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장인들의 아틀리에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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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장인들의 아틀리에를 소개합니다

2021-07-13T02:03:25+00:00 2021.07.13|

완벽한 스티치, 세련되기 그지없는 부츠, 가장 멋진 트위드 재킷… 수년 동안 훈련받은 장인들의 아틀리에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지난해 12월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프랑스 루아르 계곡의 어느 성을 찾았다. 2020/2021 샤넬 공방 쇼에 단독 게스트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퍼지지 않았다면 유명 편집장들은 물론 프런트 로의 단골손님인 소피아 코폴라, 카라 델레바인, 릴리 로즈 뎁 같은 인물들도 참석했을 것이다. 어찌 됐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컬렉션을 통해 샤넬의 웅장함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결국 샤넬이다. 비아르의 전임자였던 칼 라거펠트가 세운 끝도 없이 높은 샤넬만의 기준 말이다.

창의적 디렉션, 완벽주의, 각 컬렉션마다 존재하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영속성과 현대적 이미지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한때 쇠퇴해가던 샤넬은 수십억의 수익과 전 세계적 찬사 속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샤넬을 럭셔리 패션의 정점으로 만든 것은 라거펠트만이 아니다. 르사주(Lesage) 공방의 장인들은 화려한 트위드를 손으로 만들어냈고, 몽텍스(Montex) 공방의 자수 장인들은 스팽글과 크리스털로 옷감을 빛낸다. 구두 제작자, 가죽 가공 기술자, 금세공사처럼 액세서리를 만드는 제작자들은 작업에 많은 비용을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수년간 샤넬은 디자인을 위해 숙련된 장인들의 기술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전문 공방과 협업해왔다.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파트너십은 아주 견고해 1985년에 이르러 샤넬이 이 아틀리에를 직접 인수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7년 이 모든 공방을 ‘샤넬 공방(Les Métiers d’Art de Chanel)’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이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쇼를 2002년에 발표했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칼에게 질문했죠.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샤넬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이 공방의 명성과 전문성을 더 알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말이죠. 그러자 칼은 놀라운 아이디어를 내더군요. ‘12월 초쯤 새 컬렉션을 선보여야겠어요. 그리고 컬렉션의 이름은 공방 컬렉션으로 하죠.’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틀라이트 러브(Satellite Love)’라는 이름의 첫 공방 컬렉션 쇼에는 파리에 있는 샤넬의 오뜨 꾸뛰르 살롱에서 기자들과 소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33가지 룩을 선보였다. 파블로브스키는 이렇게 요약했다. “규모가 큰 쇼는 아니었지만 매우 세련된 컬렉션이었죠.” 각 의상은 대부분 블랙, 화이트, 레드를 사용했고, 바닥에 닿을 정도 길이의 비즈 장식 드레스가 있었다. 또 아주 섬세하고 날렵한 커팅의 레이스 팬츠, 꽃 장식을 손으로 수놓은 새틴 힐도 있었다. 그 후 각각의 공방 컬렉션은 전 세계의 특정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고, 대부분은 바로 그 장소에서 개최했다. 상하이, 댈러스, 함부르크는 샤넬의 악명 높은 대규모 제작이 시작된 첫 도시이기도 하다. 꾸뛰르 의상과 달리 공방 컬렉션 의상은 샤넬 부티크를 위해 생산하며 꾸준한 톱 셀러다.

“이렇게 힘든 환경적 제약에도 2020/2021 시즌 공방 컬렉션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입니다”라고 파블로브스키는 전한다. 그는 패션 하우스, 패션쇼가 치러질 장소인 성, 공무원들 사이를 오가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평론가들은 인터넷 기술을 통해 여러 세계에 닿을 수 있기에 패션쇼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비판해왔고, 또 코로나가 만연한 상황에서 패션은 불필요한 비용 소모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지만, 꿈을 꾼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파블로브스키가 말했다. “10분 동안 무언가 놀랍고 새로운 것을 보며 새로운 곳에 도달할 수 있지요. 패션쇼의 기저에 있는 아이디어는 바로 그런 체험을 위한 초대라는 사실입니다.”

샤넬은 보도 자료를 통해 2020/2021 시즌 공방 컬렉션이 열린 슈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을 두고 당연한 선택이라 전했다. 프랑스 중부에 자리한 이 성은 많은 여성이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곳으로, ‘여인들의 성’ 또는 ‘귀부인의 성’으로 알려져 있다. 디안 드 푸아티에(Diane de Poitiers)와 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édicis)가 머물던 곳이다. 부지의 호화로운 정원, 체크무늬 바닥, 고딕과 르네상스가 만나는 이 건축물은 비아르의 67가지 룩에 영감을 주었다. 그녀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꾸민 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로 얽힌 두 개의 C 문양을 우아하게 포인트 요소로 사용했다.

코로나에 대비해 엄격한 지침을 지키는 다섯 공방에서 장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컬렉션을 탄생시켰는지 <보그>가 취재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토마스 브리쿠가 베틀을 쓰고 있다.

LESAGE “저는 절대 차분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재봉할 때만큼은 인내심을 배워야 하죠.” 2017년 르사주 공방에 들어온 기술자 토마스 브리쿠(Thomas Bricout)가 말했다. 1924년에 설립해 2002년에 샤넬이 인수한 이 공방은 자수를 생산하는 곳이었고, 1998년부터는 샤넬의 대명사 같은 환상적인 트위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리쿠와 동료들은 최근에 있었던 공방 컬렉션을 위해 슈농소 성의 요소를 트위드로 엮어내며 인내심도 함께 길렀다. 한 가지 작품은 성의 그랜드 홀에 있는 바닥 타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흑백의 자카드로 만든 복잡한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유명한 프랑스 태피스트리 시리즈 ‘유니콘과 숙녀(Lady and the Unicorn)’에 기반한 컬러 조합으로 실크, 셔닐, 스팽글, 리본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 트위드 직물은 전통적 방식의 베틀과 수공예로 완성한다. “샘플은 손으로 만들었어요. 트위드가 복잡하면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죠.”

브리쿠가 작업한 직물은 재킷, 스커트, 드레스가 되고 그 후 다른 르사주의 장인들이 수를 놓는다. “바느질이란 것은 모두가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뤼네빌(Luneville) 뜨개 훅으로 작업하는 것을 보면, 모든 방문객이 놀라워합니다. 이 방법으로 옷감 뒷면도 작업할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 면에 수를 놓을 수 있죠.” 자수 장인 안 클레르 로카르(Anne-Claire Lockhart)가 말했다. 르사주 공방에서 이번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자수 중에는 재킷 앞면에 올라가는 꽃 장식이 있는데, 1만 개의 골드 글라스 튜브와 5,000개의 핑크 포슬린 비즈, 6.5m의 골드 비스코스와 루렉스 실로 작업한 것이다. 작품 얘기를 하면서, 로카르는 브리쿠가 언급한 작품 한 개에 들어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디자이너들도 빠르게 일하고 자수 기술자들도 재빨리 일하지만 자수 작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이에요. 시간이 우리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ES ATELIERS DE VERNEUIL- EN-HALATTE 베르뇌유 앙 알라트 공방의 이름은 아틀리에가 있는 파리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1990년 이래 그들은 샤넬 핸드백을 생산한다. 시대를 통틀어 가장 아이코닉한 패션 아이템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샤넬 가방은 한 부분에 4~5년의 훈련을 거친 가죽 기술자들이 180가지 공정으로 완성한다. “가방을 제작하는 모든 스태프가 중요하고, 또 아주 정교해야 합니다. 직소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스테피 르구엔(Steffy Leguen)이 말했다. 르구엔은 2015년부터 공방에 합류해 첫 작품을 2020/2021 시즌 공방 컬렉션에서 선보일 참이다. “파우치처럼 잠기는 두 개의 화장품 케이스 형태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가죽이고 다른 하나는 벨벳이에요. 벨벳에 비즈와 스팽글로 수를 놓았죠.”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업에는 궁극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바느질이 아주 약간만 엇나가도 샤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야기의 초점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작업물을 전체 컬렉션의 일부로 설명했다. “저의 원동력은 제 작업물이 런웨이에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거예요. 가장 큰 보상이라고 할 수 있죠.”

LEMARIÉ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어떤 메시지나 아이디어, 개성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늘 저를 매혹했습니다. 이 일은 패션 그 이상의 것입니다. 더 깊이 파고들수록 엄청난 깊이와 내용이 있지요.” 마르고트 암브로시오(Margot Ambrosio)가 말했다.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의 이 기술자는 이런 매력에 빠져 패션과 의상 패턴을 배운 후, 파리 르마리에 공방에 정착했다. 1880년에 설립된 르마리에는 깃털 장식만 전문으로 다루는 공방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깃털 장식에서 더 나아가 꽃과 기타 장식도 제작하고 있으며 샤넬의 시그니처인 동백꽃 장식도 제작한다. 암브로시오와 동료들이 2020/2021 시즌 공방 컬렉션 재킷 칼라의 오간자 러플과 레깅스 장식에 사용한 14개의 조젯과 모슬린 리본을 만드는 데만 60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장식을 만들기 때문에 전체가 어떻게 완성되는지 모르거든요.” 그녀는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이 그녀가 하는 일의 하이라이트와 같다고 설명했다. “리 본을 만들었지만 레깅스에 쓰일 줄은 몰랐어요. 상상도 못했죠.” 샤넬이 르마리에 공방의 유일한 클라이언트는 아니다. 다른 공방처럼 다른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샤넬과의 관계가 유독 공고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브리엘 샤넬이 그때 처음 르마리에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덧붙였다. “샤넬은 공방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으며,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MASSARO 마사로는 1894년 문을 연 이래 파리의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고객을 위해 맞춤 신발을 만드는 프랑스에서 유서 깊은 구두 공방 중 하나다. 1957년 창업자의 아들이었던 레몽 마사로(Raymond Massaro)는 샤넬의 그 유명한 6cm 굽의 투톤 하이힐을 제작하면서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런 유서 깊은 역사가 21세의 피에르 바티스트 로스피탈(Pierre-Baptiste L’hospital)을 마사로 공방으로 이끌었다. 하이패션 신발이 그의 주 관심사는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스니커즈 문화에 심취해 전설적인 농구화 디자인을 복원하는 게 취미였어요. 그러다 점점 신발 전체에 관심이 생겨 신발을 제작하고, 이젠 부츠 제작까지 온 거죠.” 로스피탈은 2020년 9월에 마사로 공방에 합류했다.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기 불과 3개월 전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압박감을 많이 느꼈는데,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는 이번에 벨벳 염소가죽을 처음 다뤘다. 이 가죽은 컬렉션에서 폴드오버 부츠 힐을 제작할 때 쓰던 것이다. “모든 기술적 단계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지만, 심 작업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원재료를 고품질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 집중력이 엄청난 여러 장인이 협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 다들 놀랄 겁니다.”

ATELIER MONTEX 2020/2021 시즌 공방 컬렉션의 마지막 세 가지 룩은 모두 희미하게 빛나는 커머번드라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각 작품에는 슈농소 성의 전면을 묘사하기 위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수를 놓았다. 이 커머번드 중 하나는 블랙 새틴 볼 스커트, 화이트 오간자 블라우스와 맞춰 제작했다. 1,600개의 크리스털과 700개에 가까운 비즈를 사용해 120시간 동안이나 만든 것이다. 이런 업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주 길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인 유시프 문카일라(Yusif Munkaila)에게는 30여 년을 몰두해온 노하우를 풀어놓는 시간이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1989년에 임시직으로 저녁마다 몽텍스 아틀리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에 정규직이 되었고 코르넬리(Cornely) 머신 작업장에서 세 번째로 일하기 시작한 자수 작업자입니다.” 몽텍스 공방은 100여 년 전부터 코르넬리 머신을 사용해 체인 스티치 자수를 놓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수의 아름다움은 스티치의 길이, 높이, 바느질의 텐션으로 결정되죠. 이런 감을 익히려면 코르넬리 머신을 아주 많이 다뤄봐야 합니다.” 부티크에 들어가기 전에 컬렉션을 먼저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컴퓨터 화면에서도, 커머번드의 디테일은 환상적이었다. 이런 것을 만들기에는 120시간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