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의 SOAPS & SENSIBILITY
태초에 향이 있고, 향수가 있었으며, 이제 비누가 있다. 그리고 논픽션 곁에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 3인이 있다.
잘나가는 편집숍이나 줄지어 차례로 입장하는 레스토랑, 새로 오픈한 카페에 가면 필수품처럼 놓여 있다. 론칭한 지 2년째지만 화장품이나 향수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이제 익숙한 ‘논픽션’이다. 취향 좋은 디자이너의 솜씨가 확연히 드러나는 패키지, 건강하고 안전한 원료, 눈을 감고 쉼 없이 호흡하게 만드는 향에 매료된 사람이 늘면서 논픽션은 인기다. 특히 조밀한 거품이 주는 촉감과 차분한 향, 탐스럽고 묵직한 디자인이 하루의 피로와 예민함을 씻어낼 듯하다. 이번엔 코로나 블루를 ‘세척’할 최적의 아이템 ‘비누’다. 산뜻하고 간결한 세정의 즐거움을 알려줄 비누는 ‘센티드 솝’이라는 이름이다. ‘로즈 페일’과 ‘카노페’ 두 가지 향으로 역시 향이 일품이다.
로즈 페일의 향은 비교적 산뜻하다. 달콤한 다마스크 로즈 향에 밀키한 샌들우드, 파우더리한 바이올렛 노트를 더해 폭신하게 깔린 무스 크림 위에 뽀얗고 연한 장미 꽃잎이 톡 하고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카노페는 그야말로 ‘논픽션적인’ 향이다. 베르가모트와 레몬, 허브가 만들어내는 그리너리한 톱 노트에 얼그레이와 매그놀리아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잔향이 끝내준다. 베르가모트 나무 그늘 아래로 부는 보드라운 미풍이 따라올 것 같은 시트러스 향. 모두 95% 천연 식물 유래 성분으로 제작했다. 보습력이 강한 히알루론산과 코코넛 오일, 라이스 오일 등 식물성 성분 5종을 함유해 씻은 뒤에도 촉촉하다(거품이 쉽게 풍부해지고 마무리는 그야말로 뽀드득!).
이 비누는 더 특별한 요소를 함유했다. 비누 론칭을 기념해 3인의 세라미스트와 ‘솝 디쉬’를 선보인 것이다. ‘센티드 솝’은 9월 27일 출시되며, ‘솝 디쉬’는 10월 1일부터 오프라인 쇼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악 크래프트의 전현지, 나이트프루티의 김소라와 백경원 작가가 참여했다. 바로 그 아티스트 3인과 향 그리고 그들만의 논픽션.
NIGHTFRUITI by 김소라
‘나이트프루티’, 밤의 열매라는 이름이 참신하다. 흙을 다루는 도예를 바탕으로 여러 기능을 지닌 리빙 오브제 브랜드다. 개인적으로 밤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내 제품이 누군가의 공간에서 행복한 시간과 잘 어우러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용자의 손과 공간에서 익어가는 열매에 비유한 이름이다.
논픽션과 어떻게 만났나? 뷰티 브랜드와는 처음이었는데, 다른 쓰임의 제품을 만들 기회였기에 함께했다. 특히 ‘센티드 솝’이 매력적이었다. 보드라운 거품에서 풍기는 향이 산뜻했다. 향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느낌? 그래서 솝 디쉬의 이름을 ‘스월링 러블리 센트(Swirling Lovely Scent)’라고 지었다. 이런 향을 모티브로 한 ‘나이트프루티’의 비정형적이고 분방한 손맛이 담긴 결정체다.
기능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기능과 디자인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불편하면 쓰지 않으니까. 욕실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형태와 물 빠짐이 용이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타일 벽에 부딪혔을 때 쉽게 깨지지 않도록 도톰하게 제작했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물구멍을 길고 시원하게 뚫었다. 일회성 협업으로 볼 수 있지만 브랜드와 작가의 오랜 논의 끝에 완성했다.
솝 디쉬만의 매력은? 논픽션이 ‘나이트프루티’의 스타일을 존중해주었다. 디자인 과정부터 샘플 제작까지 3주 정도 소요됐는데, 흥미로운 스케치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소용돌이 모양의 물 빠짐 구멍이 있는 디자인이 나왔다. ‘머리가 핑, 코가 핑’ 도는 향이 잘 표현됐다.
논픽션과 또 다른 협업 기회가 온다면? 제품 모두 오래 맡고 싶은 향을 지녔다. 룸 센트나 디퓨저를 위한 오브제도 만들고 싶다.
IAAC CRAFTS by 전현지
‘이악 크래프트’는 어떤 의미인가? ‘IAAC’은 ‘I Am A Ceramist’의 두문자다. 도자기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로 다양한 형태를 지닌 공예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를 뜻한다.
논픽션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이악 크래프트’는 논픽션 론칭을 준비할 때부터 세라믹 소재와 향을 접목할 여러 아이템을 함께 고민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시향 도구가 우리의 첫 작품이다. 론칭한 뒤부터 꾸준히 논픽션을 써온 덕분에 품질에 대한 신뢰나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그들의 애티튜드에 믿음이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개인적으로 지속 가능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 일환으로 리퀴드 타입에서 고체 비누로 생활 습관을 바꿨는데, 이때 솝 디쉬만큼은 기능적인 면을 정말 중요하게 여겼다. 솝 디쉬와 비누가 맞닿는 면적을 최소화해 비누 형태와 사용감을 최적화했다. 그리하여 ‘이악 크래프트’가 추구하는 ‘쓸모 있는 아름다움’을 대표할 만한 결과물이 탄생했다. 새 비누를 솝 디쉬에 처음 놓은 순간부터 사용하다 비누 형태가 변형될 때, 그리고 사용 후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쉬의 기능과 형태를 지켜봐주길.
솝 디쉬는 오브제로 사용해도 손색없다. 그 위에 놓일 ‘센티드 솝’의 모습도 기대된다. 솝 디쉬는 ‘센티드 솝’ 향과 어울리는 우아한 형태, 세라믹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악 크래프트’만의 매트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센티드 솝’은 풍부한 거품이 주는 부드러운 사용감과 개운한 마무리, 우아하게 남는 잔향까지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다.
‘센티드 솝’ 외에 애호하는 논픽션 제품은 뭔가? 사계절 필수품인 보디로션. 봄여름에는 포겟 미 낫, 가을과 겨울에는 상탈 크림!
KYUNGWONBAEKCERAMIC by 백경원
‘백경원 도자기’와 논픽션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내가 운영하는 ‘삼월의 작업실’의 어느 수강생이 내가 만든 비누 받침을 눈여겨본 뒤 비누 론칭을 앞둔 논픽션에 소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 논픽션을 즐겨 쓰고 선물도 자주 해온 덕분에 품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으며,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모습에 호감이 있었다.
논픽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번 프로젝트 시작 전에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봤다. ‘Your New Ritual’이 모토였다. 내가 논픽션을 쓰며 느낀 것이 딱 이랬다. 패키지 디자인부터 향까지 나만의 특별한 의식을 치르는 기분이 들게 한다.
‘센티드 솝’도 만족스러웠나? 일단 치즈 덩어리 같은 묵직함이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켰다. 은은하게 코끝을 감싸는 향도 일품이었다. 해 질 녘 강가에 앉아 바람에 실려오는 건너편 꽃향기를 맡는 기분! 보디 솝으로 사용했는데 건조하지 않아 놀라웠다.
솝 디쉬 ‘A Small Boat for Your New Day’에 대한 스토리도 궁금하다. 나는 흙을 손으로 쌓고 꼬집어 형태를 만드는 핸드 빌딩 기법으로 도자기를 제작한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하나의 단어를 떠올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심상을 몇 가지 기하 도형의 조합이나 구상적인 형태로 추상화한다. 솝 디쉬는 물가에 정박해둔 작은 보트를 떠올리며 이름 붙였다. 논픽션의 모토 ‘Your New Ritual’처럼 세안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매일 새로운 기분을 느끼길 원했다. ‘센티드 솝’과 어울리는 크기와 색상으로 제작했고, 비누가 비누 받침에 눌어붙지 않도록 상단에 작은 돌기를 더했다. 중앙에는 비누가 밑으로 빠지지 않도록 원기둥을 설치했다.
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제작에 3주 정도가 걸렸는데, 내 사인과 논픽션 로고를 나란히 새기는 순간이 짜릿하고 즐거웠다. 또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캔들 홀더 같은 향 관련 작업을 하고 싶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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