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나스와 엄마 클로데트의 고귀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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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나스와 엄마 클로데트의 고귀한 인연

2021-05-13T11:22:39+00:00 2021.01.11|

MAMA! 아름다운 여인을 곁에 두면 미의 기준은 엄격해진다. 프랑수아 나스에겐 클로데트가 있다.

1994년 12색 립스틱 컬렉션으로 시작한 ‘나스’는 이제 메이크업에 관한 구색을 완벽하게 갖춘 ‘원 톱’ 브랜드다. 브랜드의 성공을 주도한 인물은 익히 잘 알다시피 프랑수아 나스(François Nars). 1959년 프랑스 남부의 타르브에서 태어난 그에게 엄마는 우상 같은 존재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타고난 미인이었어요. 여성스럽고 우아한 엄마에게 화장은 부차적인 액세서리일 뿐이었죠.” 화려한 메이크업보다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한 엄마 클로데트 외에 할머니 두 분 역시 프랑수아에게 지대한 영향을 줬다. 그중 한 분은 말 그대로 ‘메이크업광’! “메이크업을 즐기며 예술 감각이 넘치셨죠. 미술이 취미였는데 메이크업도 아주 아름답게 연출하곤 했습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셨는데 그 역시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제 이력도 자연미와 세련미의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했죠.” 이처럼 어릴 때부터 ‘화장대의 신비’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던 프랑수아는 가면이 아닌 ‘자연미’를 강조하는 데 메이크업의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이탈리아와 할리우드 영화를 즐겨 보고 엄마가 즐겨 읽던 프랑스 <보그>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 나스는 이토록 본능적이고도 자연스럽게 메이크업과 사진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고, 파리의 ‘카리타 스쿨(The Carita School)’에서 공부하며 세계가 열광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평생 이어온 프랑수아 나스의 뷰티에 대한 욕망과 열의, 그 이면에는 세련된 우아함과 고상한 스타일, 자연스러우면서도 여유로운 매력을 지닌 엄마가 있다.

2021년과 함께 시작된 ‘클로데트 컬렉션’은 프랑수아 나스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엄마를 위한 아들의 헌사다.

Vogue Korea ‘엄마’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François Nars 늘 아름다웠고 어딜 가든 주목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신여성이었죠. VK 그 신여성의 메이크업 루틴은 어땠나요? FN 짙은 메이크업 대신 본연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하셨죠.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깔끔하게 연출한 뒤 블러셔를 살짝 더할 뿐이죠. 화장대에서 피붓결을 두껍게 커버하는 파운데이션은 볼 수 없었어요. 물론 좋은 피부를 타고났기에 가릴 필요를 못 느꼈겠지만요(웃음). VK 당신이 엄마의 얼굴에 채색한 순간을 기억하나요? FN 프랑스 <보그>에 등장한 메이크업 룩을 그대로 재현했죠. 엄마의 신비로운 초록색 눈동자 덕분에 제가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이 아이 메이크업이었어요. 당시 메가트렌드였던 스모키 아이를 어떻게 연출하면 멋질지 패션 화보를 마르고 닳도록 본 기억이 나요. 언젠가 엄마는 제가 해드린 눈 화장으로 어느 모임에 나갔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굉장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이후 자신감을 얻었죠. VK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을 선보인 계기는 뭔가요? FN 엄마는 제 뷰티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이세요. 전적으로 제 아이디어였고, 엄마에게 슬쩍 말씀드렸죠. 평소 매우 느긋한 성향에다 부끄러워하는 성격이셔서 자신을 내세우는 것에 꽤 주저했지만 저를 포함한 나스 패밀리들이 밀어붙였어요! 엄마의 이름이 들어간 컬렉션인 만큼 그녀가 좋아할 만한 제품과 제품 이름에 대해 함께 논의했습니다. 특히 패키지, 패턴과 프린트에 대해 많이 대화했죠. VK 맞아요, 패키지 디자인이 참 사랑스러워요. FN 엄마가 1970년대에 즐겨 입던 드레스 문양을 응용했답니다. VK 컬러 선정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FN 엄마와 잘 어울리고, 선호하는 컬러 위주로 구성했어요. 시간과 유행을 초월한 컬러가 대부분이죠. VK 캠페인 촬영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FN 촬영지는 파리 ‘호텔 레지나’였어요. 아침부터 시작해 오후 6시쯤 끝났을 거예요. 촬영 전날 엄마는 무척 긴장하셨죠. 20대, 아니 30대라면 모를까, 황혼의 노모시니 그럴 만도 해요. 하지만 저의 노련한 스태프들 덕분에 엄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고, 보다시피 완벽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Vogue Korea ‘나스’의 대담한 패턴과 세련된 디자인은 1970년대 무슈 생 로랑의 첫 기성복 ‘리브 고슈(Rive Gauche)’를 연상시킵니다. Claudette Nars 프랑수아는 열네 살 때 거의 모든 패션지를 섭렵했어요. 심지어 열두 살 때 이브 생 로랑 옷에 매료됐죠. 아들은 제게 “툴루즈로 가야 해요.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슈 매장 중 하나가 그곳에 오픈했으니 얼른 가서 옷을 입어봐야 해요”라고 말했죠. 프랑수아는 지금까지 봐온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옷이라 예찬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소재는 오뜨 꾸뛰르의 핵심이니까요. 멋쟁이 아들 덕분에 저는 리브 고슈 라인을 전부 수집할 수 있었어요. VK 그런 당신에게 파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CN 제2의 고향이죠. 프랑수아가 열여덟 살 때 파리로 이주한 뒤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니까요. VK 왜 파리였나요? CN 당시만 해도 메이크업 스쿨은 많지 않았어요. 메이크업 분야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산업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프랑수아는 파리에서 제일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꿰뚫고 있었어요. 파리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생제르맹의 작은 아파트에 머물렀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제게 말하더군요. “우리 메이크업하러 가요.” 두세 명의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났고, 아들은 호시탐탐 빈자리를 엿보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꿈에 그리던 겔랑의 올리비에 에쇼드메종과 조우했습니다. 그는 저를 보자마자 이탈리아 사람인 줄 알았다고 그러더군요(웃음). 여느 때처럼 올리비에에게 어시스턴트 자리에 대해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쇼가 있는데 어시스턴트가 출산으로 자릴 비워 도움이 필요하다더군요. 프랑수아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패션에 대해 박학다식한 모습을 보이자 그는 감명받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아들에게 내일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올리비에의 한마디에 아들의 메이크업 커리어가 시작된 거죠. VK 그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또 있을 것 같군요. CN 파리에 정착한 이후 프랑수아는 우연히 이브 생 로랑 하우스 사람들의 단골 레스토랑을 발견했어요. 후미진 거리의 아주 작은 공간이었죠. “좋은 레스토랑임에 틀림없어요. 우린 꼭 가봐야 해요! 가면 그쪽 사람들을 만날지도 모르잖아요?”라며 제게 말했죠. 그리고 언젠가 그 레스토랑에서 환상적인 리브 고슈 라인의 멋진 파일럿 재킷을 입고 있는 마리나 스키아노(Marina Schiano)가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é)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훗날 마리나가 아들의 절친이 되었을 때 그날 그녀가 입은 것과 같은 재킷을 프랑수아에게 선물해준 기억이 나는군요. VK 당신은 세계적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엄마이자 뮤즈입니다. CN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늘 우아하고 겸손하길 원했고, 저만의 개성과 취향을 지니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했죠. 눈가와 양 볼에는 생기와 혈색을 띨 만큼만, 입술엔 립글로스를 발라 윤기를 주는 정도로요. 그리고 아들에게 늘 ‘과유불급’을 강조했습니다. 메이크업 제품은 파우더, 특히 루스 파우더를 좋아하는데요, 아들이 요즘 아무도 파우더를 안 쓴다고 핀잔을 줄 때마다 저는 “가볍고 투명한 발림의 파운데이션을 만들어달라”고 응수했죠. VK 이렇듯 당신 같은 메이크업 구루에게 조언을 더 듣고 싶군요. CN 싱그러움을 잃지 마세요. 어릴 때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화장이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굳이 왜 두껍게 가리고 진하게 연출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들이 제게 메이크업을 해주면 순식간에 열 살은 어려 보일 게 분명해요. 하지만 그건 제 모습이 아니죠. 자신만의 개성과 아름다움의 본질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VK 공식 론칭 전에 아들이 미리 보여준 제품은 뭔가요? CN 스킨케어 라인 ‘나스 스킨’의 모든 샘플을 보내줬어요. 아들은 제가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 정확히 알거든요. 또 아이섀도 팔레트를 보내준 적 있는데 제게 어울리는 컬러 톤의 맞춤 팔레트였죠. 블러셔도 마찬가지예요. 매번 제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을 보내며 이런 메시지를 남기죠. “늘 엄마만 생각해요.” VK 이번 컬렉션을 제안받고 기분이 어땠나요? CN 아들이 처음 운을 뗐을 때 겁부터 났어요. 하지만 “까짓것 해보자”라고 말했죠. 나스 팀과 충분히 대화하고 진행이 확정된 순간 클로데트 컬렉션에 몰입했어요. 제품에 그려진 나비와 하트 패턴은 제 분신이죠. 추억의 일면이 프랑수아의 손을 거쳐 세련된 모습으로 재창조됐어요. VK 이쯤에서 당신의 스타일을 정의해주세요. CN 간결하면서도 곡선이 돋보이는 드레스, 각이 잘 잡힌 수트와 네이비 실크 블라우스. 여기에 체크 패턴 흑백 재킷! 블랙 스커트에 매치하면 모던한 룩을 완성할 수 있죠. 재킷과 관련된 에피소드라면, 어느 날 밤 아들과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칼 라거펠트가 있더군요. 아들이 제게 “엄마, 칼이 우리를 보고 있어요. 식당에서 나갈 때 엄마가 먼저 앞장서서 나가봐요”라고 말했고 제가 먼저 일어나 칼 앞으로 지나가자 아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칼을 비롯해 모든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들의 시선이 엄마로 향해 있다고요!” VK 동료 아티스트, 기업가, 유명 인사들이 프랑수아에게 경의를 표할 만큼 당신의 아들은 큰 성공을 거뒀어요. CN 바쁠 텐데도 아들은 늘 저와 남편을 챙겨요. 소소하게는 비타민을 보내주거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세세히 알리죠. 프랑수아는 보이는 것과 달리 속이 깊고 관대한 성격입니다. 가족과 더불어 나스 팀을 행복하게 만드는 ‘인간 비타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