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의 적극적 OO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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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의 적극적 OOTD

2023-01-05T22:35:17+00:00 2023.01.06|

자유롭지만 절도 있게. 넘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 가는 대로. 옷 좀 입을 줄 아는 이동휘의 이토록 적극적인 OOTD.

재킷과 팬츠는 르메르(Lemaire), 부츠는 셀린느 옴므 바이 에디 슬리먼(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워치와 브레이슬릿, 링은 까르띠에(Cartier), 벨트는 이동휘 소장품.

“옷으로 어떤 나라의 분위기를 내는 것도 재미있는 방식이죠. 아워레가시나 르메르를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스톡홀름이나 파리 특유의 느낌을 내는 걸 좋아해요. 특히 르메르는 시즌마다 아카이브를 쌓아가는 편이에요. 놓쳤거나 구하기 힘든 옷을 모으기도 해요.”

니트 톱과 셔츠, 네크리스는 디올 맨(Dior Men).

재킷은 보디(Bode), 선글라스는 구찌(Gucci).

“빈티지 무드를 좋아해요. 그래서 더블알엘이나 보디, 캐피탈 같은 브랜드에 항상 손이 가는 편이에요.”

롱 코트와 벨트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셔츠와 팬츠, 부츠는 아워레가시(Our Legacy), 선글라스는 이동휘 소장품.

슈즈와 벨트는 아워레가시(Our Legacy), 불레또 브레이슬릿, 더블알엘 셔츠와 리바이스 패치워크 데님, 캐피탈 머플러는 이동휘 소장품.

아이웨어는 뮤지엄바이비컨(Museum By Beacon), 타카히로미야시타 더 솔로이스트 재킷은 이동휘 소장품.

“타카히로미야시타 더 솔로이스트도 아카이빙하는 브랜드 중 하나예요. 시즌이 지나서 지금은 나오지 않는 옷을 찾아 한 벌씩 수집하고 있어요.”

재킷과 이너 톱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네크리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재킷과 이너 톱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네크리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내가 좋아하는 옷’을 주제로 화보를 찍었어요.
개인 소장품을 잔뜩 들고 왔죠. 저에겐 진정한 ‘덕업일치’의 날이었죠. 특히 아끼던 머플러를 개시해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머플러요?
아까 청 재킷 위에 걸친 머플러요. 캐피탈(Kapital)이라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인데, 가격이 비싸서 살 때 좀 망설였거든요. 이걸 대체 언제 두를까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하하. 웨스턴 룩 아이템이 많아서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좀 마이너한 장르인데. 요즘 크게 세 가지 패션에 꽂혀 있어요. 하나는 웨스턴 룩, 또 하나는 스투시처럼 험블하고 청키한 스포티 룩에 아워레가시처럼 담백한 룩이 조화를 이룬 스타일, 마지막으로 과거 르메르 컬렉션처럼 패션사에 어떤 기점이 된 아이템.

스펙트럼이 넓네요.
어떻게 보면 배우 일하고도 비슷해요. 한 가지 장르에 갇히고 싶은 배우는 없잖아요. 정형화된 타입을 피하고 싶은 거죠.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정 스타일을 ‘○○ 룩’으로 정의하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심지어 ‘남친 룩’도 있고요.

뭔가로 정의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군요.
일부러 청개구리처럼 굴고 싶은 건 아니에요. 저 역시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인데요. 다만 사람들이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다 같이 자유롭게 영향을 주고받았으면 하는 거죠. 어린 시절 제가 조니 뎁이나 빈센트 갈로의 패션에서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저만의 취향을 만들어낸 것처럼요. 그렇게 만들어진 제 취향이 누군가의 패션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또한 아주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패션 이야기를 하니 말이 빨라지는군요. 평소 텐션은 어때요?
INFP 그 자체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만 에너지가 올라와요. 그리고 이건 외동이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혼자 있는 걸 정말 좋아해요. 쇼핑도 혼자 하고요.

의외군요.
보통 연예인들은 스타일리스트랑 같이 쇼핑하는 경우가 많은데. 워낙 혼자 진득하게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요. 여행 가면 밥도 안 먹고 쇼핑하러 다녀요. 남한테 의견을 묻는 일도 없어요. 반대로 누가 이 옷 어떠냐고 물어보면 대답도 잘 안 해요. 전형적인 INFP, 철저히 본인 위주예요.

패션에 대한 열정이 1부터 10까지라고 치면 본인은 어느 정도인 것 같아요?
열정만큼은 당연히 10이죠. 오죽하면 이불이랑 베개 커버도 패션 브랜드 제품을 써요. 어릴 때 제 방에 <보그>, <지큐> 같은 잡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요. 잡지에서 강동원 형이 생 로랑 입은 거 보면서 막 감탄하고.

강동원 형을 좋아했군요.
동경하는 아이콘이었죠. 잡지에 나온 프라다 스니커즈 사려고 고등학교 때 인력시장 가서 막노동한 적도 있어요. 그 시절에는 교복에 프라다 스니커즈랑 프라다 가방 메는 게 최고였거든요. 엄마가 한심해했죠.(웃음)

검색창에 ‘이동휘’를 치면 ‘안경’이 연관 검색어로 떠요.
한때는 안경이 없으면 불안해서 무조건 쓰고 다녔어요. 안경 낄 때 인상이 훨씬 좋거든요. 좀 더 푸근하고 동글동글한 느낌? 데뷔 초에는 그런 역할이 많아서 자주 썼는데 요즘은 전보다 덜 쓰는 것 같아요. <카지노>에서도 벗고 나와요.

푸근한 역할은 아닌가 보군요.(웃음)
‘양정팔’은 카지노의 왕 ‘차무식(최민식)’의 오른팔 같은 인물이라, 사람들이 저한테 가진 (<응답하라 1988>의) ‘류동룡’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야 했어요. 최민식, 손석구 배우와 호흡을 맞추려면 좀 더 원숙한 이미지가 필요해서, 수염이랑 머리도 기르고요.

주연배우 셋이 함께 있는 포스터가 거의 ‘어벤져스’ 느낌이던데요특히 최민식 씨는 25년 만의 드라마 복귀라고.
그래서 기자 간담회 날 제가 그렇게 말했어요. 최민식 선배님의 복귀작, 슈퍼스타 손석구 배우의 차기작 그리고 저의 그냥 작.

왜요. 최민식이 아이언맨, 손석구가 토르면 이동휘는 약간 스파이더맨 느낌인데.
저는 앤트맨 정도면 만족합니다.(웃음)

그동안 “대표작은 <놀면 뭐하니?>”라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이제 바뀔까요?
그랬으면 좋겠군요. 양정팔 역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이 역할이 어떻게 나한테 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민식 선배, 석구 형과 필리핀에서 거의 전지훈련 하듯 찍었어요. 오랜만에 정말 큰 희열을 느끼며 행복하게 작업했죠.

인터뷰에서 패션에 대한 애정과 배우 일은 별개임을 자주 강조하더군요.
작품에서는 전적으로 그 캐릭터로 보여야 하니까요. 한국 드라마에서 제가 특히 안타까워하는 게 설정하고 맞지 않는 옷이 나올 때예요. 가난한 인물인데 고가의 브랜드 옷을 협찬받아 입거나. 그런 게 보이면 저는 그 작품 자체를 못 봐요. 촬영할 때 제 의상에도 거의 개입하지 않고요.

그렇지만 당신의 패션 센스와 연기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동휘만의 빈틈, 반골 기질, 유머 같은 것들. 
남을 웃기는 데서 큰 희열을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누군가를 웃길 생각을 하면 몸이 막 근질거려요. 꼭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작품의 색깔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저만의 개성을 가미하는 걸 좋아합니다. 심각한 와중에 터지는 유머가 오히려 상황이나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도 하니까요. 강윤성 감독이 양정팔은 원래 무거운 캐릭터였는데 이동휘가 연기하는 순간 생각을 바꿨다고 하더군요. 차무식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버디 무비로 가기로 했다고요. 감사한 일이죠. 차무식과 양정팔 모두 전사(前史)가 없는 인물이라 어떤 면에서는 저희끼리 상상으로 과거를 채워야 했거든요. 둘은 대체 어떻게 친해진 사이길래 이렇게 끈끈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선배님이 답을 주셨죠. 어떤 설정을 굳이 덧붙일 게 아니라 그냥 연기로 보여주자고요. 우리가 연기하는 순간 관객이 사실이라고 믿게끔.

늘 그렇듯 이동휘표 애드리브를 기대해도 될까요?
아직도 참 기억에 남는 게, 최민식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농구에 비유한 말이에요. 저는 그동안 애드리브를 준비했다가 촬영 전에 감독님께 허락받고 상대 배우와 공유하는 식으로 작업해왔거든요. 근데 선배님께서 그냥 막 해보라는 거예요. 농구 경기에서 예고하고 패스하지 않듯이. 저는 그 말을 ‘그냥 마음대로 해라’가 아니라 ‘완벽하게 준비해 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내가 공을 어디로 던져도 받아낼 만큼 완벽하게 준비해 오라는 거죠.

경기 결과는 어땠나요?
선배님이 정말 산 같았어요. 나를 완벽하게 받아주는 거대한 산이요. 제가 어디로 발을 디뎌도 든든하게 버텨주시는 걸 보면서 정말 ‘마스터’라고 느꼈죠. 실제로 선배님과 전혀 약속되지 않은 플레이에서 주고받은 대사가 오케이 된 경우가 많아요.

이처럼 와일드한 남자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처음 아닌가요?
맞아요. 배우로서 너무 비슷한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게 아닌가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제안이 들어왔죠. 실은 제가 <놀면 뭐하니?> 출연 전까지 1년 반가량 작품을 안 했어요. <극한직업> 촬영 전에도 1년 가까이 쉬었고요. 그런 식으로 작정하고 쉰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됐어요.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라”는 수많은 사람의 직언이 정답임을 깨달았죠. 주변의 수많은 성공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주변의 성공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리는 연습을 했다.
네. 요즘은 다들 하나의 시대를 살잖아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대를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 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어요. 그렇게 버티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오래전에 인연이 닿았던 제작자분들이 ‘세컨드 찬스’를 주시더라고요. 차기작인 <범죄도시 4>, <카지노> 모두 그렇게 찾아온 기회예요.

자존감이 높아 보입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가혹한 편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제 안에 근거 없는 믿음이 항상 있어요. 그동안 너무 많은 기적을 경험해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배우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전혀 없던 시절에는 오디션으로 배역을 따냈어요. <베테랑> <타짜-신의 손> <집으로 가는 길> 모두 그렇게 출연한 영화죠. 돌이켜보면 고비를 겪을 때마다 항상 도와주시는 분이 있었어요. 덕분에 1,600만이라는 관객 수를 경험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도 출연했죠.

<브로커>가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었군요.
처음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을 땐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어요. 내가 그토록 존경하던 감독이 내 작품을 찾아봤다는 사실도 너무 신기했고요. 촬영 당시 감독님이 저한테 어떤 신의 대사를 생각해달라고 하셨는데, 그 빈칸을 채우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가 준비한 대사를 듣고 아이처럼 해맑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며 내가 보통 웃기는 사람이 아니구나, 황금종려상 받은 감독도 웃길 수 있구나, 내가 누군가에게는 꽤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죠.

지금 이동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뭔가요?
불확실성? 인생이 언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거. 저는 요즘 그게 제일 재밌어요. 열정을 다해 찍은 영화가 개봉도 못한 채 떠돌기도 하고, 배우인 제가 어쩌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노래로 돈을 벌기도 하고. 농부가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놓으면 어느 순간 뭔가가 알아서 열리는 것처럼. 맞아요, 배우로 산다는 건 농사꾼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거죠.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