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받을 줄 알고"
영화인들의 축제,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한 해의 영화계를 되돌아보는 자리이자 영광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죠. 청룡영화상의 밤을 수놓은 무수한 말, 한번 살펴볼까요?
2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진행된 이번 시상식. MC는 ‘청룡의 여신’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습니다. 두 사람은 2년 연속 호흡을 맞췄죠.
특히 이날 오프닝 프레젠터로 이병헌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역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 많은 수상자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생충>이 받을 줄 알고…”라는 말로 소감을 시작한 덕분에 이날 시상식 최고의 유행어는 “<기생충>이 받을 줄 알고”가 됐죠.
영화 <국가 부도의 날>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조우진은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영화 <증인>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우성도 “앉아서 시상식 보는데 불현듯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는 말을 장난으로 해보고 싶었는데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습니다.
이날 <기생충>은 감독상을 포함해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5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기생충>으로 처음 청룡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그는 “나름 받고 싶었던 상이다. 너그러이 봐달라. 앞으로도 한국 영화에 가장 창의적인 기생충이 되어 한국 영화 산업에 영원히 기생하는 그런 창작자가 되겠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는 <기생충>의 최우식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두고 “오늘 시간도 많고 스케줄도 없는데 청룡에서 불러주지 않아서 집에서 TV로 보고 있는 최우식 군, 우식아 고맙다”라고 놀려 폭소를 유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여정은 “여우주연상 부문은 저만 <기생충>이 받을 줄 몰랐나 보다”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음을 고백했죠. “연기가 짝사랑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는 그녀. 지금처럼 씩씩하게, 잘, 열심히 짝사랑해보겠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기생충의 히로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극 중 가정부 아줌마 이정은은 이날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너무 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거 같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스스로는 이만한 얼굴이나 몸매가 될 때까지 그 시간이 분명히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결국은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습니다. 이정은은 <기생충>으로 주목받아 두려웠던 마음을 토로하며 배우로서 자만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 된 <기생충>.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이 이 자리를 채우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SBS,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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