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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임산부도 스스로 섹시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2022.05.24

by 김다혜

    이하늬 “임산부도 스스로 섹시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우주를 품은 여인. 동그란 배를 드러낸 이하늬는 ‘임신이 체질’이라며 시원하게 웃는다.

    현란한 카무플라주 재킷과 보석 장식 미니스커트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길게 늘어진 체인이 귀고리처럼 보이는 헤드피스는 브릴피스(Brillpiece).

    모든 체형의 여성을 위해 탄생한 컷아웃 드레스는 에스터 마나스(Ester Manas), 독특한 형태로 귀를 감싸는 이어커프는 복초이(Vokchoi), 아찔한 높이의 분홍색 플랫폼 뮬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긴 트레인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는 메탈릭 가운은 발렌시아가(Balenciaga), 앞코가 뾰족한 부츠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다이아몬드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귀고리는 다미아니(Damiani).

    청록 트랙 팬츠는 쏜지크(Songe Creux), 다양한 꽃을 형상화한 다이아몬드 반지는 다미아니(Damiani).

    만삭의 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크롭트 니트 상의와 크롭트 셔츠, 미니스커트와 벨트, 양말과 로퍼는 미우미우(Miu Miu), 데이지꽃 모티브 사이로 진주를 세팅한 더블 링은 다미아니(Damiani).

    촬영 내내 즐거워 보였어요. 카메라가 보이면 습관적으로 배에 힘을 줬는데, 또 언제 이렇게 배를 마음껏 내밀고 촬영을 하겠나 싶기도 해요(웃음). 실은 촬영 앞두고 걱정되긴 했어요. 출산을 앞두고 무리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힘들기는커녕 아기도 꿈틀꿈틀 좋아하네요.

    이례적인 노출까지 감행했어요. 여성의 몸이 이토록 신비롭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동시에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을 원했죠. 어떤 역할에 대한 고정적인 시선을 거두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임산부도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스스로 섹시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어떤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도보다는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분들께 작은 격려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임신하면 몸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죠. 힘들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과거에는 임신이 여자 홀로 치러야 하는 희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해요. 시기에 맞춰 배가 불러오고, 임신선이 생기고, 골반이 벌어지는 것처럼 아기를 위해 내 몸이 변화하는 과정을 오롯이 느끼다 보면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해요. 말 그대로 생명의 에너지죠. 완전한 생명체를 내 안에 품다 보니, 이 시간을 충분히 느끼고 잘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더라고요. ‘임산부로서 행복하게 살기’가 목표입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네요.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렸어요. 저 역시 두려운 마음이 있죠. 하지만 한
    단계 성장하려면 그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는 변환 장치가 있어야 해요. 저는 자신을 많이 믿어요. ‘괜찮아, 충
    분히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하는 거예요. 오늘처럼 임산부가 배를 드러내고 촬영해도 되나
    고민하다가도 예쁘게 받아들여주시는 분들을 떠올리며 다독이는 것처럼 말이죠.

    임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이미 너무 많이 배웠고, 출산하면 더 성장하겠죠. 얼마 전에 아기 옷장
    을 주문했어요. 독성이 없는 걸로 고르고 골랐는데도, 제가 어느새 서랍장 한 칸 한 칸 꺼내 비누칠하고 씻어내고 심지어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아기 옷을 하나씩 접어서 넣는 것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어요.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하지 않던 일을 누군가를 온전히 위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제가 새로운 삶을 맞을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스커트와 벨트, 이너웨어는 미우미우(Miu Miu),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마르게리타’ 하이 주얼리 컬렉션 반지는 다미아니(Damiani).

    패션도 많이 달라졌죠? 바지가 갑자기 안 잠기는 게 당황스럽고 웃겨서 SNS에 올리기도 했어요. 오늘 입고 온 펑퍼짐한 드레스는 거의 교복 수준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임부복을 입지는 않았어요.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임산부 한정으로 특정한 옷은 선뜻 내키지 않더라고요.

    드라마 <원 더 우먼>을 찍을 때 임신한 걸 알았다고 들었어요. 임신 중에도 액션 신을 소화했어요. 배우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고, 안전한 상황에서 하는 강한 태교를 통해 ‘원더우먼’이나 ‘원더맨’을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걸 다 이겨냈으니 진짜 건강한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요?

    영화 <외계+인>을 비롯해 <유령> <킬링 로맨스> 등 개봉을 앞둔 작품이 많아요. 적금을 많이 들어놨어요(웃음). 배우가 작품을 보여주는 일이 출산과 비슷하다고 하잖아요. 잘 품고 있다가 세상을 향해 내보이려고 하니 너무 설레요. 출산을 앞두고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게 되어서 기분도 세 배로 좋고요. 다만 만삭의 몸으로 영화 홍보하러 다니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시기가 맞지 않아 아쉬워요.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아직 급한 마음은 없어요. 아이랑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싶거든요. 작품을
    많이 찍어두기도 했고요. 내년 상반기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연기에 대한 감을 잃으면 안 되니까요.

    진짜 출산이 코앞이에요. 기분이 어떤가요. 정말 행복해요.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고요. 출산 후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뀔 것 같아 궁금하기도 해요. ‘변화’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 자연스러운 변화가 어떤 형태일지 기대됩니다. (VK)

    스웨이드 재킷과 빨간 튜브 톱, 꿀벌을 연상시키는 줄무늬 스커트는 프라다(Prada),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목걸이는 다미아니(Damiani).

    검정 원 숄더 상의와 통 넓은 청바지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귓바퀴 형태의 이어커프는 복초이(Vokchoi), 진주가 목을 우아하게 감싸는 초커와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는 다미아니(Damiani), 플랫폼 샌들은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어깨가 강조된 시스루 버블 재킷은 릭 오웬스(Rick Owens), 다이아몬드가 그물처럼 연결된 귀고리와 목걸이,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는 다미아니(Damiani),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웨이드 부츠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패션 에디터
    김다혜
    포토그래퍼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원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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