깐만요. 니콜, 리즈, 로라, 조, 쉐일린이랑 그룹 채팅을 한다는 거죠? 메릴도 같이 하나요? “같이 하죠. 정말 재미있으세요.” 키드먼이 말했다.
위더스푼은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여자들이 함께 보내는 밤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매주 메릴과 저녁 식사 하러 간다는 게 믿기세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요! 여배우들이 쌓아온 수십 년을 방출하는 것과 같죠. 우린 한데 뒤섞이며 상상도 못할 대화를 나누죠. 그간 겪은 굴욕과 환희의 순간을, 그리고 영화계에서 여성이 겪는 일을 공유하죠.”
리안 모리아티(Liane Moriarty)의 원작을 각색한 <빅 리틀 라이즈>는 부유한 캘리포니아 북부 몬터레이에 거주하는 다섯 엄마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으로 드러나는 여성의 복합성을 다루는 역작이다. 니콜과 리즈가 운영하는 제작사 두 곳이 힘을 합쳐 그 작품을 HBO에서 방영하게 되었다. “우리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그 원작을 읽었고, 똑같이 그 작품을 제작하고 싶어 했죠.” 리더스푼이 말했다. “그래서 서로 경쟁하는 대신, 전화를 걸어 파트너로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했죠.” HBO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플레플러는 이렇게 회상했다. “편집본을 볼 때가 생각나요. 이야기 전개와 연기 수준이 놀라운 경지였죠.”
가정 폭력의 의미에 대해 빙빙 돌려 이야기하는 치료사와 단둘이 있는 장면을 연기하는 니콜 키드먼은 거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장 마크 발레(Jean Marc Vallée) 감독의 연출 그리고 켈리와 모리아티의 공동 각색이 더해지자, 키드먼의 연기는 에미상, SAG 어워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속편의 플롯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키드먼이 이런 이야기만 전할 뿐이다. “엄청난 이야기가 들어 있었으면 해요. 죽음의 여파인 거죠.” 켈리가 각본을 다시 맡았고 이번에는 안드레아 아놀드(Andrea Arnold)가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발레 감독은 프로듀서로 남았다. 키드먼이 말했다. “마크는 여전히 이 드라마의 아버지 같은 사람입니다. 첫 번째 시즌에 그의 색이 많이 깔려 있으니까요. 안드레아는 시즌 2에서 저희로부터 다른 감성을 끌어냈어요.”
스트립이 메리 루이즈(Mary Louise)를 연기했다. 키드먼이 연기하는 셀레스트의 시어머니이며 아들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마을로 오는 여인이다. 스트립은 첫 촬영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니콜 키드먼은 정말, 정말, 어렵게 연기해야 하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갑자기 뭔가를 깨닫고 무너지는 그런 장면이었죠. 그 장면을 찍고 또 찍더라고요. ‘저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그래서 저는 감독에게 급히 달려가 ‘충분한 것 같지 않아요?’라고 말했죠. 저도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아니까요. 그런데 그녀는 괜찮더라고요. 그 엄청난 힘을 능가하는 평온함과 차분함, 신중함을 지닌 것 같아요.” 스트립에 따르면 시즌 2에서 키드먼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거라고 한다. “정말 경외의 대상이에요. 강철 같은 척추를 가진 비밀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발키리(북유럽 신화 속 전쟁의 처녀) 같아요. 기강이 잡힌 사람이죠. 그렇지만 매우 여린 자아의 보호를 받고 있죠. 키가 182cm예요. 182cm라고요. 조금 더 높이면, 세상에, 정말 크죠. 이 드라마 마지막에 바로 그런 것을 보게 될 거예요. 니콜의 정점을 말이죠.”
키드먼은 지식인 부모님 아래 자랐다. 어머니 자넬(Janelle)은 시드니에서 간호 교사로 재직했고, 아버지 안토니 키드먼(Antony Kidman)은 생화학자이자 임상 심리학자였으며 작가였다. 아버지는 2014년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했고, 큰딸인 키드먼은 그 상실감으로 여전히 힘들어한다. 키드먼과 여동생 안토니아(Antonia)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정치와 철학을 이야기하며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에 환원하는 법도 배웠다.
“엄마는 늘 ‘대의’를 가지라고 말했죠.” 키드먼은 이미 몇 가지 대의를 실천하고 있다. 2006년 그녀는 유엔여성기구 친선대사로 임명되었다. 지난해에는 여성 폭력 금지를 위한 유엔 기금을 지원하기 위해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비영리단체 ‘Futures Without Violence’를 운영하는 에스타 솔러(Esta Soler)가 말했다. “에미상 수상 이틀 후, 그녀가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폭력 예방과 교육을 홍보하기 위해 생존자들, 지지자들과 함께했죠.” 키드먼은 가정에서도 관련 교육을 한다. 물론 어려운 일임을 인정했다. “선데이에게 ‘이 세상 다른 곳에는 남자들이 몸을 소유한 어린 소녀들이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었죠. 아이는 ‘뭐라고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교육하려고 애써요. 하지만 차분하게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에 불과하죠.”
현재 스탠퍼드 여성암센터장인 조나단 베렉은 28년 전 키드먼을 처음 만났다. 그 당시 베렉 교수는 UCLA에 재직 중이었다. 그때 키드먼의 엄마가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녀가 스탠퍼드 여성암센터 ‘Under One Umbrella’를 설립하는 기폭제가 되어주었죠. 벌써 창립 10주년을 맞았어요. 키스가 축하 공연을 해주었답니다. 35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고, 지금까지 총액이 5,2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그녀의 가족은 고향 호주를 적어도 1년에 두 번 정도 찾는다. 시드니 어린이병원에서 보여준 자선 활동은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다. 매년 병원 스태프와 어린이들을 위한 명절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방문했다. “니콜은 연기에 쏟는 것만큼 아픈 아이들에게 엄청난 열정을 쏟아요.” 시드니 어린이병원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바네사 존스톤이 말했다. “최근 두 사람이 방문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봤죠.” 키드먼은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하나님을 향해 강한 믿음을 가지며, 그것을 대놓고 이야기하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많은 친구로부터 놀림을 받아요.” 키드먼 가족은 모두 교회에 다닌다. “그것이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입니다. 키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어요. 그 역시 예배에 참석하죠. 할머니가 매우 신실한 가톨릭 신자였어요. 그래서 저도 기도하며 자랐어요. 그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제가 절대적 믿음을 지닌 건 아니었어요. 늘 의구심을 품었죠. 제멋대로인 데다가 거침없는 소녀였으니까요. 하지만 아버지는 늘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죠.”
나는 나무 뒤에서 나와 언덕을 내려온 후 키드먼에게 요즘 눈시울이 자주 불거지는 이유를 물었다. “삶이 다 그렇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더 원초적이고 순수해졌어요. 전에는 매우 겁먹곤 했죠. 그래서 지금은 ‘세상과 생각을 공유하자’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갑자기 제 생각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리 안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죠.”
등산의 막바지에 우리는 부엉이를 보았다. 키드먼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잔뜩 들뜬 아이같이 흥분했다. 우리 둘 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중요한 순간, 키드먼의 휴대폰이 작동되지 않았다. 나는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런데 부엉이는 감쪽같이 위장하고 있어서, 사진 속 나무처럼 보일 뿐이었다. 우리는 멈춰 서서 휴대 폰을 치우고 이 아름다운 장소에 있는 아름다운 생명체를 보면서 감사했다. 결국 나는 유니콘 같은 존재와 그날 오후를 보냈고, 우리 둘 다 부엉이를 보았다.
- 포토그래퍼
- 콜리어 쇼어(Collier Schorr)
- 글
- 크리스타 스미스(Krista Smith)
- 헤어
- 로딘(Rodin)
- 메이크업
- 뉴트로지나(Neutrogena)
- 스타일리스트
- 사미라 나스르(Samira Nasr)
추천기사
-
여행
니스에서 동해까지, 다시 쓰는 여섯 도시의 여행 지도
2024.12.07by 류가영
-
뷰티 트렌드
홀리데이 에디션 등장, 11월 넷째 주의 뷰티 인스타그램
2024.11.26by 이정미
-
푸드
케이터링을 넘어 ‘식용 조각’ 경지에 오른 푸드 아티스트
2024.12.09by 류가영
-
리빙
가장 아름다운 호텔로 선정된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
2024.12.05by 오기쁨
-
아트
스페인 '보그'가 해석한 한강의 세계
2024.12.10by 황혜원, Tania López García
-
리빙
메리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팝업 4
2024.12.12by 이정미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