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MOVE TO ZERO

2020.10.08

by 김나랑

    MOVE TO ZERO

    텀블러와 에코백으로 죄책감을 덜어내기에 세상은 많이 아프다. 나이키가 지속 가능성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영국 <보그>의 1945년 10월호 하늘 사진 표지.

    몇 년 새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지속 가능성’이다. <보그>만 해도 거의 매 호 지속 가능한 삶을 기사로 다룬다. 지난 9월호에는 제1회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푸른 하늘의 날)’을 기념해 아티스트 19인에게 하늘 작품을 받아 게재했다. 9월 7일 푸른 하늘의 날은 유엔 공식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다. 우리나라가 기념일로 제정할 것을 처음 제안해 의미가 깊다.

    지난 9월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출시한 공기 스프레이가 국내 최초로 의약외품 허가를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이 ‘지리에어(JIRIAIR)’는 지리산의 신선한 공기를 담고 있다. 이젠 공기캔을 삼다수처럼 정기 배송해야 할지 모른다. 푸른 하늘의 날도, 공기캔도 지금 처지를 말해준다.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성’, ‘환경’이란 단어를 타투처럼 새기고 살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노벨 평화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시대의 얼굴이다. 텀블러와 에코백으로 눈가림을 하는 어른들에게 화가 난 툰베리는 2018년 8월 뜨거운 어느 금요일에 등교를 거부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들의 꿈과 미래 세대에게 주어진 시간을 도둑질하고 있습니다.” 툰베리는 전 세계 청소년의 지지를 받았고, 어른들을 낯 뜨겁게 했다. 제인 폰다 역시 툰베리를 보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촉구하는 시위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Fire Drill Fridays)’에 참여했고, 체포돼 유치장에 갇히기까지 했다. 80대의 제인 폰다는 <보그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트를 깔고 자야 했지만 괜찮아요.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가 22개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세대는 “지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라고 답했다. 이들은 물건을 하나 구입하더라도 제작, 포장, 운송 방법이 친환경인지 고려하고, 나의 소비가 지구에 쓰레기를 더할지 염려한다.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가치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도 패션 산업계는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키 역시 제로 탄소,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기후변화에 맞서는 ‘Move to Zero’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나이키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화상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전 세계 시차를 고려한 아침 9시(한국 시간) 노트북에 로그인했다.

    *토크쇼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은 노엘 킨더(Noel Kinder): 나이키 지속 가능성 부문 최고 책임자(VP, Chief Sustainability Officer), 골나즈 아민(Golnaz Armin): 나이키 스포츠웨어 시니어 디자인 디렉터(Sr. Material Design Director, NSW), 미셸 와블(Michelle Warvel): 나이키 다이렉트 서비스 및 경험 부문 부사장(VP, Nike Direct Service & Experience), 버지니아 러스티크-페테니(Virginia Rustique-Petteni) 나이키 글로벌 지속 가능성 연계 부문 시니어 디렉터(Senior Director, Global Sustainability Engagement)가 참석했다.

    그들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한 가지 메시지로 일관했다. 우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공격적으로 감축하고자 한다.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 등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나이키는 2010년부터 매립지에 있던 75억여 개의 플라스틱병을 신발과 의류 소재로 사용했으며, 지금은 매년 10억 개의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다. 플라이니트(Flyknit)와 에어(Air)가 그러했고, 올해는 스페이스 히피(Space Hippie)가 대표적이다.

    화상회의에 등장한 나이키 스포츠웨어 시니어 디자인 디렉터 골나즈 아민의 앞에는 무수한 소재 조각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의 재활용 박스, 쓰레기장에서 왔을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가능한 미래를 추구합니다. 특히 스페이스 히피는 ‘폐기물을 아름다운 무언가로 바꾼다’는 철학을 보여줍니다. 나이키 역사상 가장 낮은 탄소 배출로 제작했죠. 또한 나이키는 최대한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그라인드(Grind) 팀과 협업해왔어요. 25년 전 설립한 프로그램인 그라인드는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과 더 이상 쓸 수 없는 제품을 다른 나이키 제품 소재로 재활용하도록 돕는 팀입니다.”

    개인적으로 포장의 낭비에 대해 묻고 싶었다. “재활용 포장뿐 아니라 포장 자체의 볼륨을 줄일 계획은 없나요? 예를 들어 원하는 소비자만 포장 박스를 가져간다든가… 혹은 그 포장을 소비자가 다른 차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이키는 제품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 히피 제품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고 식물성 잉크 프린트를 더한 단일 신발 박스에 담겨 배송합니다. 배송할 때 다른 택배 박스에 한 번 더 포장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또한 패션 팩트(Fashion Pact) 협약에 동참하고 있는 나이키는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입니다. 실제로 202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소통이다. 앞서 말했듯 갈수록 소비자는 제품의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관을 담고 있는지 고려할 것이다. Nike.com에서 출시한 MTZ 배지도 그를 위한 방편 중 하나다. MTZ 배지는 지속 가능성을 인증하는 마크로 오가닉 코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포함하여 지속 가능한 소재를 50% 혹은 그 이상 사용한 2,000여 개 제품에 부착한다. 올 하반기에는 나이키 앱을 시작으로 이 기능을 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소비자가 배지를 활용해 제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디지털이 아닌 실제 배지를 개발 중이다. 낡은 신발을 소비자가 직접 재활용할 수 있는 나이키의 리유즈-어-슈(Reuse-a-Shoe) 프로그램도 북미 150여 개 매장에서 운영한다. 나의 낡은 신발을 가져와, 나이키 그라인드를 통해 직접 재활용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중국에 선보인 ‘트래시 해커(Trash Hacker)’라는 신규 매장은 소비자들이 오래된 제품과 폐기물을 해체해 맞춤형 토트백을 제작하도록 도왔다.

    에디터
    김나랑
    사진
    나이키, 보그 UK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