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프알 서울 대표 박지수의 코펜하겐 여행 #엔데믹시대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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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프알 서울 대표 박지수의 코펜하겐 여행 #엔데믹시대의여행

2022-07-05T16:08:34+00:00 2022.07.04|

안녕하세요? 저는 서촌에 있는 예술 전문 서점 오에프알 서울과 편집숍 미라벨을 운영하는 박지수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하기로 결심한 후 휴식과 예술, 두 카테고리를 동시에 충족하는 도시를 물색해봤어요. 6년 전 어머니와 함께 했던 스톡홀름 여행이 무척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어서 이번에도 북유럽으로 가보자고 마음먹었죠. 4년 전 혼자 코펜하겐을 여행하던 기억도 인상적이어서 다시 한번 코펜하겐으로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여행 시기가 6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목도리까지 챙길 정도로 날이 춥고 종종 비도 내렸어요. 날씨가 꽤 쌀쌀해 계절을 뛰어넘은 기분마저 들 정도였죠. 그렇지만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고, 가구 디자인 강국답게 지하철 역사 혹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조차 유명 디자이너의 조명이나 가구를 볼 수 있어 여행하는 매 순간이 흥미로웠어요.

자연과 도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곳이라 걸을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웬만한 곳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해 느긋한 마음으로 도시를 음미하듯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죠.

현재 덴마크는 공항을 비롯해 실내외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머무는 동안 마스크 쓴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신속 항원 검사를 하러 갔을 때 만난 검사원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죠). 별도 규제가 없는 ‘마스크 프리’ 상황이라 엔데믹 시대라는 걸 실감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머문 숙소

숙소는 호텔과 에어비앤비 두 군데를 이용했어요. 사실 전 해외여행에 호텔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코펜하겐에 유명 건축가들이 제작한 조명이나 가구로 꾸민 호텔이 있다고 해서 이번엔 특별히 예약했어요. 바로 호텔 알렉산드라라는 곳으로,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공항에서도 가깝고 위치도 코펜하겐 도심에 있어 단기로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호텔 알렉산드라에서 제가 묵은 방은 뵈르게 모겐센(Børge Mogensen)이라는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채워졌는데요. 견고한 원목 가구와 단아한 색감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수건 보관함이나 펜을 꽂아두는 케이스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모두 유명 가구로 배치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죠.

에어비앤비는 한국에서 예약한 숙소가 코펜하겐에 도착하니 취소되어 전날 부랴부랴 예약한 곳이에요. 도착해서 둘러보는데 침대가 무려 여섯 개나 있고 거실이 두 개나 있는 대저택이었죠. 호스트가 직접 벽에 그린 그림과 바닥 타일, 곳곳에서 수집한 빈티지 가구가 멋스럽게 배치돼 있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방마다 넋을 놓고 구경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웃음). 급하게 예약했지만 바로 옆에 코펜하겐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아틀리에 셉템버(Atelier September)가 자리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코펜하겐에서 찾은 맛집

덴마크의 유명 셰프 프레데릭 빌 브라헤(Frederik Bille Brahe)가 오너인 카페 아틀리에 셉템버. 그의 독창적인 레시피로 가득한 메뉴판을 보면 도대체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져요. 특히 주키니 잼과 맛차 가루가 들어간 그래놀라 요거트는 난생처음 접해본 맛이었는데요. 색다른 식재료를 조합해 이토록 맛있게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큰 공간은 아니나 구석구석 감각적으로 꾸며 머무는 내내 눈과 입이 행복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코스로만 운영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베비 베비(Bevi Bevi)도 기억에 남아요. 해산물 베이스의 가벼운 전채 요리부터 라구 리가토니, 로스트비프, 아란치니까지! 푸짐하게 나오는 것도 좋고, 정말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습니다. 레스토랑이 자리한 동네 분위기도 근사하고, 근처에 좋은 상점이나 식당이 많아 이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추천해요.

주유소를 개조한 수제 버거 레스토랑 가솔린 그릴(Gasoline Grill)에서 맛본 트러플 소금에 허브 오일을 찍어 먹는 프렌치프라이,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빵집 릴 베이커리(Lille Bakery)의 달걀과 치즈, 명이나물 피클이 올라간 토스트, 프라마에서 운영하는 아포텍 57(Apotek 57)에서 먹은 라즈베리 크림 대니시 롤 등. 이 또한 코펜하겐에서 즐긴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이었어요!

 

코펜하겐에서 구입한 것

한국인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코펜하겐 베이스 브랜드 비롯(Birrot)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 쇼룸을 방문했어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착용할 때의 핏, 색감, 소재의 느낌이 색달라서 예상보다 지출을 많이 했어요. 돌이켜보면 고민하던 다른 아이템도 같이 구매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흰머리에 나이가 지긋한 여성분이 혼자 운영하던 편집매장(이름을 기록해두지 않은 게 후회스럽네요)에서 구입한 화이트 실크 스카프, 편집숍 ‘사비네 포피네(Sabine Popine)’에서 아주 예쁜 컬러 블록 포셀리 슈즈도 구입했어요! 무척 마음에 드는 배색이라 오래도록 아껴 신을 예정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와 순간

코펜하겐 근교의 도시를 찾은 일정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수식어가 오롯이 어울리는 루이지애나 미술관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가구 디자이너 핀 율의 생가를 찾은 순간은 마음속에 선명한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경험이었죠.

이 두 곳을 방문한 날엔 축복처럼 날이 참 화창했어요. 덕분에 여행길에 또 다른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미술관에선 평소 좋아하는 화가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소니아의 작품을 종류별로, 이토록 다양하게 접한 전시가 처음이라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핀 율 생가는 서른 살 무렵의 그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후 평생을 살았다고 해요. 아담하지만 그가 즐겨 표현하던 색감과 대표적인 작품, 평생에 걸쳐 수집한 물건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정말 꿈만 같았어요. 머릿속에 그려오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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