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19인이 밝힌 신년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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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19인이 밝힌 신년 소회

2023-01-06T18:05:43+00:00 2023.01.06|

연말연시만큼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달려갈지 생각해보기 좋은 시간은 없습니다. 3년째 지속되는 팬데믹, 끝 모를 기후변화와 싸움을 이어가면서 패션계에도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다양성과 환경문제에 민감한 디자이너 군단의 신년 소회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흔해빠진 ‘집밥 잘 챙겨 먹기’ 혹은 ‘휴대폰 덜 보기’ 같은 목표가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2023년 패션계에 바라는 점 말입니다.

실수할 자유를 부르짖는 이부터 더 많은 동료와 소통하기를 원하는 이까지, 디자이너 19인에게 패션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물어봤습니다.

톰 브라운

Courtesy of Thom Browne

패션계의 구성원 모두가 일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집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잘해내야 하죠.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전해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마린 세르

Courtesy of Marine Serre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식에 여러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수년간 컬렉션을 선보일 때 데드 스톡, 업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해왔죠. 패션계는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지만,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 역시 가져야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뭔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저에게 본능과도 같습니다. 마린 세르의 핵심 역시 ‘상상력으로 일궈내는 변화’죠.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디올

Courtesy of Dior

팬데믹이 한창일 때 패션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패션은 크게 변하지 않았죠. 예전 상태로 회귀한 것도 모자라 다시 삶을 살고, 뭔가를 만들고 소비하는 일이 주는 설렘 때문에 모든 것이 과해졌습니다. ‘2023년은 어땠으면 하나?’ 그 질문에 선뜻 답을 내놓기는 어렵군요. 하지만 하나의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순 없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하나로 뭉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길을 만들어가야 해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기계적인 과정’은 자연적인 방식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우선순위, 전략을 과감히 버려야 할 때가 왔어요.

윌리 차바리아

Courtesy of Willy Chavarria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의 패션계는 너무 많은 것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 적게 만들되, 더 큰 스토리를 담아야만 하죠. 더 꽉 찬 알맹이, 내용물 말입니다. 과소비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패션계는 더 큰 뭔가를 모두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마이클 코어스

Courtesy of Michael Kors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으면 합니다. 모두의 일상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죠. 모두가 다양성에 집중해 더 다양한 고객층이 패션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라콴 스미스

Courtesy of Laquan Smith

현재 패션이 나아가는 방향에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패션 신과 라콴 스미스 같은 독립 브랜드의 방향성 말이죠. 2023년에는 저는 물론 미국의 동료 디자이너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시몬 로샤

Courtesy of Simone Rocha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쏟아붓는 엄청난 노력을 모두가 알았으면 합니다! 저는 끊임없이 영감을 받고 열린 마음을 유지했으면 해요.

엘레나 벨레즈

Courtesy of Elena Velez

2023년에는 모두가 강한 신념으로 연대해 더 강렬하고 대담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결과물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합니다. 모든 인간에게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작업물에 본인의 믿음을 두려움 없이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특권입니다. 그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면 공허하고 진실하지 못한 재생산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결과물은 미래 세대에게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할 테고요.

마르코 드 빈센조, 에트로

Courtesy of Etro

모두 좀 더 자신을 드러냈으면 합니다. 패션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에는 여러 사람의 삶, 경험, 열정이 담겨 있죠. 이런 것들을 패션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컬렉션에 더 큰 의미가 담길뿐더러 고객 역시 더 뜻깊은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 웨일스 보너

Courtesy of Wales Bonner

더 많은 아름다움, 정제, 다양한 표현을 보고 싶습니다.

니콜라 디 펠리체, 꾸레주

Courtesy of Courrèges

컬렉션 자체는 물론 컬렉션 피스가 각기 담은 이야기에 더 큰 이목이 집중됐으면 합니다. 여러 룩, 하나의 컬렉션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으니까요. 패션은 그 자체로 일련의 과정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생각을 나누며, 팀워크로 뭉쳐야만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래는 사무실 혹은 작업실에서 매일 옆자리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라울 로페즈, 루아르

Courtesy of Luar

2022년은 저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2023년에는 패션계에 저와 비슷한 배경, 스토리를 가진 디자이너가 등장해 또 다른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 내려갔으면 합니다.

칼리 마크, 퍼펫츠앤퍼펫츠

Courtesy of Puppets and Puppets

다양한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이 업계에 몸담은 모두에게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거든요. 모두의 성과를 축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었으면 좋겠군요.

피터 도

Courtesy of Peter Do

수많은 잡음이 패션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모두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아요. 목소리에 담긴 메시지가 아니라, 목소리를 얼마나 크게 낼 수 있냐는 말이죠. 디자이너는 본인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더 정적인 태도로 본인이 만들어내는 것에 책임감을 가져야만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모두 그럴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소규모 젊은 디자이너의 목소리에도 집중해줬으면 합니다. 매년 두 번씩 쇼를 선보일 여력이 되지 않는 디자이너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는 좀 더 포용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피터 도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체형, 성별뿐 아니라 가격대까지 말이죠. 저희가 거쳐가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쇼를 꼭 선보일 필요도 없을 수 있죠. 일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친구와 가족이니까요.

힐러리 테이모어, 콜리나 스트라다

Courtesy of Collina Strada

팬데믹 이후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느낍니다. 2023년에는 더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에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패브릭에 대한 연구 역시 이뤄져야겠죠.

콜름 딜레인, 키드슈퍼

Courtesy of KidSuper

셀럽이 아닌 디자이너, 그들의 아이디어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으면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패션쇼’란, 일종의 놀이터와도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녹여내고, 실험하고, 실패하는 가운데 배울 수 있는 그런 장소죠. 오프라인 매장은 최종적으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영감과 창조의 보고 역할을 해야 합니다.

프리야 알루왈리아

Courtesy of Ahluwalia

지난 몇 년간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료 디자이너들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알루왈리아 역시 영상부터 AI까지, 다양한 비주얼 매체를 활용해 우리가 가진 것들을 선보여왔죠. 한 해를 잘 보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2023년에는 더 많은 것을 이뤄내고 싶어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경계를 넘나드는 거죠.

에밀리 아담스 보디, 보디

@bode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장인들이 더 주목받았으면 합니다. 전통 있고 역사 깊은 공예 방식을 고수해온 그런 사람들 말이죠.

사울 내쉬

Courtesy of Saul Nash

기존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누구도 보지 못한 옷을 만들어내고, 누구나 가진 새로움에 대한 욕망을 실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옷을 바라보고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느낍니다. 바이어도 마찬가지죠. 디자이너 역시 본인이 생각하는 핵심과 신념을 고객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달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죠. 2023년에도 디자이너들이 세상에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고객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어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