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는 교신, 명상에 성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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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하는 교신, 명상에 성공하는 법

2021-10-05T11:23:44+00:00 2021.10.05|

가부좌를 틀고 교신해야 할 대상은 머나먼 우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기, 내 마음에 있다.

명상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몇 해 전 그날도 어김없이 정신이 없었다. 풀린 샌들 끈이 신경 쓰이면서도 고쳐 묶지 않은 채 그저 급히 인터뷰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 앞 벤치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그날 만나기로 한) 인터뷰이를 보았다. 건물 뒤편에서는 경고음이 쩌렁쩌렁한 가운데 거대한 컨테이너가 옮겨지고 있었고, 차량은 건물 앞 4차로를 F1보다 저돌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지글지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여름 한복판이었다. 어느 것 하나 신경을 긁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 그녀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투명한 구(球)가 그녀를 감싸지 않았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촬영과 인터뷰가 시작되자 어김없이 정신이 없었다. 여유롭고 당당하던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역시 명상이 비결 아니었을까 싶을 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명상에 관한 글은 하나도 빠짐없이 인생의 거대한 시련에 맞닥뜨렸으나 명상으로 극복해낸 유명인의 사례로 시작한다. 명상 세계를 비틀스 선율에 담은 조지 해리슨, 40년 넘게 초월적 명상 수행을 하며 책과 다큐멘터리까지 펴낸 데이비드 린치는 명상을 예술적 행위로 보게 한다. 선 수행에 영향을 받아 혁신을 이룬 스티브 잡스, 메건 마클과 매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해리 왕자의 이름은 명상을 종교가 아닌 과학의 영역으로 믿게 하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이들의 드라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게도 명상을 찾게 된 계기는 있었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귀 아래가 퉁퉁 부어올랐던 것이다. 양방과 한방 병원을 두루 다녔지만 낫질 않았다. 회복을 위해 잠을 푹 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조언을 들었다. 회사에는 휴가를 냈지만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 의무는 이어지고 있었다.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염증 부위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가족은 사랑과 안정감을 주는 존재지만 엄연한 외부 자극이었다. 친밀한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무수한 타인과 온라인으로 이어져 있었다. 제주도 성산읍에 위치한 명상 리조트를 예약한 건 정말이지 혼자 지낼 곳이 없어서였다.

체크인을 하며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모든 명상 프로그램을 예약했다는 것부터 밝혀야겠다. 사실 나는 ‘늘 뭔가를 해야 하는 병’에 걸려 있다. 모든 일은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동동거린다. 통증 부위를 부여잡고도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지 검색부터 해본 것도 사실이다. (결국 트렁크에 <잘 쉬는 기술>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1일 1명상 1평온> 같은 책까지 가득 채워 갔다.) 짐을 풀지도 않은 채 부랴부랴 참석한 첫 명상은 침묵 명상이었다. 비행기에서 명상 책을 독파한 탓에 건포도 한 알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색, 모양, 질감, 온도, 무게 등 건포도로 할 수 있는 모든 생각, 감각, 감정을 느낀 후 비로소 입에 넣고 맛보고 씹는 일명 ‘건포도 명상’. 감각을 하나씩 살피도록 유도하는 명상으로 많은 마음수련원에서 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흐드러진 메밀꽃 들판, 더디게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그리고 곧 두꺼운 암막 커튼이 닫혔고 모두 침묵했다. 가부좌를 권장했지만 그냥 누워 있어도 상관없었다.

머무는 내내 아침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기지개를 켜고 좋은 글귀 한 구절을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손을 무릎에 올려두고 자세를 잡았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호흡을 하면서 나의 호흡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숨이 천천히 내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면서 나의 생명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나의 몸과 나라는 존재. 지금 이 순간을 가만히 느낍니다…” 명상 강사의 목소리는 대체로 심야 DJ 혹은 클래식 채널 아나운서와 비슷하다. 목소리에 촉촉한 물기가 서려 있다. 숨만 쉬길 권장하는 그 시간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평소보다 더 많은 생각이 올라왔다. ‘다리가 저리지만 정말 여기에 오길 잘했어. 비로소 온전한 휴식을 하는 걸까. 그동안 너무 달리긴 했지. 아로마 오일 냄새가 참 좋네. 지금 이 모습 사진 찍으면 인스타에 올리기 좋을 텐데. 아, 생각을 그만해야 할 텐데. 아아…’ 자책할 일은 아니었다. 명상 초보들이 대부분 겪는 일이다. “생각이 떠오른다면 그저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생각이 있구나’ ‘걱정이 있구나’ 인지하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면 됩니다.” 유체 이탈해서 생각을 보는 나를 떠올렸다. 생각을 관찰하라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그나저나 생각을 그만해야 할 텐데…’

명상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간 건 동적 명상 때부터였다. 가만가만 수련실을 돌며 공간을 눈에 담고 발바닥의 감촉을 느끼고 걷고 돌고 점프하고 몸을 까딱거리다가 종국에는 어떤 제약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비트는 빨라졌고 원시 시대 부족처럼 춤사위가 몸에서 마구 삐져나왔다. 개운했고 약간 눈물이 났던 것도 같다. 노래하는 그릇, 싱잉볼(Singing Bowl)을 활용한 명상은 더 신비로웠다. 그저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인데 싱잉볼이 내는 진동 주파는 평소 우리가 듣는 영역이 아니라 뇌파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로 균형을 잃은 몸의 회복을 도와준다고도 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명상 중에 잠에 든다고 했지만 나는 예외였다. 오히려 이번에 알게 된 건 숨 쉴 때조차 경직되어 있는 내 몸이었다. 머릿속이 불편할 때면 숨을 참는 습관이 있는 것도. 그런데 싱잉볼 연주를 들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고 정말이지 수년 만에 경험한 깊은 잠이었다. 옆에 누워 있던 초등학생은 너무 깊이 잠들어서 흔들어 깨워야만 했다. 명상 클래스가 끝날 때면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촉촉한 음성이 들렸다. 그 흔한 말을 들었을 뿐인데 온몸이 따뜻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명상 애니메이션 <헤드스페이스>에서는 명상을 ‘마음을 훈련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그렇기에 “규칙적으로 몇 분 정도 우리 자신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잠시 모든 걸 멈추고 방해 요소 없이 현재에 집중하도록 우리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드스페이스 창시자인 파란 눈 스님 앤디 퍼디컴은 명상의 본질은 “주의를 집중해 오직 현재에,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창해왔다. 호흡에 집중하고 잡념을 흘려보내고 어떤 판단도 하지 않는 마음의 상태로 훈련을 하는 건 모두 현재는 살기 위함이다. 우리 육신은 현재에 있지만 생각은 늘 과거와 미래를 떠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보낸다. 직장만 가지면, 이번 달 잡지 마감만 끝나면, 주말만 되면… 습관적으로 삶의 행복을 미래로 미뤄왔다. 그러고 보면 한동안 드라마를 정주행하거나 책을 온전히 다 읽었는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 걸었는데 어떻게 왔는지 기억나지 않기도 했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걸었던 육체는 도대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명상을 한다고 해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좋거나 희열이 솟구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명상은 그저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지금을 온전하게 살게 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눈을 뜨고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데 도움을 준다. 명상도 훈련이 필요한 일종의 운동이고 리추얼이라 몇 번의 명상 체험만으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상상해봤다. 엊그제 동료에게 늘어놨던 비아냥을 후회하지 않으면서 재료의 맛을 자각하며 밥을 먹고, 질문지가 후지다고 걱정하는 대신 대화에 충만한 인터뷰를 하고, 풀벌레 소리를 듣고 공기의 바뀐 질감을 느끼며 산책하게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투명한 구가 생기지 않겠는가 하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알람을 맞춰놓고 전투적으로 명상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다기와 명상 도구를 탐하며 기념품 숍을 들락거리고, 분주하게 명상 관련 책 페이지를 넘겨댔지만 그동안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외면하고 방치했던 정신과 육체가 조금은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본질과 본성, 내가 좋아하는 것, 인정했어야 했지만 미루고 있었던 삶의 어떤 챕터까지도. 흡입하듯 읽어댄 책 <잘 쉬는 기술>에는 135개국에 살고 있는 1만8,000여 명이 참여한 휴식 테스트 결과가 실려 있었다. 응답자 가운데 3분의 2는 휴식이 모자라다고 답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매일 평균 1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적었으며 돌봄 책임을 맡은 이들은 더 적었다. 내가  휴식 테스트에 참여했다면 남녀 간 휴식 시간 차이가 훨씬 더 벌어졌을 것이다. 억울함이 스멀스멀 찾아오는 거 보니 다시 호흡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음-파-.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