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어스의 눈부신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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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어스의 눈부신 40년

2021-08-24T02:04:17+00:00 2021.08.24|

“나의 비전만큼은 타협할 수 없다. 내가 디자인하고 싶은 것, 그것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잘 안다. 이 비전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 비결이다.”

젯셋, 글래머, 옵티미즘, 아메리칸 스타일! 마이클 코어스의 눈부신 40년.

2021년 가을, 드디어 멧 갈라와 전시가 부활한다! 주제는 ‘아메리칸 패션’. 그렇다면 여러분이 아메리칸 패션을 생각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화제가 된 홀스턴, 지금은 은퇴한 도나 카란,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는 랄프 로렌, 그런지를 하이패션으로 격상시킨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가 있다.

지난 4월 마이클 코어스는 1년 넘게 멈춰버린 패션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아 작동시켰다. 자신의 패션 인생 40년 아카이브를 63벌의 룩으로 함축해 뉴욕의 성지 중 한 곳인 45번가 브로드웨이에서 무관중 라이브 패션쇼를 발표한 것이다. 뮤지션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음악이 슈베르트 극장 밖에서 공명했고 나오미, 헬레나, 캐롤린, 벨라 등이 도로를 가로지르며 워킹하는 장면은 뮤지컬을 보는 듯 황홀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자신의 2021 F/W 컬렉션에 ‘MK40 캡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아카이브 가운데 제일 마음이 가는 옷을 되살려 현대 감각으로 제작한 것이다. 2021년다운 기술도 적용했다. MK40 캡슐은 제품마다 고유의 QR 코드를 지닌 채 고객이 QR 코드를 스캔하면 온라인 스토어로 연동된다. 게다가 각 제품에 담긴 역사와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MK40 캡슐은 시대를 초월한 패션, 현대 기술, 스토리텔링을 포함합니다. QR 코드를 스캔해 그 옷의 이야기를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마이클 코어스가 이토록 기념비적인 시절을 회고하며 <보그 코리아>를 위해 기록한 답변을 공개한다.

40년은 긴 시간이다. 40년 전의 마이클 코어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어린 나에게 말하고 싶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질 것!

출근할 때 맨 먼저 드는 생각은 뭔가? 한쪽 벽에 수많은 사진과 스케치가 붙어 있다. 그것을 보는 매 순간 40년 동안 정말 대단한 경험을 했다고 그간의 자취를 돌이켜본다.

당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단 한 번의 컬렉션을 고른다면? 단연 첫 컬렉션. 당시 버그도프 굿맨의 패션 디렉터 던 멜로(Dawn Mello)가 용기를 줬다. 로타르스(Lothar’s)라는 상점에서 일할 때였다. 내 디자인을 본 그녀가 컬렉션을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그렇게 역사가 시작됐다.

2016년 당신이 서울에 왔을 때가 기억난다. 한국은 어떤 인상이었나? 한국은 역사와 혁신이 공존하는 나라이기에 늘 매력적이다. 한국인들이 화려한 스타일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보그>와 함께한 마이클 코어스 커버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표지는? 모든 커버가 각기 다른 이유로 기억에 남는다. 그 가운데 특별한 이미지는 지난 2월호 미국 <보그> 디지털 커버다.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마이클 코어스의 수트를 입었다. 또 마돈나의 딸 루데스가 얼마 전 미국 <보그> 9월호에 슬립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이 옷은 마돈나가 1990년쯤 <글래머>에 입고 나온 의상을 복원한 것이다.

마이클 코어스라는 제국을 건설하는 데 가장 도움을 받고 마음의 빚을 진 인물이 있나? 남편 랜스(Lance)다. 그는 일과 삶을 함께하는 중요한 파트너다.

패션쇼를 발표하는 40년 동안 저널리스트에게 들은 코멘트 중 기억나는 것은? 정말 많았다! 이번에 40주년 기념 패션쇼를 발표하면서 지난 시절을 회고할 수 있었는데, 이 문장이 계속 떠올랐다.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뉴욕 매거진> 패션 에디터였을 때 나의 첫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썼다. “22세의 마이클 코어스는 패션이 혁명적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뉴욕 패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뉴요커로서 패션 팬들이 꼭 들러야 할 곳을 추천한다면? 52번가의 갤러거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브로드웨이에서 멋진 쇼를 관람하길. 팬데믹이 끝나고 뉴욕이 원상태로 돌아가면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남자를 위해 보디수트를 만들던 때! 사실 과거로 돌아가는 건 내 철학과 맞지 않다. 다가올 순간이 더 기대되고 흥미로우니까.

2021 F/W 컬렉션은 말 그대로 뉴욕에 헌정하는 쇼였다. 당신에게 인상적인 뉴욕의 밤은? 정말 많지만, 졸업 파티 대신 클럽 스튜디오 54에 갔던 밤이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의 공간이 펼쳐진 줄 알았다.

패션은 매 순간 변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는 없었나? 당신이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를 꼽는다면? 가장 힘든 건 당신 말처럼 패션은 늘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비전만큼은 타협할 수 없다. 내가 디자인하고 싶은 것, 그것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잘 안다. 이 비전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 비결이다.

당신의 미학에 영감을 주는 미국적 요소는 뭔가? 뉴욕! 고향이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뮤즈 같은 존재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은 젊은 디자이너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중하게 탐구하고, 자기 관점에 자신감을 가질 것. 늘 고객에게 귀를 기울일 것!

마이클 코어스는 팬데믹으로 어려운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고 있나? 한 발짝 물러서는 법을 배워야 했다. 유연한 대처법도 터득했다. 고객과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소통했다. 각 컬렉션에 담긴 감정을 전하기 위해, 줌이든 실제 패션쇼든 트렁크 쇼든 라이브 스트리밍이든 여러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게 있다면? 나는 칼 앤더슨(Karl Anderson)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재혼을 준비 중이었다. 엄마가 새로운 성 ‘Kors’가 생겼으니 이름도 새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맘에 드는 이름, 마이클로 정했다. 그렇게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다.

패션에 규칙이 없다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삶에서 하나의 규칙을 세운다면? 시크하게 즐기기.

광고를 통해 벨라 하디드와 인연이 깊다. 마이클 코어스의 미학과 어떤 점이 잘 맞나? 도전적이고 재미있고 똑똑하고 섹시한 옆집 여자 같다. 동시대적인 젯셋족 이미지도 있기에 마이클 코어스와 잘 어울린다.

마이클 코어스라는 브랜드를 몇몇 단어로 정의한다면? 시크함. 모던 젯셋족을 위한 스포츠웨어.

최근의 관심 분야는? 지금은 여행이다. 팬데믹으로 발이 묶이는 동안 여행을 간절히 원했다. 세계를 다시 여행할 날을 소망한다.

40년을 보냈다. 미래의 10년은 어떻게 보낼 텐가?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희망을 가진다면, 10년 후에도 여전히 디자인하고, 여행하고, 전 세계 여자와 남자에게 화려한 스타일을 선물하고 싶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