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서울 디자이너 #2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디테일은 물론, 시대를 앞서가고 새롭고 개성 강한 비주얼을 뽑아내며 언제든 새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동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하고, 기어이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서울의 디자이너 브랜드.
UPNOON 김다희, 장지수, 인자리 모
업눈 텍스타일 베이스의 브랜드로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을 전공한 두 명의 니트웨어 디자이너와 한 명의 프린트 웨어 디자이너가 다양한 텍스처와 컬러의 재미를 찾아가는 브랜드다. 첫 번째 컬렉션 이후 긴 공백기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스튜디오에 니트 기계 스톨 머신을 들여 다양한 니트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준비 중이다.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텍스타일 아트로도 업눈을 보여주고 싶다.
스티치 니트를 이루는 코, 업눈의 작업을 이루는 분자라고 할 수 있겠다. 스티치의 크기, 텐션, 다채로운 실의 조합 등 디테일한 구성으로 전통의 니트 테크닉 환기가 가능하다. 개발 중인 니트 샘플에 드레이핑, 애프터 이펙트 테스트 등을 통해 재미를 더하고 컬렉션을 만든다.
트라이앵글 개성이 강한 세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매 순간 둥글둥글 순탄하게 굴러가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3’이라는 숫자가 참 좋다고 느끼는 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항상 중재자가 생기고 의견 차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수결이 가능하다. 균형을 맞추기 좋은 우리의 모습이 마치 삼각형 같다고 생각한다.
DAYDREAM 업눈의 작업은 모두 뜬구름 같은 몽상에서 시작된다. 셋이 모여서 ‘만약 이렇게 하면 어떨 것 같아?’, ‘그럼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해도 되나?’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으로 깔깔거리며 웃는다. 이따금씩 초롱초롱해지는 서로의 눈을 보면 “쟤는 진짜 제정신인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대화는 현실에서 살짝 도망쳐 나와 상상 속을 여행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준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며 작업으로 확장하는 우리만의 작업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플로팅 런던 유학 시절 만나 마음을 나눈 세 사람은 항상 우리가 떠돌아다닌다고 표현한다. 런던에서는 외국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소외감이 있었고, 한국에 잠시 돌아올 때면 놓친 시간에서 오는 심리적인 소외감과 쓸쓸함이 우리를 떠다니게 했다. 이렇게 어느 한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우리는 늘 이방인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새 캡슐 컬렉션에 담아보고 있다. 어디에서도 이방인이라고 느끼며, 외로웠던 특별한 이들이 컬렉션을 통해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BATRACHOTOXIN 최성욱
바트라코톡신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개구리 피부에서 나오는 독소’라는 뜻의 스테로이드성 알칼로이드 신경독이다. 무늬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귀여운 개구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검은 무늬로 날 유혹한 청독화살 개구리의 피부에서 나오는 맹독은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는 치명적인 바트라코톡신이다. 이처럼 스치기만 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었다.
젠더리스 첫눈에 반한 여성 슈즈가 내 발 사이즈까지 있어서 구매했다. 배송을 받고 나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남성과 여성의 발의 차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노는 연구로 이어졌고, 막연하게 남성도 여성처럼 곡선이 아름다운 신발을 신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서며 브랜드를 구축해나간다.
지향 그리고 지양 순수한 상상을 지향한다. 예를 들면 곱씹어본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라면 소설을 택하는 편이다. 디자인 과정도 같다. 많이 볼수록 좋지만 그 흐름이 상통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순수한 상상을 갖고 있다면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아집을 지양한다. 고집은 때때로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아집은 늘 경계해야 하는 요소다. 상업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고집과 아집은 늘 교차한다. 고집은 나에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아집은 지난 시간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콜라보레이션 업눈부터 굼허(Goomheo), 준태 킴(Juntae Kim) 등 주로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 디자이너들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미세한 신경까지 공유하는 것은 예민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올 때 모든 것은 아름다운 순간으로 변한다. 누구라도 언젠가 나에게 에어드롭을 해주길 바란다.
시즌리스 시즌, 참 중요하다. 특히 사계절이 명확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시즌과 관계없는 컬렉션을 위해 2년 정도 아이디어 구상에 매진했다. 하지만 노력한 것들이 산업의 부조화로 인해 진전이 없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귀어진’하며 헤쳐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은 세상을 떠난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 상하이 맨즈 컬렉션에서 선보인 엠보 디테일을 보고 패닉이 찾아왔다. 동시에 시즌이라는 게 무언가를 뺏기고 빼앗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그 후로 다짐했다. 시즌에 상관없이 만들어서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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