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뷰티 코드: 뇌 과학이 만든 향수

Beauty

2023 뷰티 코드: 뇌 과학이 만든 향수

2022-12-29T19:23:44+00:00 2022.12.30|

뇌 과학을 기반으로 탄생한 차세대 향수. 향의 미래일까, 인공지능의 제패일까?

숲이나 색색의 과일이 가득한 시장에서, 낮잠 자는 아기의 코에 대고 비빌 때 특유의 향을 맡는다.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특유의 향을 담아 향수로 재현하는 세상을 상상했다. 향수가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특정 분위기나 감정을 환기하도록 제조되는 그런 세상. 자신에게 딱 맞는 향을 가장 가까운 향수 매장에 비치된 뇌 스캐너를 통해 알 수 있는 세상. 이것은 뷰티와 관련된 판타지가 아니다. 상업적인 현실이다. 틈새를 노린 스타트업 기업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까지, 뷰티 월드의 가장 오랜 예술 양식인 향수 분야에 전례 없는 기술과 신경 과학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로 하여금 좋은 향기를 풍기게 할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기능성 향수’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가 향수 제조와 판매, 체험 방식에 대변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트렌드 예측 기관 ‘더 퓨처 래버러토리(The Future Laboratory)’의 전문가 피오나 하킨(Fiona Harkin)은 “향수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효과를 지닌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능성 향수가 점차 개발되고 있어요. 브랜드에선 향료가 되는 식물에 주목할 뿐 아니라, 그 식물이 인간의 체온과 혈압,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눈여겨보죠”라고 말했다. 신경 과학을 기반으로 한 향수 기업 에데니스테(Edeniste) 창립자 오드리 세메라로(Audrey Semeraro)는 향기가 실제로 우리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할 만한 실질적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핵 과학자를 아버지로 둔 세메라로는 ‘액티브 웰빙(Active Wellbeing)’을 모토로 에데니스테라는 브랜드를 설립했다. 어떤 후각 분자와 어코드(조화와 균형을 뜻하는 향수 용어)가 향수를 사용하는 이의 행복과 에너지, 웰빙, 휴식, 매력적 요소의 증가와 관련된 뇌 영역을 자극할 수 있는지, 뇌 스캐닝부터 MRI, 바이오센서와 타액 검사를 활용하면서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 학계 최고의 신경 과학자 두 명을 브랜드에 영입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는 전문 조향사 오렐리앙 기샤르(Aurélien Guichard), 제롬 디 마리노(Jérôme Di Marino)와 함께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향수 컬렉션은 미래보다는 요즘 트렌드에 더 부합한다. 결과는? 현재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특허로 발명된 일명 ‘기분-안정’ 어코드를 지니고 있으며, ‘생명력을 북돋우는 액티브 에센스’ 여섯 가지가 켜켜이 쌓이도록 고안된 오 드 퍼퓸 7종은 휴식, 에너지 등과 관련된 뇌 영역을 자극하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분자를 함유한다. 과학과 에코 시스템에 기초한 클린 뷰티 브랜드 더 누 코(The Nue Co.) 역시 인지 기능과 후각의 연계성을 활발히 연구 중인 브랜드. 가장 유명한 제품인 ‘기능성 향수(Funtional Fragrance)’는 그린 카다멈, 베르가모트, 고수를 활용해 ‘향수 사용자의 정서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마음을 진정시킨다’고 호언장담한다.

에데니스테의 첫 컬렉션은 최근에 탄생했지만, 오드리 세메라로는 이미 감정과 기분에 대한 더 많은 연구에 돌입했다. 그녀는 “사랑과 연결된 모든 것이 과학적 관점으로 입증되기는 어렵습니다. 가족애, 로맨스, 플라토닉 러브, 모성애 등 너무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또한 모든 사랑이 뇌의 제각기 다른 구역을 차지하며, 여전히 정의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에데니스테가 그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 향수를 제조했으며 이것을 곧 선보일 거라고 확신한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제품이 될 거라는 자신감으로 말이다.

세계 최대 향료 기업, 스위스의 지보단(Givaudan)은 초현대적 기술에만 관여하는 전문 부서를 따로 설립했다. 이 부서는 컴퓨터 공학자 지오바나 레이(Geovana Rey)가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그는 방대한 양의 신경 과학 데이터를 활용해 브랜드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도록 돕고, 최신 도구를 제공하면서 조향사가 그것을 담아낼 수 있도록 장려한다. “이 데이터는 추상적 개념을 논리적으로 만들죠. 한 고객이 비에 대한 정서적 울림을 지닌 향수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가정합시다. 아마 지금까지는 조향사가 ‘오케이, 제가 생각하는 비 냄새는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향수를 제조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의한 비 냄새는 그들만의 문화 또는 기후에 맞춰지겠죠. 그러다 보면 상파울루에 사는 소비자에게는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우리는 뇌 기능과 후각적 반응에 대한 방대한 과학적 연구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받은 색, 기분, 행복과 같은 감정과 관련된 피드백도 확보하고 있어요. 그리하여 우리만의 인공지능이 조향사가 꿈꿔온 것을, 더 큰 매력을 지닌 진정한 향수로 어떤 원료와 노트(지속 시간에 따른 향수 단계)를 사용할지 제안할 수 있죠.” 소비자가 색상, 정서 또는 기분을 환경(어쩌면 리넨 용품 보관함을 진정, 웰빙과 연결 지을 수도 있다)과 연관 짓는다면, 지보단은 자사의 ‘센트 트렉(Scent Trek)’ 기술을 사용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아로마든 포착하고 분자로 분해해 조향사에게 그것을 어떻게 재현할지 정확한 로드 맵을 제공한다. 거의 마법 같은 일이다.

기술은 재미있고 엉뚱한 것에 대한 우리의 욕구도 충족시킨다. 예를 들어, 최근 조 말론 런던은 캔들 제작을 위한 협업으로 미슐랭 스타 셰프 장 프랑수아 피에주(Jean François Piège)의 주방에 ‘쌀밥이 익어가면서 향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아름다울 정도로 아로마틱하고 위안을 주며 향기로운 순간의 모든 분자를 잡도록 고안된’ 기계 장비를 설치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죠.” 조 말론 런던의 글로벌 프래그런스 디렉터 셀린 루(Céline Roux)는 이야기한다. “저희는 기존 향수 제조 분야에 없었던 과일, 식물, 숲의 노트를 사용할 수 있어요. 이제는 어떤 향이든 기분을 환기하도록 재현할 수 있죠.”

신경 과학 기술은 지금까지 주로 창의적 과정에서만 채택돼왔다. 하지만 이제 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2년 6월, 로레알 기업은 파리에서 열린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입생로랑 뷰티의 ‘센트 스테이션(Scent Station)’을 공개했다. 이는 뉴로 테크(Neuro-Tech), 즉 신경 기술 관련 기업인 이모티브(Emotiv)와 제휴해 탄생한 것. 매장에 설치된 이 체험 시스템은 각기 다른 향기군과 노트에 대한 소비자의 감정적 반응을 헤드셋을 통해 추적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분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특정 향수를 추천한다. 탐색 과정 자체는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다.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가령 나는 대체적으로 플로럴 계열의 향을 싫어하지만, 인생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향수는 알데히드성 플로럴 향으로 제조된 샤넬의 ‘넘버 5’다. 향수 소비자로서 우리가 후각적 ‘타입’에 자신을 국한시키면, 뜻밖의 것을 발견하는 놀라움을 거부하고 경멸 대상을 낳는 익숙함을 키우는 위험을 감수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하나의 틀에 맞을 것이다 혹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싫어요.” 올리비에 폴주(Olivier Polge)가 말했다. 향수의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설계하는 그는 몇 안 되는 주요 향수 브랜드에 속하는 샤넬의 마스터 조향사로 활동 중이다. “판타지를 위한 여지가 있어야 합니다.” 폴주는 원료 작물의 재배, 제조 과정과 기타 작업 사안을 분석하기 위해 드론처럼 최신 기술을 활발히 수용하면서도, 알고리즘의 예측을 통한 조향에는 단호하게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는 오로지 본능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받을 것으로 확신하는 향수를 만드는 것이다. “조향의 전반적인 사항은 주관적이죠. 스타일, 인상, 느낌이 주요 핵심이니까요.” 그는 “한 달 동안 10가지 향수를 제조해야 한다면 컴퓨터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향에 시간과 공을 더 들이면 감흥, 즉 감정을 더하게 되죠.” 이렇게 덧붙였다.

영국의 유명 조향사이자 런던의 향수 브랜드 퍼퓨머 H(Perfumer H)에서 활동하는 린 해리스(Lyn Harris) 또한 이 첨단 기술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폴리 재료처럼 더 지속 가능하고, 원료 수확 차원에서 하이테크를 활용하는 것에는 분명 갈채를 보내지만, 원액 오일병 수백 개가 줄지어 있고, 아름다운 동시에 놀랍도록 전통적인 약제상 스타일의 작업대가 놓인 그녀의 향수 제조 연구실에서는 그런 기술을 철저히 제외시킨다. 해리스는 말한다. “컴퓨터에는 스타일, 취향, 예술적 솜씨가 없죠. 조향은 예술입니다. 그리고 예술은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 없어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영혼이 없는 거겠죠.”

지보단의 컴퓨터 공학자 지오바나 레이는 이처럼 냉소적인 무수한 조향사에게 자신의 기술을 보여줬고, 많은 이가 신념을 바꾸는 것을 지켜봤다. “이런 혁신은 조향사를 데이터로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더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자신감 있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며 힘을 부여하는 거예요. 그들이 비전을 현실화하도록 돕는 거죠.” 게다가 그녀는 기능성 향수를 무궁무진한 힘이라고 확신했다. 그녀와 세메라로 둘 다 미래의 기능성 향수는 기분을 좋게 만들 뿐 아니라, 건강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화학요법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귀찮은 절차 없이 뿌리면 되는 피부 자양 성분을 지닌 향수, 알츠하이머 환자의 잊힌 순간과 감정에 접근할 수 있는 분자, 우리의 체온을 높이고 코르티솔(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 수치를 낮출 수 있는 향수 등에 관한 연구가 기술의 빠른 발전에 발맞춰 이뤄지고 있다. 레이는 마법을 기계에 빼앗길까 걱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확신한다. “데이터와 기술은 사실상 로봇입니다. 그것은 감정, 정신, 영혼이 없어요. 마법을 대체할 수 없죠. 그것은 인간 조향사가 마법을 일으키고, 그들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도록 도와줍니다. 결국 조향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으니까요. 계산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