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새해 服 많이 받으세요

2022.12.30

by 김나랑

    새해 服 많이 받으세요

    2023 S/S 시즌의 패션 키워드를 담은 새해 ‘의복주머니’. 민화를 비롯해 전통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작업하는 젊은 작가들이 복(福) 담은 복(服)을 선물한다.

    www.seohana.com

    HANA SEO

    3D Flowers+Neon

    ‘모던민화’라는 조합어를 최초로 만들고, 한지에 분채를 활용한 평면 작업을 하며, 민화를 모티브로 한 커머셜 작업과 자연을 소재로 한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그림을 더 쉽고 폭넓게 즐길까 고민한 끝에 얻은 답이 ‘민화’였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민화’는 각 요소에 한국의 미를 담은 익살스럽고 소박한 형태로 생활공간을 장식해왔으며, 사람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그림이기도 하다. 작가로서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모던민화’라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흔히 ‘민화’라 하면 까치 호랑이가 등장하는 강렬하고 원색적인 그림을 떠올리는데, 특정 틀에 갇히지 않은 나만의 모던민화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민화의 문자도에서 착안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올해의 동물인 토끼, 새해 소식을 알리는 까치, 눈 속에 피어나는 매화를 함께 그렸다. 2023 S/S 시즌 트렌드 중 하나인 3D 플라워에서 영감을 받아 평면의 민화에 공간감을 줬고, 역시 패션계의 조명을 받고 있는 네온 컬러로 새해의 산뜻함을 표현했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다른 작품에도 과감하게 네온 컬러를 써볼 생각이다. www.seohana.com

    @yeo.j.in

    YEOJIN KIM

    Crochet+Fringing

    전통 색채 연구소 오색채담(Ochae)의 디자이너이자 현대 민화 작가다. 민화의 좋은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독창적인 감각을 더해 제품으로 개발한다. 기물을 표현한 책거리와 꽃, 화병, 함 등의 화훼도를 즐겨 그린다. 바라보는 그림에서 나아가 현대 공간에 스며드는 작품을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디올과 마린 세르 등에서 선보인 크로셰와 보테가 베네타와 질 샌더 등에서 발견한 프린지 디테일을 차용했다. 왼쪽 하단의 책과 안경을 담은 상자는 디올 컬렉션의 네트, 크로셰, 플라워 자수 등으로 표현했고, 오른쪽 하단에는 프린지로 감싼 책을 놓았다. 프린지로 연상되는 깃털과 동물의 털은 전통 그림에서 벽사(辟邪)를 뜻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새해, 새 시작을 축원하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또한 크로셰의 디테일에서 전통 공예 기법인 투각 형태가 떠올랐다. 위쪽의 향낭과 가운데 서안에 이런 특징을 대입했다. 옛사람들은 향에 부정(不淨)을 막아 정신을 맑게 하는 힘이 있다고 여겨, 좋은 의미가 담긴 길상문을 투각한 향갑을 노리개로 꾸며 몸에 지니고 다녔다. 작품 배경은 새와 꽃, 그물처럼 형성된 격자무늬와 부조로 표현된 꽃문양으로 완성했다. 2023 S/S 시즌의 트렌드를 현대 민화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전통 사물인 서안과 향갑에 투각된 문양과 전통 패턴이 디올 컬렉션의 크로셰에서 보이는 문양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크로셰, 프린지 등의 소재가 지닌 투명성과 디테일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어 즐거웠다. @yeo.j.in

    @_nnurii

    NURI KIM

    Coperni Collection

    미국 칼아츠에서 수학하면서도 민화에 관심이 깊어, 현재는 민화를 비롯해 우리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한지를 사용하는 페인팅과 리소그래프라는 디지털 판화 형식의 프린팅, 이렇게 두 가지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것이 작가로서 장점 중 하나다. 새로운 재료나 방식도 두려워하지 않아 한지에 마커와 과슈를 사용하거나 이전에 없던 구성을 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은 액상 스프레이가 모여 하나의 드레스가 완성된 2023 S/S 시즌의 코페르니 쇼에서 영감을 받았다. 검은 배경에서 하얗게 빛나던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여성의 실루엣을 기념하는 것”이라 말한 코페르니 듀오 디자이너의 설명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 키워드를 ‘흰색, 여성, 아름다움’으로 잡았다. 조선 시대 궐내, 특히 왕비의 공간에는 궁모란 장식이 많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해 여성, 아름다움을 뜻하는 모란을 중심으로 잡고, 그 안에 코페르니의 쇼를 반영했다. 늦은 밤, 보름달이 뜨고 하얀 달빛은 만물을 감싸기 시작한다. 바위 속 거북이들은 복되고 길한 하얀 서기를 내뿜고, 그 기운은 모란의 뿌리부터 줄기, 꽃잎까지 닿아 올라간다. 모란의 꽃잎, 줄기, 뿌리가 땅에서부터 서서히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코페르니 쇼의 흰색과 검은색을 바탕으로, 화려한 색감의 모란이 포인트다. 날렵하면서도 깔끔한 실루엣의 코페르니 착장처럼 그림의 선은 유려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_nnurii

    @banharagu.01

    BANHARAGU

    3D Flower

    반려동물의 초상화를 민화풍의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업한다. 나의 첫 번째 반려견 강새를 추억하기 위해 그림을 시작했고, 구도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한국적 색감과 염원을 담은 민화에 빠졌다. 앞으로는 초상화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일상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연작을 기획 중이다. 내 작품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따뜻함과 여유를 전하길 바란다. 이번 작품은 보테가 베네타, 로에베, 오프화이트 2023 S/S 컬렉션의 3D 플라워에서 영감을 받았다. 컬렉션에서 한복의 꽃 자수도 연상되었는데, 특히 안스리움이라는 붉은 꽃을 3D로 표현한 로에베 착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빨간 꽃으로 뒤덮인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드레스는 한복 액세서리 중 하나인 노리개의 태슬이 떠오른다. 덕분에 그림을 구상할 때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컬렉션의 가방 역시 3D 플라워를 장착했는데, 이를 복주머니로 치환해보았다. 전통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 트렌드를 감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니 즐거운 발견이었다. @banharagu.01

    @_leekang_

    KANG LEE

    DIY Denim+Shades of Sunset

    어린 시절 바느질하고 수놓는 할머니 모습을 보며 자랐다. 할머니의 손을 탄 베개, 이불 등은 흰색, 검은색, 푸른색, 붉은색, 황색의 오방색이 근간이었다. 오색실, 색동의 반짇고리를 고사리손에 쥐고 다니던 생각이 난다. 내게 예술은 무거운 것이 아니라 이불, 찬장, 서랍 등 생활 가까이에 있다. 그것을 깨달으면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이제 나는 오방색으로 이불, 베개, 밥상을 그리는 작가가 되었다. 2년 전, 내 전시를 찾은 어르신이 베개 작품을 한참 보다 눈물을 흘리셨다. 어린 시절 베개를 만드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고 한다. 작업은 나만의 만족이 아니라 누군가를 아름다운 시절로 이끌 수 있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특별한 계획 없이,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며 한국의 색감을 연구해가려 한다. 이번 작업은 그간 해온 전통 색감이나 재질과는 달라 흥미로웠다. 부드러운 공단에서 벗어나 데님으로 이불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작가로서 자극받고 생각이 확장됐다. 데님 패치로 스타일에 상상력을 발휘하는 2023 S/S 시즌의 트렌드처럼 이불 역시 여러 데님을 가져왔다. 자칫 푸른 데님이 차가워 보일까 싶어 흰색 데님에 꽃무늬를 넣었다. 여기에 내 작품의 시그니처인 색동 이불과 S/S 트렌드 중 하나인 일몰 색감의 베개를 함께했다. 이번 작업은 패션뿐 아니라 여러 영역으로 갖는 관심이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였다. @_leekang_

    bokyungarte.modoo.at

    BOKYUNG HAM

    Gucci Twinsburg

    남보다 많은 것을 누리려는 이들이 많지만 알다시피 그렇다고 행복하지는 않다. 선하고 긍정적으로 지낼 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며, 그 점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 때론 명품, 요트 등 부귀영화가 주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작업 방식은 옛것을 고수한다. 오리나무로 염색한 비단을 봉에 끼워 나무 쟁틀에 매어 천연 석채로 세심하게 그린다. 이는 십장생도, 모란도 등 궁중 회화와 불화에 사용된 방법이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위해 옛 방식을 쓰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드로잉을 배워 비단 외에 다른 소재에도 도전하고 싶다. 이번 작업은 2023 S/S 시즌 구찌 트윈스버그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쌍둥이 관계에서 포착한 표현이 인상적이었고, 1980년대 캐릭터 그렘린 모티브를 더한 룩과 소품도 눈길을 끌었다. 평소 내 작품에 등장하는 한복 입은 여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구찌 컬렉션에서 받은 영감을 살려야 했다. 석청(파랑)으로 채색한 치마 아래자락에 그렘린을 그려 넣고, 깃, 고름, 가방 등에 현대 장식을 가미했다. 특히 구찌 컬렉션에서 쌍둥이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고즈넉한 풍경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고 싶었다. bokyungarte.modoo.at (VK)

    에디터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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