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닉 백] 다이애나의 패션 유산, 디올의 레이디 디올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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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닉 백] 다이애나의 패션 유산, 디올의 레이디 디올 백

2022-04-12T16:48:51+00:00 2022.03.28|

최근 개봉한 영화 <스펜서>를 통해 다시 주목받는 패션 아이콘이 있습니다.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라 불리는, 웨일스 공작 부인 다이애나입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지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패션으로 이목을 끌고 있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1996년 런던의 국립 신경외과 병원을 방문하며 레이디 디올 백을 든 다이애나 왕세자비. ⓒ REX_SIPA

1996 왕실을 벗어나 자선사업가로 새롭게 도약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패션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항상 의상이 어떻게 해석될지 고심했죠. 정말 중요한 문제로 여겼어요.” <영국 보그> 편집장이자 왕세자비의 스타일 멘토였던 안나 하비가 증언하듯, 그는 패션이 갖는 메시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편애를 받았던 디올, 샤넬, 베르사체, 구찌, 토즈, 아르마니… 그중에서도 여기 소개하려는 레이디 디올 백과의 관계는 조금 특별합니다. 

1995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 Cherruault_SIPA

1995 9 파리 그랑 팔레에서 개최된 폴 세잔 회고전의 개막식. 그곳을 찾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당시 프랑스 영부인 베르나데트 시라크는 새로운 디올 백을 선물했습니다. 당시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던 백은 크리스찬 디올의 뮤즈였던 미차 브리카드의 별명을 따슈슈(Chouchou)’라 불리던 참이었죠. 

왕세자비는 선물로 받은 가방이 퍽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1995 리버풀을 방문하면서 베르사체 오렌지색 스커트 수트 차림에, 같은 아르헨티나 순방길에 나서며 핑크색 원피스 차림에 가방을 드는가 하면, 1996 멧 갈라에서는 당시 디올의 디자이너 갈리아노의 미드나잇 블루 슬립 드레스 차림에 디올의 가방을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딜 가든 가방과 함께였던 거죠.

1996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방문하며, 미니 레이디 디올 백을 든 다이애나 왕세자비. All Rights Reserved.

왕세자비와 잘 어울린다는 호평이 쏟아지던 1996. 이 가방은 공식적으로레이디 디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애칭레이디 디(Lady Di)’에서 유래한 이름과 함께 아이코닉 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겁니다.

레이디 디올 백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하는 건 ‘카나주’라는 퀼팅 패턴입니다. 이 모티브의 유래는 하우스의 창립자 크리스찬 디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자신의 패션쇼에서 게스트를 위해 마련한 나폴레옹 3세 스타일 의자에서 착안한 거죠. 프랑스 역사에서 빛나는 시절을 상징하는 이 패턴은 의류와 가죽 액세서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오늘날 디올 하우스를 대표하는 패턴이 되었습니다.

‘카나주’ 퀼팅 패턴의 유래가 된 나폴레옹 3세의 의자. All Rights Reserved.

움직일 때마다 금속음을 내며 찰랑거리는 메탈릭 참 역시 크리스찬 디올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행운과 점성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주머니에 네 잎 클로버와 작은 나뭇조각을 부적처럼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알려져 있어요.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죠. 이런 디올의 믿음은 이후 디자이너들이 럭키 참을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어요. 레이디 디올 백에 달린 알파벳 형태의 참은 행운을 믿는 디올의 신념을 계승한 셈입니다.

링으로 연결된 아치 모양 톱 핸들과 사각형 박스 모양 가방이 이루는 구조적 형태는 이 백을 고안한 당시 디올의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가 건축 학도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손으로 직접 만져 가죽 소재를 선별하고, 바느질을 통해 카나주 모티브를 완성한 뒤, 일정한 비율로 맞춤 제작된 목재 틀을 활용해 가방을 조립하여 완성하는 레이디 디올. 이 모든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크리스찬 디올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예술 작품에 고유의 특성을 부여하는 인간의 손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기계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서정성과 삶을 담기 때문이에요.”

수작업에 각별한 애정을 품어온 디올 하우스가 당대 가장 뛰어난 예술가들과 손잡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를 맞은디올 레이디 아트가 그래요.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아이코닉한 레이디 디올 백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죠.

올해 참가한 작가 12명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다양성 그 자체입니다. 마날 알 도와얀, 기셀라 콜론, 요한 크레텐, 제니브 피기스, 지지수, 앙토냉 아코, 장 후안, 레온하르트 후르츨마이어, 유키마사 이다, 다이스케 오바, 리 송송, 리나 아이리스 빅토르까지. 작가들의 상상력과 노하우를 결합한 이 특별한 작품은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향한 디올 하우스의 찬사로 여겨져요.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이미 출생부터 아이코닉한 레이디 디올 백에 현대성을 더하는 또 다른 축입니다. 캔버스 소재에 동물 모습을 수놓은 투알 드 주이, 라탄과 라피아 소재, 옆으로 길게 늘린 듯한 D-조이와 마이크로 사이즈 등은 마치 한 가지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현대 여성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죠. 

레이디 디올 백은 디올 하우스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유로운 정신을 사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확신으로 가득한 당당하고 우아한 애티튜드를 갖췄죠. 마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