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샤넬 2021/22 공방 컬렉션의 키워드

2021.12.30

샤넬 2021/22 공방 컬렉션의 키워드

콘크리트로 엮은 실 안에서 펼쳐진 샤넬 패션 크래프트의 마법. 그것은 또 한 번의 숭고한 작업이었으며, 숭배의 대상이었다.

모든 것을 휩쓰는 에너지를 지닌 샤넬의 이번 시즌 공방 컬렉션은 점을 선으로 이어 완성하는 한정판 샤넬 에디션처럼 읽혔다.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메종의 장인들을 위해 새로 설립한 워크숍 ‘Le19M’으로 게스트를 초대해 샤넬의 수공예 작업이 이뤄지는 바로 그 공간에서 공예 중심적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기 있으면 학교로 돌아온 것 같아요.” 비아르는 쇼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특유의 정돈된 매너 덕분에 아주 좋은 성적을 받았을 것이다. 빌딩이 있는 행정구에서 이름을 따온 삼각형의 Le19M은 루디 리치오티(Rudy Ricciotti)가 디자인했다. ‘콘크리트로 엮은 실’ 같은 파사드로 인해 오뜨 꾸뛰르 자수의 복잡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비아르는 ‘Metropolitan’ 컬렉션을 통해 그 선과 건물의 인테리어를 패션으로 구현해냈다.

쇼의 시작을 알린 슬렌더 칼럼 코트의 트위드 포켓 장식은 Le19M을 휘감은 파사드의 유기적인 격자 구조를 연상시켰고, 직후 등장한 튜닉 역시 마찬가지였다. 3차원적으로 짜인 퍼플 크롭트 톱과 큐롯의 앙상블과 26번 룩의 톱에 자수로 장식한 골드 리본에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좀 더 노골적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시너지 측면에서는 전체적인 합이 부분적 요소보다 더욱 큰 힘을 보여주었다. 이는 르사주(Lesage), 몽퇴(Montex), 르마리에(Lemarie), 로뇽(Lognon), 구센(Goossens), 메종 미셸(Maison Michel), 마사로(Massaro)처럼 Le19M에서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장인 정신을 선보이며 ‘풀 룩’이라는 큰 그림을 세계에 보여주는 사람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았다.

비아르는 이런 룩을 센강 좌측의 거리로 내보내며 수공예라는 구시대적 관습을 현대적 맥락으로 배치했다. 그녀는 그래피티와 같은 자수로 샤넬의 브랜딩을 구현하며 2021년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점점 빼곡히 채우는 로고 마니아 현상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플로럴 장식 사이의 샤넬 더블 C 로고 위에는 톱이 얹혔고, 이 로고는 솜털 같은 은빛 자수로 카디건과 팬츠에도 장난스럽게 흩뿌려져 있었으며, 스웨트셔츠를 연상시키는 트위드 블루종의 프런트 포켓에도 형형색색의 크리스털로 만든 ‘Chanel’ 로고 장식이 있었다. 스트리트 웨어가 ‘모든 길거리와 모든 장소를 위한 의류’라는 또렷한 의미를 지니는 세상에서 비아르의 샤넬은 Le19M의 설립과 함께 주어진 ‘장인 정신이 귀해진 세상에서 이를 미래와 연결함으로써 그 명맥을 이어간다’는 의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런 것이 바로 공방 컬렉션의 존재 이유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쇼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런웨이를 걸어 나와 단상 위로 올라간 한국계 미국인 톱 모델 수주가 또 다른 자아인 팝 스타 ‘에테르(Ether)’로 변신했다. 위켄드(The Weeknd)의 프로듀싱 작업을 맡는 다니엘 로파틴(Daniel Lopatin)으로도 알려진 베이퍼웨이브 아티스트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 옆에서 에테르는 그녀의 싱글 ‘Haenim(햇님)’과 쇼의 피날레를 위해 쓰인 트랙 12.21을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다. 샤넬의 뮤지컬 슈퍼 바이저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와 라이언 아길라(Ryan Aguilar)는 이 댄스·트랜스 공연에 대해 “아주 정교하고 세밀하게 제작한 음악이다. 음향으로 이루어진 삽화가 키스를 나누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샤넬 런웨이에서는 모든 것이 딱 들어맞았다. 스트리트 웨어부터 음악까지, 요즘 세상에선 꾸뛰르가 마법의 단어인 듯하다. (VK)

에디터
신은지
ANDERS CHRISTIAN MADSEN
COURTESY OF
CHANEL
SPONSORED BY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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