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전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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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전시 4

2021-04-30T22:41:49+00:00 2021.04.30|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국은 자연을 향한 열망을 키웁니다. 이 와중에 다행인 건, 꽁꽁 얼어붙었던 아트 시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갤러리마다 자연을 주제로 흥미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번 주말, 자연을 재조명한 특별한 전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정원 만들기

아파트에 살면서 나만의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얘기입니다. 크고 작은 화분을 집 안에 들이거나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드는 식으로 소소하게 갈증을 푸는 정도죠.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에서 막 시작된 <정원 만들기>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전시랍니다. 설치미술가, 영화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조경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각자의 시선과 방식으로 ‘도시 속의 정원’을 재조명하고 있죠. 미술 작가 최정화는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라는 타이틀 아래 눈이 정화되는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올림픽공원, 국립중앙박물관, 선유도공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을 완성한 조경가 정영선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생생하게 소개합니다. 더불어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정원가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에 관한 다큐 영화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0월 24일까지.

 

삭제의 정원

제목에서 ‘정원’을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전시가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영국인 조각가 마이클 딘(Michael Dean)의 국내 첫 개인전인데요. <삭제의 정원>이라는 생경하고도 심오한 타이틀을 내세운 이번 전시는 내재된 의미를 모른 채 봐도 그저 황홀하고 경이롭습니다. 깎이고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 녹슨 철골 골재가 앙상하게 드러난 건축물의 잔해, 미라처럼 부식된 인체 형상과 동물의 뼛조각 등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소재가 전시장 도처에 널려 있는데요. 놀랍게도 이들이 모여 행운, 투쟁, 평화, 연대를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작가 마이클 딘은 자신의 작업실 정원 여기저기 놓인 콘크리트 조각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을 보면서 작품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로 쓴 문자에 물성을 부여하는 그만의 아이코닉한 방법으로 이번 전시를 완성했습니다. ‘세계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질서에서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는 작가의 세계관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전시입니다. 5월 30일까지.

 

아임 낫 어 스톤

갤러리현대에서는 한국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박현기 작가의 작고 10주기를 기념한 전시가 한창입니다. 박현기는 조각, 설치, 판화, 비디오, 퍼포먼스,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전방위로 실험하며 도전적인 작품을 발표해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아티스트로 재평가되는 인물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돌, 목재 등 자연에서 가져온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1970~1980년대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힙’한 감성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강가의 돌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와 인간과 예술, 자연과의 관계를 시적으로 성찰한 <무제>(1983), 미술과 건축에 관한 아이디어를 위트 있게 풀어낸 설치 작품 <무제(ART)>(1986) 등 ‘박현기 에스테이트’의 자문과 감수를 거쳐 다시 제작한 작품을 감상해보세요. 5월 30일까지.

 

공명_자연이 주는 울림

동시대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는 양태오가 추천하는 전시는 호림박물관에서 열리는 <공명_자연이 주는 울림>입니다. 그는 이 전시를 두고 “앞으로 다섯 번은 더 가게 될 것 같은 최고의 전시”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작품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작가의 작품이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영감의 대상은 자연이다’라는 주제 아래 무심하게 전시되어 있거든요.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방문한 박물관에서 느낀 지루함을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자연’이라는 주제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 어떻게 연장되고 변화되었는지 한눈에 보여주거든요. ‘물아일체’, ‘사군자’ 등의 기저에 깔린 옛 선조의 자연에 대한 가치관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 자연이 가지는 의의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6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