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규칙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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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규칙이 필요해?

2022-03-02T00:10:44+00:00 2022.03.01|

스커트, 팬츠, 스카프, 모자, 부츠, 재킷, 프린지, 색상, 질감, 패턴까지. 새로운 스타일 강령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입어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입던 초창기로 회귀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트렌디하거나 멋지다는 이유로 뭔가를 입는 게 아니죠. 누군가의 진정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엄청난 인력을 가진 옷이 있다. 그런 옷은 태양 1,000개의 힘으로 당신을 어루만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나는 브루클린에서 열린 2022 S/S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 패션쇼장 밖에서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는 느낌을 받았다. 오렌지색 메시 톱풍성하게 늘어진 라일락색 러플, 청록색 플랫폼의 스니커즈로 꾸민 관객이 산들바람에 프릴을 흩날리며 나를 휙 스쳐갔다. 디자이너 힐러리 테이모어(Hillary Taymour)가 케일밭과 바질밭 사이에 런웨이를 설치한 브루클린 그레인지(Brooklyn Grange) 루프톱 농장에서 만난 또 다른 관객은 빈티지 베르사체 블라우스에 반투명 화이트 팬츠와 무척 큰 사이즈의 코럴 목걸이를 매치하고 있었다. 다채로운 색상의 매니큐어를 바른 남자아이 두 명이 패션쇼 앞줄에 앉아 수다를 떨었고 그들과 함께 온 여성은 귀를 덮는 벙거지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팡파르도 없이 패션쇼 배경음악이 흐르기 시작했고 관객들이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관객들 자체가 패션쇼였을까? 잠시 후, 앞줄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일어나 새로우면서도 오래된, 업사이클링되었으면서도 저속한 옷을 입고 런웨이로 뛰어나왔던 것 같다. 몇 주가 흐른 지금, <보그> 사무실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인상을 남긴 것은 그 관객들의 옷차림만은 아니었다. 바로그들이 누구인지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배경과 성별을 지닌 여러 사람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배우 사샤 프롤로바(Sasha Frolova)와 그녀의 할머니, 셰프 데본 프란시스(DeVonn Francis), 모델 자젤 자노티(Jazzelle Zanaughtti), 70대의 런웨이 슈퍼스타 캐슬린 맥케인 잉그먼(Kathleen McCain Engman) 등 다채로운 모델들이 패션이 세상을 반영하고 세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에서 중요한 축으로 환영받고 축하받았다.

며칠 후 부시윅(Bushwick)에서 열린 루아르(Luar) 패션쇼 앞줄에 앉은 한 남성은 도발적인 상퀼로트(Sans Culottes) 스타일의 가죽 챕스(Chaps)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크롭트 톱을 착용하고 패션쇼에 늦게 도착한 어느 관객은 자리를 찾지 못해 내 무릎에 털썩 앉으며, 라울 로페즈(Raul Lopez)의 관능적이고 엄격한 새로운 컬렉션을 입고 런웨이에 섰던 모마히라 모타(Omahyra Mota)와 리치 샤쟘(Richie Shazam) 같은 활력을 뿜어냈다. 마르니는 그 상황을 한층 더 밀어붙였다. 밀라노에 설치된 구불구불한 스테이지 주변에 앉은 관객 모두가 과거 시즌에 발표했고, 핸드 페인팅 스트라이프, 소용돌이, 꽃으로 리사이클링한 작품을 입었다. 누가 이 쇼의 일부였고 누가 아니었던 걸까? 2022 S/S 컬렉션이 발표되고 몇 달 정도 지난 지금 우리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집단 사고보다 개성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마주하게 됐다. 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런웨이, 거리, 지하철, 심지어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풍성하게 확인되고 있다.

패션이 항상 절충을 환영한 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이심판의 해가 사람들이 사회에서 일어나기를 희망해온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않았을지라도, 분명 컬렉션 무대를 뉴욕, 상하이, 라고스, 도쿄, 파리 같은 패션 중심지의 거리처럼 보이게 만들도록 패션 디자이너에게 힘을 실어주긴 했다. 그 패션 중심지에서는 극과 극을 이루는 패턴이 상충하고, 스커트가 팬츠 위에 레이어드되고, 미드리프가 관능적인 러그 솔 블랙 부츠만큼 흔히 포착된다. 런웨이 모델들과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 간의 경계가 한때는 극명했지만, 이제는 다소 흐려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지워졌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입던 초창기로 회귀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보그>에서 오랫동안 스트리트 스타일을 촬영해온 사진작가 필 오(Phil Oh) S/S 컬렉션의 바깥 풍경에 대해 말했다. “트렌디하거나 멋지다는 이유로 뭔가를 입는 게 아니죠. 누군가의 진정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지위, 젠더 규범, 체형, 행사 등과 관계없는 패션 스타일은 대체로 이 세상에서 여전히 혁명적 아이디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에 관한 모든 고정관념을 떠올려보자. 남성이 치마를 입지 않는 것그릇된 곡선을 강조하지 않도록 가로줄 무늬 옷을 입지 않는 것 등을 예로 꼽을 수 있다기존 사고방식으로 보면,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섬세한 여성 구두가 필요했고 남성성을 위해서는 수트가 필요했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새로운 패션 피플 세대는 모든 사람을 대표하고 포용하는 새로운 패션 세계를 반영하기 위해 단지 이런 사고에 맞설 뿐 아니라 이것들을 완전히 철폐한다.

뮤지션이자 모델로 활동하는 엔젤 프로스트(Angel Prost)는 콜리나 스트라다의 패션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프로스트와 그들(3의 성 ‘They’)의 형제 룰루(Lulu) 함께 런웨이에서 워킹을 마친 다음, 재빠르게 밴드프로스트 칠드런(Frost Children)’으로서 라이브 테크노 록을 연주했다(2022 S/S 컬렉션을 전 세계에서 발표할 때, 프로스트는 끌로에, 마르니, 셀린느, 미우미우 등의 런웨이를 누비며 획기적인 시즌을 보냈다).

나는 프로스트와 커피 타임을 가졌다. 뉴욕의 새로운 스타일을 대표하는 보드(Bode), 카페 포갓(Café Forgot) 등의 매장, 거대한 빈티지 매장 제임스 벨로리아(James Veloria)와 인접한 약속 장소에 등장한 프로스트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기묘한 옷을 레이어드함으로써 환영 같은 모습이었다. 미우미우 쇼에서 입었던 룩에서 영감을 받은 플리츠 울 스커트 밑에 빈티지 플라워 진을 받쳐 입고, 콜리나 스트라다 핑크 후디 밑에는 넥타이 블라우스와 크로셰 베스트에 긴 진주 목걸이를 여러 개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스트가 들고 있던 비둘기색 셀린느 가방은 그들이 셀린느 2022 S/S 남성복 영상에서 카프탄을 입은 여성 대제사장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후 받았던 선물로, ‘かわいい(Kawaii)’라는 일본어 글자 장식으로 뒤덮여 있었다. “제가 좀 요란하게 입은 것 같군요.” 프로스트가 말하면서 특정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옷을 시즌 레퍼런스로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상상하고, 영화를 보고, 세상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것에서 비롯돼요. 그다음 저는 옷을 입음으로써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노력하죠.”

판타지, , 아이 같은 경이로움이 패션의 새로운 대세 스타일을 형성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기발함을 위한 기발함이 아니다. 트랜스젠더인 프로스트는 자신의 스타일을 재미뿐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 사용한다. “제가 만드는 음악 상당수와 제가 옷 입는 방식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판타지예요.” 프로스트가 말했다. “요즘 제가 옷 입는 방식의 핵심은 그런 유의 판타지에 당당하게 의지하는 겁니다.”

풍성함과 수용이 서로 맞물려 있다. 그것은 새로운 패션 수호자들이 규칙을 배우고 그다음 소셜 미디어에서 그 규칙을 깨뜨리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들만의 스타일 어젠다를 설정하면서 채택했던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DIY와 공예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틱톡에서 Z세대는 필시 JW 앤더슨의 새로운 카디건에 찬사를 쏟아내고 자신들의 스타일로 만들어낼 것이다. 미드리프에 열광한 미우미우 2022 S/S 패션쇼 이후, 모델이자 인플루언서 데본 리 칼슨(Devon Lee Carlson)은 미우치아 프라다의 런웨이에서 영감을 받은 빈티지 수트를 크롭트 블레이저와 마이크로 스커트로 탈바꿈시키는 영상을 만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이것은 절대 뜨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두아 리파 같은 대스타들이 빈티지 장 폴 고티에만큼 새로운 시즌 블루마린을 입은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은 어떤 규칙도 없어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이상해질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창의적일 수 있어요.” 액세서리 디자이너 수잔 콘(Susan Korn)이 말했다. 그녀가 최근 오픈한 수잔 알렉산드라(Susan Alexandra) 매장은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크리에이티브 허브가 됐다. “제 사무실은 다임스 레스토랑(Dimes Restaurant)이 자리 잡은 LES(로어이스트사이드) 지역의 다임스 스퀘어(Dimes Square)에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들의 스타일 방식을 창밖으로 내다볼 수 있죠. 우리는 유동성과 표현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어요. 그리고 터무니없는 것, 오버사이즈, 과장된 뭔가를 부끄러워하거나 피하지 않죠.”

그렇지만 패션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시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진정한 자아를 현실이나 온라인에서 실천하는 새로운 패션 피플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패션은 분명 그래야만 한다. “매일 저는 새로운 옷을 입어봐요.” 프로스트가 말했다. “거울을 보며정말 예뻐 보이는데!’라고 느끼죠. 얼마나 터무니없어 보이는지 상관하지 않고 말이죠. 이것이 바로 제 모습입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