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사진가, 알버트 왓슨이 말하는 ‘WATSON, THE MA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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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사진가, 알버트 왓슨이 말하는 ‘WATSON, THE MAESTRO’

2023-01-06T18:00:57+00:00 2022.12.19|

동시대 아이콘을 기록한 패션 사진계의 아이콘, 알버트 왓슨이 한국을 찾았다.

포트레이트의 거장’, ‘사진작가 중의 사진작가’, 전 세계 <보그> 커버를 100회 이상 촬영한 알버트 왓슨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대형 사진전을 열었다. 전시에서는 그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외부에 최초로 공개되는 최신작까지 총 125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Kate Moss’, Marrakech, 1993, ©AlbertWatson 2022

‘Andy Warhol’, New York City, 1985, ©AlbertWatson 2022

‘Alfred Hitchcock’, Los Angeles, 1973, ©AlbertWatson 2022

알버트 왓슨은 어빙 펜(Irving Penn), 리처드 애버던(Richard Avedon)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로 선정된 작가다. 앤디 워홀,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A급 셀러브리티와 유명 인사의 포트레이트 사진과 1977년부터 현재까지 <보그>의 커버 페이지를 가장 많이 촬영한 패션 사진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뿐 아니라 한쪽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자연과 인물, 정물 등 장르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의 눈을 빌려 사진이라는 매개체에 담아낸다.

아시아 메이저 전시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번이 번째 방문인가요?
한국, 그리고 서울은 이번이 첫 번째 방문입니다. 사실 오기 전부터 공부를 많이 했는데 한국이 흥미로운 곳이라는 사실은 영화나 예술, K-팝 같은 문화를 통해 알고 있었죠. 비록 짧은 기간 서울에 머물렀지만 한국 특유의 팝적 요소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WATSON, THE MAESTRO – 알버트 왓슨 사진전> 열게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로지 한국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어요. 아시아에서의 전시는 일본과 중국에서 한 적이 있었는데 대규모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죠. 때마침 예술의전당과 한겨레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제가 흥미를 가졌던 서울이기에 가장 큰 규모의 사진전을 열고 싶었습니다.

1977년부터 현재까지 <보그> 커버를 100 이상 장식하기도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보그> 커버는 무엇인가요?
먼저 2년 전 <보그 재팬> 11월호 커버 작업이 기억에 남네요. 레이 가와쿠보의 꼼데 가르송 의상을 입은 모델 아두트 아케치를 촬영했는데, 그 작업에서 두 가지 버전의 커버를 완성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보다 이전으로는 1984 <보그 파리> 9월호를 위해 제리 홀을 촬영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제가 촬영한 <보그커버 페이지 중에서는 이렇게 두 가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앤디 워홀,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데이비드 보위 동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저에게는 앤디 워홀도 스티브 잡스, 데이비드 보위만큼 중요하고, 잭 니콜슨도 비욘세나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만큼 중요해요.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작업은 제 경력에서 첫 유명인 촬영인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진이 아닐까 싶어요. 촬영 당일까지 그의 모든 필모그래피와 철학을 샅샅이 조사하고 연구했어요. 데뷔작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봐야 했죠. 누군가의 포트레이트를 찍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였어요. 새벽부터 촬영장에 와서 준비를 했고, 그가 촬영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1시간으로 예정된 촬영 시간을 30분 내로 끝내겠다고 했죠. 이후 스티브가 작업물을 보고 생애 최고의 작품이라고 좋아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당신에게 영감이나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각기 다른 다양한 것들입니다. 많은 시간을 책을 보고, 미술관에 가고, 오페라나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데 할애하고 있어요. 특히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영화관,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는 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도 자주 가요. 또 무엇보다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고 영감을 받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에요.

패션 에디토리얼과 포트레이트, 영화 포스터 지금까지 촬영했던 과정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면?
과거나 현재에 상관없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중 그저 흥미로운 것을 찾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카메라를 잡을 때면 매 순간 창의적인 시선으로 촬영하려고 하죠. 패션계와 관계가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 특히 잭 니콜슨 같은 영화배우나 데이비드 보위 같은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어요. 1986년 버킹엄 궁전에서 진행한 영국 왕실의 결혼식 촬영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앤드루 왕자, 사라 퍼거슨 전 왕자비를 포함한 62명을 촬영해야 했는데 긴장감이 엄청났죠. 저 역시 영국인이라 굉장히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해요.

‘Mick Jagger’, Los Angeles, 1992, ©AlbertWatson 2022

‘Heel on Stovetop, Budget Suites’, Las Vegas, 2000, ©AlbertWatson 2022

‘Gabrielle Reece, Vivienne Westwood, Comédie Française’, Paris, 1989, ©AlbertWatson 2022

만약 당신이 현존하거나 현존하지 않는 인물을 사진으로 담을 있다면 누구를 찍고 싶나요?
저는 제가 태어나기 전 시대의 영화에서 좋은 소스를 발견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춤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요. 미국의 배우이자 유명한 댄서였던 프레드 아스테어를 그의 파트너였던 진저 로저스와 함께 촬영하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마이클 잭슨이 춤추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지향하는 춤을 매개체로 프레드와 마이클의 시대성을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작업과 관련해 갖고 있는 철학이 있나요?
어느 날 강연에서 젊은 여성이 저에게좋은 사진을 봤는데 감정적으로는 슬펐다’라는 말을 했어요. 왜 슬펐냐고 물었더니난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 사람이라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이 이룬 업적을 못 이룰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물었을 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12시간 넘게 작업하더라도 계속해서 연구를 해나가야 하는 거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Golden Boy’, New York City, 1990, ©AlbertWatson 2022

‘Aicha Haddaoui, Berber Family, Middle Atlas Mountains’, Morocco, 1997, ©AlbertWatson 2022

포트레이트 촬영이란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는 일이잖아요. 작업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정치인이나 배우, 뮤지션, 모델 모두 다르게 접근을 해야 돼요. 촬영 경험이 없는 인물이나 나이 어린 모델은 보통 하나의 표정만 짓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즐겨야 해요. 제가 일을 하면서 터득했던 건 그들이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주문을 하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영혼 나간 표정이라고 할까요? 영국식 표현으로는네 집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다라는 말이 있어요. 텅 빈 상태를 표현하고자 어떠한 감정을 집어넣을 수 있게끔 주문하는 것 같아요. 그건 누구에게나 동일하죠. 

지금껏 촬영했던 장의 사진으로 세상을 바꿀 있다면 어떤 작업을 꼽고 싶나요?
단연코 기억을 담아내는 사진입니다. 2006년 스티브 잡스를 촬영했던 사진이 그럴 거예요. 당시에 조명부터 그래픽 모두 단순하게 작업했어요. 어떠한 것도 가미하지 않은 기본적인 사진이라고 보면 돼요.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티브의 얼굴에서 카리스마를 읽을 수 있죠. 그에게 미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 미소를 짓고 있는 걸 상상만 해라라고 디렉션했어요.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이건 아이코닉이 되겠다라고요. 보는 사람들이 그 사진을 중요하게 눈에 담도록, 시간이 지나도 사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포트레이트 컷은 제가 지금껏 촬영한 사진 중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사진이에요. 이후 그가 사망한 날, 애플 웹사이트에 부고를 위한 메모리얼 이미지로 사용됐으며, 몇 주 뒤 출간된 그의 자서전의 표지로 사용되기도 했죠.

‘Steve Jobs’, Cupertino, California, 2006, ©AlbertWatson 2022

‘Tree in Mist, Fairy Glen’, Isle of Skye, Scotland, 2013, ©AlbertWatson 2022

Albert Watson ©AlbertWatson 2022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시대입니다.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위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제가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다닐 때 제작한 초기작 중 10분짜리 단편영화가 있어요. 그때 컨셉이샌드위치를 만드는 법이었는데요. 연쇄살인마처럼 보이는 아주 수상쩍은 용모를 한 사람이 칼을 찾기 위해 런던의 마트를 돌아다녀요. 사람들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 심리적으로는저 사람 무슨 일 저지르겠다라고 생각할 텐데, 정작 그가 한 일은 집에 가서 TV를 보고 있는 엄마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대접하는 것이었어요. 영화의 메인 주제인 샌드위치는 1분밖에 나오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에서를 만들어낸 작업이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작업이었죠. 

그와 연결 지어서 세대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오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쩌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지만요. 가끔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아주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나도 이건 할 수 있겠는데, 이 사람처럼 찍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하이엔드가 상향 평준화되지 않고, 반대로 점점 하향 평준화되는 게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아날로그 필름이든, 디지털 필름이든 무언가를 카메라로 담아낼 때 오래 생각하고 연구해서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를 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 80세인 저도 여전히 그렇게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