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라고 부르지 마라! 시니어 패션 아이콘들의 계속되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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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라고 부르지 마라! 시니어 패션 아이콘들의 계속되는 인기

2022-11-04T13:29:19+00:00 2022.10.13|

요즘 인터넷을 보면 내면의 80대를 찾아 헤매는 것 같습니다. 틱토커들은 낸시 마이어스(Nancy Meyers, 로맨틱 코미디 전문 제작자)의 영화 하면 떠오르는 바닷가를 거니는 할머니 스타일에 매료되었고, 100세가 넘도록 패션 아이콘으로 활약하는 아이리스 아펠(Iris Apfel)을 가이드 삼아 화려한 스타일의 할머니 룩을 입어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편안함을 무기로 하는 바닷가 할머니와 화려한 할머니는 정반대 스타일 같지만, 핵심은 사실 한 가지입니다. 트렌드와 외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을 위해 옷을 입는다는 점이죠. 멋쟁이 어르신들은 이제 이상형이 되었고, 그들의 기발한 룩뿐 아니라 무심한 듯 힘을 뺀 스타일에 더 열광하는 모양새이기도 하고요. 그 덕분에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올린 어르신들의 시그니처 룩은 전에 없던 수준으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Ari Seth Cohen

2015년 셀린느 캠페인의 얼굴을 담당한 존 디디온(Joan Didion)의 잊을 수 없는 화보부터 새롭게 주목받는 배디 윙클(Baddie Winkle)까지 시크한 할머니들은 오랫동안 패션계의 뮤즈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영향력을 보고, 아리 세스 코헨(Ari Seth Cohen)은 2008년부터 자신의 블로그 어드밴스드 스타일(Advanced Style)에 ‘시니어의 스타일’을 기록하기 시작했죠. 코헨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늘 롤모델이었고 제가 창의적인 영감을 얻기를 바라던 분들이었죠. 특히 옷장을 열어 자신을 완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저희 할머니를 시작으로요”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블로그의 글은 책으로 나왔고,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죠.

당시 코헨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시니어 패션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현재 더 로우의 대표가 된 올슨 자매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레이첼 조와 같이 젊은 패셔니스타들이 시크한 할머니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코헨은 지켜본 거죠. “올슨 자매나 레이첼 조는 뉴욕의 어퍼이스트사이드와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할머니들의 룩을 입고 있었어요.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슈퍼사이즈 백, 헐렁하고 편안한 실루엣의 옷을 즐겨 입었죠. 하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Ari Seth Cohen

패션 역사가 채리티 암스테드(Charity Armstead)는 나이 든 멋쟁이 여성에 대한 패션계의 애정은 18세기 에드워드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당시는 옷의 실루엣이 시니어 여성들에게 맞춰지던 시대였죠. 그러다 192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젊고 중성적이며 마른 몸에 대한 선호가 생기면서 패션은 젊은이들에게 반짝 관심을 보입니다. 그리고 현대처럼 패션의 중심이 젊은이들로 바뀐 것은 1960년대,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청년 중심의 문화에 불이 붙으면서였습니다. 당시 미니스커트 같은 패션이 대유행하면서 패션은 완전히 10~20대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거죠. 암스테드는 “보그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엑서터 부인(Mrs. Exeter)이라는 나이 든 여성의 패션에 대한 칼럼을 게재했어요. 1960년대부터 이 칼럼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젊음의 미학을 지향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해안가 할머니나 화려한 할머니 모두 팬데믹 초기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던 패션의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암스테드는 “격리 기간 동안 트렌드가 되었던 편안함은 현재 소비자의 기호에 스며들었습니다. 이제는 잠옷처럼 편안하면서도 단정하고, 스타일리시하며 고급스러움까지 놓치지 않는 옷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분석했죠.

또한 그녀는 1980년대 패션 및 당대 과시적인 스타일과도 확실히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Y2K 패션에 대한 사랑도 조금씩 사그라들 것이고, 패션계에서는 색다른 것을 찾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죠. “할머니 스타일 트렌드에는 진정성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보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집중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옷을 입는 거죠. 바닷가의 할머니 룩은 휴가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Z세대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이상적인 바닷가 할머니 룩을 입은 다이안 키튼. 사진: 컬럼비아 픽처스(©Columbia Pictures) / Everett Collection 제공

할머니 룩은 당연히 빈티지 패션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리백(Rebag)부터 디팝(Depop)까지 중고 판매 사이트가 증가하면서 아주 오래된 옷을 찾는 것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빈티지를 활용하는 오늘날의 스타일은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편안함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갑자기 자신들을 우상화한다는 점에 대해 시니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칭 은퇴한 바닷가 할머니이자 최근 밝은 컬러의 의상에 푹 빠졌다는 린다 레이 스미스(Linda Rae Smith)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신 그녀는 “제가 베이지와 화이트 컬러를 많이 입긴 하죠. 사실이에요.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밝은 컬러를 입기 시작했어요. 컬러는 제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블로그 ‘어드밴스드 스타일’의 뮤즈를 포함해 많은 뮤즈가 할머니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코헨은 “저와 사진을 촬영하는 여성 중 많은 분이 할머니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분들이 전부 할머니가 아닐뿐더러, 모두에게 할머니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여성들에게 특정한 길을 가라는 식의 일종의 강요이기 때문이죠”라고 이야기했죠. 덧붙여 “저 또한 할머니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용어로 사람들이 자기 할머니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스타일과 창의성에 대한 세대 간 대화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면 전적으로 찬성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ri Seth Cohen

패셔너블한 시니어 스타일에는 확실히 예술적인 것이 있습니다. 노력을 통해 얻은 것 같은 느낌이 있고, 많은 스토리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죠. 이에 대해 코헨은 10년 넘게 시니어 여성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을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나이 든 여성들이 수년간 자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죠. 사회는 노화에 대해 부정적이고 많은 제약을 가하며, 특히 여성들이 그런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가끔 자신을 풍부하게 표현하면서 만개한 듯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동력을 얻게 됩니다.”

밝은 노란 머리를 한 60대 괴짜 어머니를 둔 한 사람으로서, 잘 차려입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스타일리시한 노인들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요. 이들이 변함없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