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젠지의 핵심어가 패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2023.01.16

by 신은지

    젠지의 핵심어가 패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바야흐로 2023년! Z세대의 소셜 미디어 습관과 태도 가운데 고른 핵심어 다섯 가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시대 패션 비즈니스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하여.

    하울

    더 어린 세대는 틱톡과 유튜브에서 ‘하울’ 영상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예전에 그것은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만 해당됐지만 지금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기회를 잡고 있다. Z세대는 쇼핑 하울을 좋아한다. 그것은 지속 가능성을 지녔을까? 

    (참고) 인터넷 방송에 구매 후기와 품평 콘텐츠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하울(Haul)’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주로 특정 제품 혹은 브랜드의 제품을 다량 구매한 후 제작자 나름의 방식으로 품평하며 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 후기를 다수와 공유하는 것을 ‘하울’이라고 한다. 일종의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진화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상품 개봉 과정과 사용 후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하울 영상은 기존 언박싱 영상과 유사하지만, 영상 제작자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다량 구매한 뒤 개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크리에이터이자 볼륨 있는 몸매의 모델 레미 베이더(Remi Bader)는 팬데믹 동안 매주 틱톡에 하울 영상을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그 후 2년 동안 그녀는 210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고, 이들은 정기적으로 그녀가 H&M과 어반 아웃피터스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옷을 입어보는 것을 시청한다. “제가 시작할 때 이미 패션 하울이 있었어요. 하지만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만 보여주곤 했죠.” 그녀가 말했다. “그 누구도 실제 쇼핑 경험의 중요한 부분인 나쁜 점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실성이 담긴 하울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 시작된 유튜브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크리에이터가 구매하거나 선물 받은 많은 옷을 영상에서 입어보며 품질, 스타일, 핏을 품평하는 하울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haul이라는 해시태그는 지난여름까지 틱톡에서 24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 240만 건의 게시 글이 올라오며 34만7,000건의 유튜브 영상에서 사용되었다. 베이더 같은 많은 크리에이터가 ‘내돈내산’으로 옷을 장만하지만, 후원받은 하울은 대규모 사업이 되어가는 추세다. 어느 에이전시의 관계자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는 게시 글 1건당 최대 1만5,000파운드까지 받는다. 투자 회수는 조회 수, 참여도, 매출로의 전환 등을 통해 이뤄진다.

    종종 홍보용으로 사용되는 하울은 일반적으로 셰인, 자라, 부후(Boohoo), 아마존 같은 대량생산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연관되어 있다. 아마존 하울의 해시태그 #amazonfinds 역시 지난여름까지 261억 건의 틱톡 조회 수를 기록했고, 중국 패스트 패션 플랫폼의 #sheinhaul은 64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것은 지속 가능성을 옹호하는 사람들로부터 하울이 과잉 소비를 조장하고 구매·반품 주기를 통해 과도한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일부 리세일 플랫폼에선 크리에이터들이 하울의 소재를 중고 패션으로 돌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 또한 과잉 소비 조장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했다.

    수많은 Z세대가 패션 상품의 과잉 생산과 그것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소비 방식과 그들의 행동 사이에 지속적인 ‘밀당’이 존재한다고 미국에 본사를 둔 청소년 문화 에이전시 아치라이벌(Archrival)의 선임 인사이트 전략가 줄리아 피터슨(Julia Peterson)이 말했다. “그들은 책임감을 갖고 쇼핑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타일을 갈망하고,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원하곤 해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전 세대가 구글을 사용한 것처럼 Z세대는 검색 툴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울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종종 크리에이터는 제품을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지 여부를 토론하거나, 해당 제품이 온라인에서 보이는 모습이 실물과 얼마나 비슷한지 평가하면서 판매에 도움이 될 필수 정보를 제공한다. 청취율 리서치 기업 GWI의 트렌드 매니저 크리스 비어(Chris Beer)는 이렇게 말했다. “Z세대는 인터넷을 앱 기반의 생태계로 알고 있어요. 그들이 구매하는 수량에 비해 검색엔진이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제품을 검색할 가능성이 훨씬 낮습니다.”

    “유튜브 유저는 우리 크리에이터를 신뢰합니다.” 유튜브의 크리에이터 파트너십(뷰티와 아이콘) 글로벌 리더 샤넬 타일러(Chanel Tyler)가 말했다. “하울은 유저가 제품 구매를 결정하기 전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정보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알리사 맥케이(Alyssa McKay)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로, 2021년까지만 해도 틱톡에서 940만 명, 유튜브에서 90만2,000명, 스냅챗에서 1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다. 그녀는 가장 인기 있는 자신의 영상 가운데 ‘리치 걸’ 캐릭터를 연기하고 하울이 포함된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그녀의 가장 성공적인 하울 스타일 영상이 옷을 차려입고 쇼핑하는 일상적인 콘텐츠에 삽입되어 있다. “늘 우리가 맡은 브랜드를 위해 라이프스타일이 통합된 하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판매로 전환되는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 같아요.” 맥케이는 현재 베타 버전으로 출시된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의 제품 태그 기능을 사용하며, 그녀의 라이프스타일 하울 영상에서 직접 찾아낸 쇼핑 제품을 삽입한 뒤 링크를 걸어 높은 매출 전환율을 달성한다.

    하울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모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옷을 입어보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청자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죠. 그들 중 상당수가 저와 같은 체형이니까요.” 자풀(Zaful)과 스레드업(Thredup) 같은 브랜드로부터 후원받는 하울을 제작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클라라 다오(Clara Dao)가 말했다. 베이더에 따르면 그녀의 커뮤니티로부터도 똑같은 피드백을 받는다. 그들도 볼륨 있는 몸매에 옷이 어떻게 맞을지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브랜드에서도 이에 주목한다. 지난 2021년 베이더는 틱톡에서 리볼브(Revolve) 의상의 하울 영상을 찍으면서, 사이즈 포용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 미국 브랜드가 그 영상을 보고 그녀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XXS부터 4X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한 컬렉션을 2주 전 리볼브 웹사이트에서 출시했다.

    비평가들은 하울이 대량 구매를 조장하고 일회용 패션 문화를 영속시킨다고 주장한다. 비영리단체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의 글로벌 정책 및 캠페인 책임자 매브 갈빈(Maeve Galvi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패션에 관한 한 하울은 게임화, ‘소비 놀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구매한 옷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도록 장려해야 하는 캠페인 공간에서 우리에게 엄청나게 골치 아픈 일입니다.”

    “하울 콘텐츠를 즐겨 시청합니다. 수월하게 옷에 접근할 수 있게 하니까요. 누구나 80달러짜리 청바지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죠.” 18세의 미국 학생 자라 멘데스(Zara Mendes)가 말했다. 유저들이 좀 더 의식 있게 쇼핑하고 있기에 틱톡에 올라온 ‘중고’를 뜻하는 #thrift(69억 뷰)와 #slowfashion(6억2,860만 뷰)을 비롯한 해시태그가 설득력을 얻어간다고 틱톡의 럭셔리, 패션 및 리테일 브랜드 파트너십 매니저 홀리 해리슨(Holly Harrison)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중고 패션과 슬로 패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덴치 은탐브위(Dendzi Ntambwe, @decadendz)와 젠 브레이디(Jen Brady, @charityshopgirlcsg) 같은 일부 유명 틱톡 패션 크리에이터의 이름을 언급했다.

    유튜브 쇼츠에서 업사이클링과 중고 의류 중심의 콘텐츠는 2021년 한 해 동안 3억5,0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이 두 가지 트렌드에 대한 업로드가 6개월 동안 67% 증가했다고 한다. 이 플랫폼은 뉴욕 패션 위크에서 론칭하는 업사이클링이나 중고 제품을 특징으로 하는 ‘Remake the Runway’ 컬렉션 쇼츠를 만들기 위해 4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와 협력한다. 이 트렌드는 하울 콘텐츠에서도 두드러진다. “Z세대의 관심사가 뭔지, 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그리고 중고 하울 콘텐츠는 우리 시청자에게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상이죠.” 유튜브의 타일러가 말했다. “정말 전반적인 하울 문화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어요.” 해리슨이 말했다. “이제 좀 더 하울을 고려하고, 좀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죠.”

    디팝, 스레드업 같은 리세일 플랫폼이 기회를 포착하고 크리에이터와 협력해 ‘중고’를 뜻하는 프리 러브드(예전에 사랑하던) 패션을 활용한 하울 콘텐츠를 제공한다. 디팝의 글로벌 인플루언서 책임자 돈태 미어스(Dontae Mears)는 “Z세대는 상업, 인맥,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방법으로 하울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베인앤코(Bain&Co.)가 디팝과 협업해 Z세대 디팝 유저의 소비 습관을 조사했고 그 결과 80%가 소셜 미디어를 영감의 원천으로 꼽았다. “쇼핑과 스타일링은 더 이상 하나의 개별 행위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창의적 영감, 온라인 관계 형성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쇼핑 하울 영상과 관련된 채널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온라인에서 기업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됩니다”라고 미어스는 덧붙여 말했다. 그가 강조한 바에 따르면 디팝이 하울과 관련해 크리에이터와 제휴했을 때 수수료를 지불하며, 결코 원하지 않는 선물과 제품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언제나 크리에이터가 오랫동안 입을 뭔가를 선택하도록 장려해 폐기물을 줄일 수 있게 하죠.”

    “중고 하울은 일반적인 하울과는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영상에 링크를 걸어두지 않아요. 모든 것을 구매할 수는 없죠.” @blazedandglazed로 알려진 메이시 엘레니(Macy Eleni)가 말했다. 그녀는 독점적으로 중고와 빈티지 하울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녀는 2019년 팬데믹 직전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틱톡에 합류했다. 현재 그녀는 14만5,000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거의 45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저는 그들이 이베이, 포쉬마크(Poshmark)와 디팝에서 비슷한 브랜드와 스타일을 찾는 방법에 대한 팁과 요령을 제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로 ‘판매 촉진’보다는 영감을 제공하죠.”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 재학생이자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인 18세의 가브리엘 라그스데일(Gabrielle Ragsdale)은 “중고 제품 하울이 분명히 쇼핑 습관에 영향을 줬습니다”라고 말했다. “패스트 패션 하울은 순전히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여전히 호기심 때문에 자라와 H&M을 비롯한 기타 모든 브랜드의 하울 영상을 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쇼핑하지 않아요. 유니크한 제품을 찾는 게 더 좋아요.”

    일부 Z세대는 하울 문화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바꿨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중고 의류 하울이 잘나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마존, 셰인, 자라, 부후와 같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존 업체가 여전히 매일 후원받는 하울로부터 혜택을 얻고 있기에, 패션계의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한 진정한 변화가 이뤄지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패션 레볼루션의 갈빈이 말했다. “패스트 패션뿐 아니라 우리가 옷을 구매하는 방식도 그렇죠. 정말 해로운 DNA가 많고, 이는 바로잡아야 해요. 과소비 문화 전반에 도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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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신은지
    Lucy Magu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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