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Present and Future
작가 이재이가 뉴욕으로 떠나기 하루 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그를 만났다.
퍼포먼스 기반의 비디오에서 시작해 영상, 사진, 설치 등으로 작업 매체를 넓혀가며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3월 8일까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전시 <강박²>에 참여한 그의 영상 작품이 흥미로웠다. 정동길 카페에서 들은 ‘히스토리’도 작품 못지않다. 시카고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주목받기까지 도서관과 집을 오가길 반복하던 몇 년, 늘 불확실성에 부딪친 작업 과정 등은 치열한 뉴욕 예술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던 강단을 말해준다.
전시 중 ‘한때 미래였던(3채널 영상, 7분 13초, 2019)’은 버려진 푸투로 하우스(Futuro House)를 배경으로 ‘계속 꽃을 사는’ 남자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푸투로 하우스는 핀란드 건축가 마티 수로넨(Matti Suuronen)이 60~70년대 만든 건축물로, 미래적 디자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전역에 퍼진다. 작가는 “20세기에 만든 미래적 디자인이나 건축물은 당시 사람들이 미래의 형태를 어떻게 상상하고 시각화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미래는 ‘not here’, ‘not now’로서만 존재하며, 그것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지금 이곳이 아닌, 곧 이승이 아닌 곳에 대한 환유죠. 이 작품은 과거에 기대하던 미래, 그러나 도래하지 않고 지나가버린 미래에 대한 고찰이며, 그럼에도 현재에도 계속되는 완강한 정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푸투로 하우스는 필라델피아, 뉴저지 등에도 있지만 텍사스 로이스시티 근처의 것을 선택했다. “빔 벤더스의 영화 <파리 텍사스>를 무척 좋아해서인지, 텍사스에 있는 푸투로를 고집했어요. 연고도, 숙소도 없는 마을에서 작업하려니 ‘왜 이렇게 힘들게 여기를 고집하는지’ 되물어야 했죠. 로이스시티에 방치된 푸투로 하우스는 유효기간이 지나 미래가 오기를 기다리던 시간마저 잊힌, 미래를 상징하는 오브제예요. 잊힌 미래를 현재에 다시 투사해 되짚어보는 것은, ‘복고 미래적 유물’의 디자인과 특이성이 현재의 문화적 규준을 배경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는 것이며, 상상한 미래로서 과거의 조각을 맞추어내는 것입니다. 그 맞춘 조각으로 만든 이미지, 이야기는 정념의 이미지이며, 실패한 유토피아에서도 끊임없이 순환되며 이어지는 존재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죠.” 또 다른 작품은 ‘다시 또다시(단채널 영상, 3분 49초, 2019)’다. 텍사스의 쇠락한 마을, 코르시카나의 오랜 극장 무대에서 사학자 예후다 사프란(Yehuda E. Safran)이 독백을 한다.
시간의 구조와 존재 방식에 관한 내용이다. 이 두 작품은 댄서들이 경험을 재연하는 전작 ‘완벽한 순간’과 연계된,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3부작이다. 이재이 작가가 그려낼 앞으로의 시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피처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이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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