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기억, 그 여자의 망각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김동욱은 모두를 기억하는 남자로, 문가영은 중요한 순간을 잊은 여자로 만난다. 실제의 그들은 다르다.
망각의 혜택을 누리는 남자
김동욱은 SNS를 하지 않는다. “자기 사진을 사진첩 대신 어딘가에 올리면 누가 봐주기를 원하는 거잖아요. 나를 자꾸 밝히고 싶지 않아요. 한번 시작하면 기대를 만족시켜야 할 텐데 그럴 자신도 없고.” 요즘 배우들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수입을 위해, 때로는 그냥 재미있어서 인스타그램은 물론 유튜브까지 한다. 그러나 김동욱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들다. 그는 작품으로만 말해온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 5년만 봐도 드라마 <하녀들>(2014~2015),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2015~2016), <자체발광 오피스>(2017), <손 더 게스트>(2018),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 등에 영화 <후궁: 제왕의 첩>(2012), <쓰리 섬머 나잇>(2014), <신과 함께-죄와 벌> (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7), <어쩌다, 결혼>(2018)까지 가세한다. 김동욱에게 인터뷰를 위해 밀린 작품을 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 보는 게 가능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고, 어떻게든 해내야지만 정체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모험과 시도란 명분을 갖기가 어려워요. 핑계가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면서 작품에 책임감과 불안감이 더 생겼죠.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작품 수를 한정하지 않을 거예요. 부담감이 들더라도 욕심나는 작품은 할 겁니다.”
김동욱은 지난해 12월 30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작품으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자 “드라마 데뷔를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으로 했는데, MBC 연기대상은 12년 만에 처음 초대받아서 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다시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놀란 표정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았죠.” 그는 ‘대상 턱 주간’을 가져야 했지만 상이 가져온 심정적 변화는 없다. “상이란 ‘받을 만한 자격임을 다시 증명해달라’는 의도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의 사명으로 살면서 대상이라는 응원이자 동기부여를 받았을 뿐이죠.”
그는 “기다림은 배우가 평생 가져갈 업보인데 잘 견딜지 고민”한 적이 있다. 그 기다림의 보답이 <신과 함께>의 흥행에 이어 연기대상으로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동요가 없다. “삶은 ‘업 & 다운’이 있어요.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도 빨간불에 서야 하고, 노란불이 켜지면 갈지 말지 고민해야죠. 연기를 해오면서 더 달릴지 쉬면서 나를 돌볼지 고민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배우로서 30년, 40년, 50년을 할 만한 자질이 있는지 반문하고 답을 찾아왔죠. 지금은 어느 정도 물음이 해소돼 작품을 하고 있지만, 비슷한 고민이 또 찾아오겠죠.” 빨간불의 시간은 사람들 덕분에 이겨냈다.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친구들이 있어요. 술 한잔 같이 마셔주는 그들 덕분에 버틴 것 같아요. 평생 갈 친구들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 가족 단톡방이 있을 만큼 돈독하다. 단톡방에는 또 다른 가족인 강아지 사진이 가장 많이 올라온다. 얼마 전엔 걸음마를 막 뗀 동생과 자신이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올라왔다. ”잊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떠올라요. 아마 저의 가장 오래된 기억 같아요.”
김동욱은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앵커 이정훈 역을 맡았다. 그는 중요한 순간을 망각한 스타 여하진(문가영)과 로맨스를 만들어간다.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기억하는 것으로, 기억뿐 아니라 그때의 감정까지 소환되는 증상이다. 김동욱은 이 증상을 공부하며 감정 이입을 했다. “증상에 관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망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통, 망각에 대한 감사함이에요. 어찌 보면 우리는 망각 때문에 살아갈 수 있죠. 행복한 순간을 잊는다면 안타깝지만 그보다 잊지 못하는 고통은 끔찍해요. 슬프고 가슴 아픈 사건, 자책하고 후회되는 것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고, 그때의 심리 상태를 다시 느낀다니…” 그가 절대 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처음과 마지막’의 순간들이다. “누구나 처음, 마지막은 기억하고 싶지 않나요? 만약 어떤 기억이든 영원히 박제해준다면 태어나자마자 본 부모님 얼굴, 갓 태어난 동생의 얼굴, 미래의 아내에게 한 프러포즈, 나의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꼽고 싶어요.” 그렇다면 기억하고 싶은 ‘마지막 순간’은? “굉장히 오랜 뒤에 벌어지는 일이 되겠죠.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김동욱은 자신이 망각의 혜택을 누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매우 예민한데도 잘 까먹어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에 집착하면 나머지는 연연하지 않거든요. 몰입하는 특정 분야 외에는 삭제되죠.” 김동욱의 몰입 대상은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적인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작품 할 때는 당연히 작품이죠.” 그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임했다. “그런 작품을 또 언제 만날지 모른다고 여겼어요. 잘하지 못해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나의 최대치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이런 그를 두고 주변에선 완벽주의자라고 했다. “허술한 점이 많지만 일에서만큼은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당분간 <그 남자의 기억법>이 김동욱을 차지할 것이다. “책이나 시나리오나 처음 대할 때는 비슷해요. 아무런 편견 없이 책을 읽듯이 시나리오를 펼치죠. 그러다 끌리는 작품이 있어요. 읽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술술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눈치채지 못하죠. 그다음에야 이성적으로 살펴봐요. 소설책은 내 머리에서 상상하면 끝이지만, 작품은 어떻게 보일지가 중요하잖아요. <그 남자의 기억법>이 다 맞아떨어졌어요.”
김동욱은 안정적인 안타, 때로 홈런을 치는 배우지만, 꾸준한 구력만큼 결과가 아쉬울 때도 있다. “만족스러운 작품, 안타까운 작품, 예상외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 참 다양하죠. 뭐든 내 선택이었으니 후회하지 않아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당시에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요. 물론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작품도 있어요. 그것들이 보이는 만큼 내가 성장한 거겠죠. 과거의 나를 인정해야 앞으로의 나도 인정받지 않을까요?”
그의 최근 영화는 <어쩌다, 결혼>이다. <신과 함께> 1· 2의 성공 이후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에 출연했다. “크게 안됐죠”라며 슬며시 그는 웃는다.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작업해서 행복했어요. 물론 대본과 작품, 작업 과정이 좋았더라도 대중성을 얻는 표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다양성, 저예산 영화가 갖는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더한 노력과 고민을 했어야죠.” 최근 많은 독립영화가 화제가 되고 관객을 모았으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이야기하기 어렵네요. 영화는 기획되는 순간부터 많은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러려면 만드는 사람들이 역량을 펼치도록 상업적, 물리적, 경제적 부분이 뒷받침돼야 해요. 기반 없이 말 그대로 얼마나 괜찮은 작품이 나올까요? 지원과 관심이 더 많아져야 더 창의적인 작품을 자신감 있게 만들 것 같아요.”
김동욱은 최근 한국 영화의 성과를 기뻐했다. “관객이 과거보다 많은 작품을 보고,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높아지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창조적인 과정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가 발전했어요. 우리의 힘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주셨죠.” 다음 목표는 간단하다. “지금은 <그 남자의 기억법> 외에 다른 여력이 없어요. 아시잖아요. 저는 하나에 매진하면 나머지는 없다고 봐도 돼요. 늘 품는 한 가지는 있어요. 언제나 영화는 하고 싶다는 거죠.”
두 개의 삶을 기억하는 여자
문가영은 <으라차차 와이키키 2>(2019) 첫 회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빚쟁이 때문에 결혼식에서 도망친 신부이자 만인의 첫사랑 한수연. 첫사랑 역할인 만큼 큰 키와 시원한 이목구비, 긴 생머리가 예쁜 배우가 시트콤보다 강도가 센 ‘와이키키’란 장르에서 코믹 연기를 하면 보는 쾌감이 있다. “출연진끼리 ‘와이키키스럽다’란 표현을 자주 썼어요. ‘너무 평범해, 와이키키스럽지 않아’라는 식이죠. 보통 연기의 15배를 표현하면 와이키키에 가까워진다지만 코믹 연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주연배우 여섯 명이 촬영 전에 모여서 리허설을 계속 반복했어요. 테이크도 참 여러 번 가고. 사람을 웃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개그맨들 존경해요.” 당시 문가영은 어느 때보다 ‘일지’를 많이 썼다. 일기보다 그날의 반성과 고칠 점을 적는 일지에 가깝다. “일과가 끝나면 반신욕을 하며 노트를 펴요. 지난해에는 거의 매일 썼죠. 촬영 현장에서 느낀 것을 까먹을까 봐 휴대폰 메모장에 썼다가 집에서 옮겨 적었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 2>뿐 아니라 <위대한 유혹자>(2018) 할 때도 거의 매일 썼죠.”
요즘 아이들은 정말 이럴까 궁금했던, 영 & 리치 로맨스를 다룬 <위대한 유혹자>에서 문가영은 연예인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은 잘나가는 스무 살 최수지 역을 맡았다. 열 살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해온 문가영에게 이 작품은 터닝 포인트다. “늘 교복만 입어서인지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았어요. <위대한 유혹자> 대본을 받고 잘할 수 있다는 ‘근자감’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미팅에서도 ‘믿고 맡겨주시면 잘할게요. 저 잘할 수 있어요’라고 했어요. 태어나서 그런 말은 처음 해봤어요. 감독님이 좋게 보셔서 캐스팅되고, 참 많은 것을 누렸어요. 수지라는 매력적인 아이를 이런저런 스타일로 꾸며보고, 불량한 연기도 해보고. 의미가 큰 작품이죠.”
열 살 때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문가영은 광고를 찍고, 영화 <서울이 보이냐?>(2008)를 촬영했다. (이것이 배우로서 첫 작품이지만 영화 <스승의 은혜>(2006)가 먼저 개봉했다.) “그때는 한국어도 서툴러서 엄마가 옆에서 통역해줬어요. 북적북적한 상황에 있는 게 마냥 재미있었죠. 어릴 적부터 사람을 좋아했거든요. 아기 때 교회에 다녀오면 볼에 립스틱 자국이 늘 있었는데, 어른들의 손을 타도 울지 않았대요.” 연기자를 직업으로 진지하게 고려한 것은 중 3 때다. 갑자기 지금의 키(169cm)로 커서 허벅지에 튼살까지 생겼다. 아역을 하기엔 키가 크고, 성인 역을 하기엔 얼굴이 앳되어서 6개월 정도 일을 쉬었다. “일이 갑자기 끊기니까 내가 생각보다 연기를 많이 하고 싶구나, 욕심이 생겼어요.”
아역부터 출발한 문가영에게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의 오현종 PD는 특별하다. 7회 차 촬영을 마친 지금까지 존댓말을 하는 PD는 처음이었다. “배우의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를 존중하고 늘 편안하게 해주세요. 감독님의 전작 <역도요정 김복주>(2016~2017)도 재미있게 봐서 이번 작품이 더 기대가 돼요.” 상대 배우 김동욱과는 같은 소속사 선후배 사이다. “오빠가 처음엔 낯을 가리셔서 어떻게 친해질지 걱정했어요. 막상 가까워지니 장난기가 많아요. 특히 연기를 하면서 ‘계속 주는 배우’라는 느낌을 받아요. 상대를 배려하기 때문이죠.”
문가영은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깜박하고 꼬리빗을 머리에 꽂아도 유행이 되는 라이징 스타 여하진 역을 맡았다. 김동욱이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문가영은 중요한 기억을 잊어버린 인물이다. 문가영에게 기억은 독일과 한국으로 나뉜다. “열 살 때 한국에 들어왔으니 독일에서의 삶은 꿈같이 아른거려요. 네다섯 살 땐가 창틀 사이로 언니의 발레 수업을 지켜보던 기억이 나요. 제 나이대의 수업은 없어서 발레를 못했거든요. 1년 가까이 발레 교습소를 찾아가 그러고 있으니 선생님께서 수업에 껴주셨죠.” 문가영에게 잊고 싶은 기억은 한국에 갓 들어와 적응하던 시기다. “독일어를 하다 한국어도 잘해야 했고, 이런저런 적응을 하느라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미화가 되더라고요. 사람의 장점이죠.” 평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한국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촬영이 무사히 끝났고 일상적으로 일을 한다는 기쁨이죠. 새벽에 촬영 갈 때 어슴푸레한 공기를 차로 가르면서 노래를 들어요. 그 출근길의 설렘도 잊고 싶지 않아요.”
문가영의 매력을 더 알고 싶다면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의 1~9회를 보면 된다. 그는 독서가다. 프로그램의 사전 미팅에서 책 목록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단테의 <신곡>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이미 인상 깊게 읽은 책이었고, 앞으로도 많이 배우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드라마 때문에 프로그램을 중도 하차했지만, 독서는 여전히 문가영의 최대 취미다. “촬영하다가 너무 책이 읽고 싶으면 쉬고 싶다는 신호예요. 책은 일상과 일을 구분하는 친구죠. 물론 책으로 간접 경험을 한 것들이 연기의 감정 표현에 도움을 주겠지만, 아직까진 휴식의 도구예요.” 하지만 소파에 편히 기대 읽는 편은 아니다. 식탁이나 책상에 앉아 한쪽에는 노트를 펼치고 펜을 둔 다음에 책을 펼친다. 읽는 중간중간 필기한다. 노트의 한 면에만 적는데, 나머지 면은 그 책을 다시 읽을 때 메모를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 산 책은 나이절 워버턴의 <철학의 역사>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언니가 아직도 <동물농장>을 안 읽었다고 놀려서 사봤어요. 가족끼리 책을 추천하고 관련 이야기를 나눠요. <동물농장>은 정말 재미있어요. 인간 군상을 동물에 빗대 풍자하는데 느끼는 바가 많았죠.”
문가영에게 책은 전달의 매개체보단 인격체에 가깝다. “책을 소중히 여겨요. 180도로 펴지도 않고 90도로 각 세워서 펼쳐요. 독서할 땐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가족이라도 서로 빌려주지 않아 집에 같은 책이 많죠. 도서관에서 책을 잘 빌리지도 않아요. 반납하지 않고 소장하고 싶거든요. 책을 잘 선물하지도 않아요. 책을 추천하려면 상대를 98%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큰 의미가 있어요.” 문가영 자신도 책을 추천받지 않고 직접 고른다. 문가영을 만나고 싶다면 강남 교보문고를 공략하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곳에 들러 철학, 인문, 소설 매대를 둘러보고 눈에 띄는 책은 본문의 첫 장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한번 가면 2~3시간쯤 소요된다. “본문의 첫 장을 읽으면 나와 맞는지 아닌지 감이 오더라고요. 저는 전자책이나 온라인 서점을 선호하지 않아요. 손으로 넘기고 만져야죠.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에요.”
문가영은 좋아하는 책을 각기 다른 언어로 읽는다. <어린 왕자>는 3개 국어(한국어, 독어, 영어)로 읽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언어마다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독일어 책도 가끔 읽지만 외국어 원서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촬영할 때는 힘들어요(웃음).” 다독가가 그렇듯 문가영도 글을 쓴다. 고등학교 때 신문반 활동을 하며 기자로서 취재하고 칼럼을 쓰고 친구들과 신문을 만들었다. 지금은 혼자만 보는 에세이, 소설을 쓴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려워요.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요.”
문가영은 얼마 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를 봤다. 여배우 맥켄지 데이비스의 액션은 문가영이 꿈꾸던 바다. 케이트 블란쳇도 좋아한다. 건강한 정신을 갖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멋지다. 그것이 꿈이다. 이전까진 완벽주의를 지향했다. 약속 시간에 1분만 늦어도 손이 벌벌 떨리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죽기보다 싫고, 누구에게 지적당하고 싶지 않았다. 이젠 자신을 그만 혹독하게 하고자 최근 들어 늦잠도 자고(놀랍다),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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