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의 성형 실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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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의 성형 실패 이야기

2021-11-03T19:35:18+00:00 2021.11.04|

우울증과 슬픔, 심각한 자기혐오라는 악순환의 굴레. 성형 실패로 인한 신체 변형 장애의 참극.

상징적인 캣워크부터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재치 만점의 농담까지, 1990년대 화려함을 상징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린다 에반젤리스타(Linda Evangelista)다. 세계적인 슈퍼모델로서 패션계에 잊히지 않을 한 획을 그은 그녀 아닌가. 하지만 동시대에 활동한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가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린다는 돌연 모습을 감췄다. 그랬던 그녀가 용기를 내 그 이유를 고백했다.

“냉동 지방 분해 시술 쿨스컬프팅(CoolSculpting)으로 영구적인 신체 기형이 왔어요. 생계가 무너졌을 뿐 아니라 깊은 우울증과 슬픔, 심각한 자기혐오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죠.” 지난 5년간 시술 부작용에 시달리던 린다가 드디어 침묵을 깨고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번 소송을 통해 스스로를 옭아매던 수치심을 떨쳐버리고 대중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숨어 사는 데 지쳤어요. 내 모습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더라도 이제 당당히 고개를 들고 문밖으로 나설 겁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젤틱 에스테틱스(Zeltiq Aesthetics)에서 판매허가를 취득한 ‘쿨스컬프팅’은 FDA의 승인을 받은 외래 시술로, ‘저온 지방 감소’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피부 표면 가까이에 있는 지방세포를 냉각시켜 파괴한다. 관련 기술이 처음 고안된 것은 2008년으로, 시작점은 ‘아이스크림 지방염(Popsicle Panniculitis)’이었다. 냉기로 인해 아이스크림을 먹은 아이들의 지방세포가 파괴되면서 영구적인 괴사가 발생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1980년에는 추운 날씨에 말을 타는 여성들의 허벅지 안쪽에 지방 함몰이 발생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쿨스컬프팅은 대량의 지방 감소가 목적이 아니다. 피부과 및 레이저 시술 센터의 디렉터인 피부과 전문의 폴 M. 프리드먼(Paul M. Friedman)은 이렇게 강조한다. “이 시술은 체중 감량을 위한 시술이 아닙니다.” 정상 체중인 환자에 한해, 특정 부위의 지방이 다이어트나 운동을 해도 절대 빠지지 않을 경우 시도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굶지 않고 운동 없이 살을 빼주는 천상의 다이어트’. 이처럼 달콤한 캐치프레이즈로 우리 여자들의 환심을 산 쿨스컬프팅은 먼저 피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젤을 바르고 냉각용 특수 애플리케이터를 원하는 부위에 부착하는데, 주로 지방이 많이 쌓이는 턱, 복부, 허벅지, 팔, 등이나 엉덩이 아래쪽에 시술하게 된다.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휘트니 보위(Whitney Bowe)는 이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피부를 냉각시키면 “주변의 신경, 근육, 피부 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지방세포만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위는 시술 후 1~6개월에 걸쳐 지방세포가 사멸하며, 일반적으로 시술 부위의 지방이 20%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부위에 2회 이상 추가 시술하는 경우가 흔하며, 지방이 40~50%가량 감소됨으로써 작은 지방 덩어리를 모두 제거하고 더욱 매끈한 윤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시술 부위에 따라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쿨스컬프팅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쿨스컬프팅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2019년 미국에서 시행된 쿨스컬프팅 시술은 무려 800만 건 이상.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ASAPS) 보고에 따르면, 2019년 의사 면허를 보유한 미국 성형외과의에 의해 시행된 비수술적 지방 감소 시술은 총 12만9,686건. 쿨스컬프팅 및 초음파를 통해 지방세포를 파괴하는 기타 시술 역시 이러한 시술 범위에 포함된다. 해당 통계에는 피부과 의사가 행한 쿨스컬프팅 시술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실제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쿨스컬프팅은 지방 흡입술 같은 수술적 기법에 비해 회복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길 원치 않는 환자들이 선호하는 시술 중 하나다. 보위는 “시술을 받은 당일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의료 시장에서 냉동 지방 분해 시술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비해 개발이 덜 된 데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엘러간 에스테틱스’ 관계자는 향후 5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는 단 하나, ‘쿨스컬프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피부를 흡입해 고정하는 기기가 그렇듯, 쿨스컬프팅 시술 중에는 피부가 땅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시술 중 피부 감각이 무뎌지기 전까지는 냉기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보위는 시술 이후 해당 부위에 감각이 돌아오면서 얼얼함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기기 제조사에 따르면, 시술 시점으로부터 며칠이나 몇 주 후에 홍반, 부종, 멍, 뭉침, 얼얼함, 따가움, 압통, 경련, 가려움, 피부 민감도 상승 등의 증상이 우려된다. 턱 아래쪽에 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목구멍 뒤쪽에서 팽만감이 느껴질 수 있다. 흔치 않은 부작용으로는 동상, 탈장, 몇 주간 지속되는 어지럼증 혹은 통증.

얼마 전 린다는 젤틱 에스테틱스를 상대로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시술 부작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실직, 자신의 커리어와 대중 앞에 나설 기회를 잃어버린 것 등을 이유로 회사 측에 한화로 6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소송에 따르면 린다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복부와 옆구리, 등의 상하부, 허벅지 안쪽, 턱 등의 지방세포를 분해하는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몇 달 되지 않아 시술받은 부위 피부 안쪽에 딱딱하고 불룩한 덩어리가 생기면서 통증이 시작됐으며, 결국 2016년 6월 지방세포 과대 이상증식(Paradoxical Adipose Hyperplasia)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린다가 겪은 부작용은 지방세포를 얼려 시술 부위의 지방을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시술인 냉동 지방 분해술로 인해 굉장히 드물게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조슈아 자이크너 피부과 전문의는 환자 1만 명 중 한 명꼴로 시술 2개월 후쯤 새로운 지방이 증식하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말한다. “왜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지는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누구에게 발생할지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뒤 “알 수 없는 메커니즘에 의해 남은 지방 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현재 이론”이라고 덧붙였다. 린다는 시술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받지 못했다며 두 번의 교정 치료를 받았음에도 “내 몸이 잔인하게 망가졌다”고 말했다. 자이크너 박사에 따르면 이 교정 치료가 현재 지방세포 과대 이상증식 부작용을 치료할 유일한 방법이다(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지방 흡입술 같은 지방 제거술을 또 한 번 받는 것이다).

성형 시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희귀한 부작용에 대한 인식도 팽배하다. 특히 유명 인사가 솔직하고 투명하게 자기 이야기를 공개할 때 더 증폭된다. 자이크너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유명 인사들이 어떤 수술을 받고 그 수술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일입니다. 성형과 관련된 우려 사항이나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죠.”

린다 에반젤리스타는 외모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관심과 평가로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사실 또한 언급했다. 자신의 모습에 대해 “미디어가 묘사해온 것처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말하자 패션계에선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성형에 대해 매번 솔직한 태도를 보여온 마크 제이콥스는 “용기를 내주어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배우 재뉴어리 존스 역시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주어 고맙다”며 린다의 고백이 갖는 힘을 누구보다 잘 요약해 표현했다. “린다가 낸 용기는 그 어떤 외적 아름다움보다 뛰어납니다. 한번 아이콘은 영원한 아이콘이다. 그게 언제라도!”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