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누벨바그 드 샤넬

2020.02.11

누벨바그 드 샤넬

샤넬의 2020 S/S 컬렉션 쇼를 위해 그랑 팔레는 파리의 옥상으로 꾸며졌습니다. 회색 아연판과 중간중간에 솟은 굴뚝, 하늘을 향해 열린 창문은 패션의 도시와 깡봉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지붕의 모습이죠. “나는 파리의 지붕에서 누벨바그의 분위기를 떠올렸어요. 지붕 위를 걷는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고, 진 세버그를 연기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당시 가브리엘 샤넬의 옷을 입었던 모든 여배우에 대해 생각했죠.”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비르지니 비아르는 이번 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영화는 컬렉션의 중요한 테마였습니다. 장 밥티스트 몬디노가 촬영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등장한 이번 광고의 중심에도 영화가 있었죠. 몬디노는 특히 쇼장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미니멀하지만 탁 트인 세트의 느낌, 지붕 위를 걷는 소녀들의 가벼움, 꾸밈없고 순수한 걸음걸이 등. 이 가벼운 느낌은 트램펄린에서 뛰어올라 공중에 떠 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을 포착한 ‘무중력’ 사진으로 구체화됐습니다. “옷은 마치 스스로 움직일 것만 같은 느낌을 줘요. 춤추고, 뛰고, 숨도 쉬는 거죠. 굉장히 신선한 접근입니다.” 스튜어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누구나 옷을 입었을 때)가벼운 느낌을 원하니까요. 당장 달려 나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이죠.”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포착된 스튜어트의 옷은 마치 풍선처럼 가볍게 부풀어 올라 있습니다. 제멋대로 뻗은 그녀의 머리카락도, 주얼리도 경쾌하게 휘날리죠. 샤넬의 앰배서더로 이전에도 공방 컬렉션과 가방, 향수, 메이크업 컬렉션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지만 영화라는 주제에서 그녀 이상의 누군가를 생각해내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마치 계획이라도 한 듯 누벨바그의 아이콘, 진 세버그의 전기 영화 <세버그>에서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았고요. 스튜어트는 세버그의 연기에 대해 말했습니다. “리허설을 하거나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냥 원래 그렇게 살았던 것 같은데, 우아함이나 기품을 잃지 않습니다.”

컬렉션 역시 누벨바그 영화 속 여배우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에서 본 듯한 의상 사이로 아이코닉한 샤넬 재킷을 응용한 플레이수트 시리즈가 눈에 띕니다. 재킷 아래에 클래식한 플레어 스커트를 연장한 재킷 드레스도 매력적. 짧은 길이의 스커트와 팬츠는 늘씬한 다리를 돋보이게 하죠. 앵클 스트랩의 걷기 편한 플랫 슈즈는 여배우들이 빠른 속도로 파리의 돌길 위를 걷는 모습을 상상케 합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모든 것이 결합해서 완성한 젊음과 자유로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비르지니 비아르가 디자인한 옷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 옷을 입으면 뭔가 해야 하죠. 그저 예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옷은 누군가 꼭 입어야 할 운명인 겁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Chanel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