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이 만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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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이 만든 길

2022-10-20T19:19:34+00:00 2022.02.02|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의 왕세자 변우석. 그는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잘도 간다, 꿈의 달로.

검은색 스웨터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지퍼 장식 수트와 슈즈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요즘 젊은 배우가 끌어가는 로맨스 사극이 호평이다. 역사적 사건이나 고증에 집중하기보다 그것을 갈등 요소로 삼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젊은 주인공들의 고민은 현대의 것과 다르지 않아 공감을 사고, 뻔할 수 있는 플롯에 사극이란 장치가 환기가 된다.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도 금주령이 내려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촉망받는 젊은 배우 변우석, 유승호, 이혜리, 강미나가 출연한다. 변우석은 사랑에 빠진 알코올홀릭 왕세자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19년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에서도 사극 연기를 무리 없이 해냈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상대역 강미나와는 2017년에 단막극 <직립 보행의 역사>로 먼저 만났다. 강미나는 아이돌을, 변우석은 모델 일을 먼저 시작했고, 둘 다 본격적으로 연기한 지 1~2년 된 신인이었다. 5년이 흘렀으니 둘의 연기는 서로 알아볼 만큼 늘었을 거다. 변우석은 “연기는 시간과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며 답변을 시작했다. “5년 전엔 확실히 멋모르고 열심히만 했는데, 시간이 쌓이면서 그때보다 약간 성장한 것 같아요. 제가 모델 일을 하는 동안 다른 배우들은 그만큼 연기 경험을 쌓았죠. 연기를 시작한 초창기엔 난 왜 이렇게 안될까 싶었는데, 그 친구들만큼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인 거예요.”

변우석은 스무 살에 모델로 데뷔했고, 여러 쇼에 서다가 스물여섯인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충남(윤여정)의 외조카 역할로 데뷔했다. 데뷔작이 윤여정,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박원숙, 신구 등 ‘선생님’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였으니 부담이 컸을 거다. 첫 촬영은 남에게 퍼주기만 하는 충남을 나무라는 장면이었다. 그때 윤여정은 변우석에게 “너 연기 처음 하지?”라고 했다. “그 한 장면을 엄청 열심히 준비해갔는데 너무 떨었어요. 연기가 하나밖에 안 나왔죠. 홍종찬 감독님께서 하나를 반복해도 좋지만 여러 가지로 표현해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생각할수록 첫 작품부터 많은 배움을 얻었어요.”

변우석은 그 작품에 출연하기까지 100여 차례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한 달에 30번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밑바닥부터 힘겹게 올라오는 배우 지망생 사혜준(박보검)에게 공감했다. (변우석은 <청춘기록>에서 능력 있는 엄마(신애라)의 서포트를 일부러 피하는 배우 원해효 역을 맡았다.) “정말이지 보는 것마다 떨어졌어요. 나는 왜 안될까, 길을 잘못 들어섰나, 자괴감이 들었죠. 하지만 그만큼 내가 부족했던 거예요. 나보다 더 많이 준비한 친구들과 경쟁했으니 당연히 떨어지죠. 이 일을 오래도록 꾸준히 집중력 있게 하면 결과가 좋을 거라고 믿어요.” 가진 것에 비해 운이 따르는 또래 스타를 보면 어떤지 물었다. “운 때문에 잘된 것 같은 사람도 그만의 뭔가가 있어요. 아침마다 하는 좋은 습관이 있거나,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한다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자세히 살펴보면 이래서 잘됐구나 깨달아요.”

변우석은 발성과 연기 연습도 매일 하지만 ‘생각하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이전에 영화를 보면 재미있다, 좋다, 별로다 정도로 감상이 단순했어요. 이젠 왜 좋은지, 무엇이 마음을 울리는지 살피고 생각을 정리해요. 내가 이걸 한다면 어떨까 대입하고 다른 사람 의견도 듣고요. 이런 연습을 하지 않으면 특정 상황에 맞닥뜨릴 때 뭐가 맞는지 헤매요. 쉽지는 않아요. 오늘 한다고 내일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연습이니까요.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꾸준히 해야죠.” 변우석에게 어떤 성격이 자신을 이 정도까지 끌고 올 수 있었는지 물었다. “깊게 매몰되기보다 일할 때 ‘할 수 있다’고 접근해요. 모델 일을 한 덕분이기도 해요. 그때 해외 쇼에도 섰거든요. 당시 쇼에 서는 모델 20명 중에서 아시안은 한두 명이었어요. 낮은 확률을 뚫고 무대에 섰는데, 연기도 힘들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다른 차원이었죠(웃음).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두려웠어요. 해낼 수 있을까, 욕먹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젠 부담을 갖기보단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려고요. 계속 연습하면서 불안을 해소하려고 해요.”

변우석은 영화를 준비 중이다. 잠깐 얼굴을 비친 영화 <백두산>과 <청년경찰>을 빼고는 본격적인 첫 영화다. “영화 <조커>를 보고 현실에서 비슷한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을 본 적 있어요. 내가 하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놀랐어요. 더 신중하고 겸손하게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는 촬영을 모두 마쳤다. 유년 시절을 함께한 1988년생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의 안온한 세계를 깨트리는 첫사랑 진우 역이다. “<소울메이트>를 보고 여기저기 추천했던 터라 캐스팅되고 놀라면서도 설렜어요. <접속> <원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처럼 따뜻하고 여운 있는 작품을 즐겨 보는데 우리 영화도 그럴 거예요. 영화 현장이 참 좋아요. 감독님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역할을 고민할 수 있었죠. 물론 첫 영화라 정신없었죠. 저는 자연스럽게 한다고 했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보이는 연기는 흡입력이 더 있어야 해서 연습이 필요했어요.”

현재 촬영 중인 영화는 <20세기 소녀>로, 태권도 유단자 나보라(김유정)의 동급생 풍운호 역을 맡았다. 지금은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할 때지만, 그래도 첫사랑, 훈훈한 남자 친구, 왕세자 같은 역할 위주로 하는 것이 아쉽지 않은지 물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배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데,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요. 현재 하는 드라마의 왕세자 역할은 감정을 꺼내서 드러내는 연기예요. 안으로 조금씩 보여주는 연기만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연기가 재밌어요. 맡은 역할마다 즐겁게 배우죠. 조금 웃긴 말인데 옛날에도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변우석은 어릴 때 성당에서 하는 연극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한 적 있다. 그렇다고 그 경험이 연기로 이끌지는 않았다. 변우석에겐 모델도, 배우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저 ‘내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모델을 하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배우에 도전했어요. 저는 원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거든요. 일도 행복하기 위해서 하죠. 다만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서른한 살의 저는 지금뿐이잖아요. 다음에 하자고 넘기기보다 기회가 오면 충실히 해내고 싶어요.” (VK)

패턴 셔츠는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 at Boontheshop), 검은색 팬츠는 프라다(Prada), 목걸이는 바이시클 트로피(Bicycle Trophy at Amondz), 레이스업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패턴 재킷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at Boontheshop), 지퍼 장식 팬츠와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남색 수트와 셔츠는 펜디(Fe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