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 전시 ‘SELF 07’ 참여 작가 이대성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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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로랑 전시 ‘SELF 07’ 참여 작가 이대성과의 인터뷰

2022-06-08T18:17:00+00:00 2022.06.09|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생 로랑의 면면을 담아내는 ‘SELF’ 프로젝트의 일곱 번째 이야기가 서울, 파리, 런던, 뉴욕, 도쿄, 상하이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가 해리 그루야르트, 올리비아 아서, 알렉스 웹, 다카시 혼마, 버드헤드, 한국 작가로는 이대성이 참여했다.

 

이대성은 세계사진협회(WPO)가 주관하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2회 연속 입상하며 주목받은 사진작가다. 지구 온난화로 피폐해지는 인도 고라마라섬(Ghoramara Island) 주민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미래의 고고학’으로 호평을 받았다. 인간이 파괴한 자연과 파괴된 채로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해변, 대대로 섬에 삶의 터전을 이어온 사람들을 사진 한 장에 담아 아름다운 풍경에 숨겨진 비극적인 상황을 표현했다.

이번 ‘SELF’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공개된 그의 작품 ‘평행 우주’에서도 자연과 인간, 상황이 맞물려 만들어진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DAESUNG LEE, MAGNUM PHOTOS GUEST PHOTOGRAPHER FOR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번 작업은 파리에 거주하면서 경험한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다. 갑작스레 봉쇄령이 내려지고 모든 세상이 멈추자 거짓말처럼 자연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파리에서 본 게 처음이었고, 새소리에 새벽잠을 설쳤다.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른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고, 다시는 자연을 예전처럼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마치 그 기간 동안의 자연이 오히려 초현실처럼 느껴졌다.”

팬데믹이라는 기이한 경험을 하며 내면을 돌아본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상상 속 자연. 그 아름다운 풍경 속 우리가 살고 있는 ‘평행 우주’에서 <보그 코리아>가 이대성을 마주했다.

 

일곱 번째 ‘SELF’ 프로젝트에 국내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매그넘 포토스’라는 전설적인 에이전시에서 생 로랑 프로젝트를 제안해 굉장히 영광스럽다. 지금까지 여러 프로젝트를 해봤지만, 패션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해온 것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탐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생 로랑의 ‘SELF’ 프로젝트는 예술적 자율성과 자기표현을 모토로 예술가를 지원하는 협업 프로젝트로 알려진다.

이번에도 생 로랑에서 작가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말이지 예술가들에게는 이상적인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에 자리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에 대한 메타포(Metaphor)이다. 촬영하는 동안 문득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어떤 존재가 떠올랐다. 두 개의 다른 세상에 사는 어떤 존재 말이다. 그건 혼란스럽고 분열된 내면의 자아일 수도 있고, 한때는 하나였던 인간과 자연일 수도 있으며, 다른 평행 우주에 살아가는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같은 세상에 살지만 각기 다른 세계관으로 살고 있지 않나. 결국 이미지는 개개인이 가진 세계관에 의해 다르게 읽히고 해석된다. 그래서 그 메시지에 대한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모호함과 다층성이 이미지의 매력이고 해석에 흥미진진함을 더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DAESUNG LEE, MAGNUM PHOTOS GUEST PHOTOGRAPHER FOR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팬데믹 상황에서 상상 속 자연을 시각화한 이대성만의 ‘평행 우주’는 어떤 곳인가?

‘평행 우주(세계)’라는 것은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다. 2020년 봄, 그간 알고 있던 현실과 자연, 그 모든 것의 인지 상황이 뒤바뀌는 엄청난 경험을 했다. 세상이 멈추고, 자연은 되살아났고, 뉴스에서는 프랑스의 코로나 사망자가 매일 500명에서 1,000명씩 보도되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사는 듯한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 다른 세계는 항상 존재해왔다.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했거나 무시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우리가 보지 못한 세계에 눈을 뜨는 동시에 그로 인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이라기보다는 팬데믹이라는 사건을 통해 전 세계가 겪은 집단적 경험에 가깝다고 본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나의 시각적 언어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생 로랑이 나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커온 환경에서 형성된 근원적 정서는 외국에 산다고 해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정체성은 나의 시각적 언어를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의 자연인 제주도를 촬영 장소로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중적 상황의 아이러니와 파리 하우스 브랜드로 우아하고 엄숙하면서도 다양한 면면을 담아낸 생 로랑이 닮았다고 느껴진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지닌 정서가 동양적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생 로랑의 스타일과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생 로랑의 거칠고 반항적이면서 우아한 느낌, 특히 미니멀한 흑백의 옷과 실루엣은 묘하게 동양 정서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 룩북을 처음 받았을 때 검은 옷밖에 없어서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런 심플한 라인의 옷이 제주도의 풍경과 아주 조화로웠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은 다시 사라질까? 작가가 생각하는 미래의 자연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조심스럽지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인간의 관점일 뿐. 단지 인류의 존재에 대한 위기는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당신의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가.  

세상 모든 사람이 이 전시를 보았으면 좋겠다. 이번 팬데믹은 인류 전체의 집단적 경험이었다. 이 기이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절망적이고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작업은 그런 불안한 심리와 내면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분들이 팬데믹을 겪는 자신의 모습 한 조각을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 로랑 ‘SELF 07’ 전시는 6월 9일부터 12일까지, 남산서울타워 팔각정 광장(서울시 중구 남산공원길 125-54)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