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효과 패션? 2023년 가장 대담하고 ‘핫’한 트렌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룩을 먼저 봅시다.
컷아웃 디테일이 가미된 톱이라고 생각했나요?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저 정교하게 프린트된 그래픽일 뿐이니까요. 오늘은 스크롤을 내리는 속도가 조금 느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유심히 봐야만 알아챌 수 있는 재미있는 룩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오늘의 주제는 트롱프뢰유(Trompe-l’oeil) 패션입니다.
트롱프뢰유는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쉽게 말하면 착시 효과를 의미합니다. 초현실주의 패션의 대표적인 표현 기법이기도 하죠.
여기서 스키아파렐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리본 매듭 패턴이 가미된 블랙 스웨터 말이에요. 트롱프뢰유 스웨터라 불리는 이 스웨터는 1927년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디자인하며 단숨에 명성을 얻은 아이코닉한 스웨터이기도 합니다. 1938년 서커스 컬렉션에서는 살갗이 찢어져 벗겨진 듯한 그래픽이 새겨진 이브닝 드레스를 선보이기도 했죠.
그 후 트롱프뢰유 기법은 실로 많은 디자이너가 활용하며 그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에르메스, 샤넬, 장 폴 고티에, 모스키노, 꼼데가르송, 톰 브라운, 마르탱 마르지엘라… 브랜드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죠. 그리고 바야흐로 2023년, 이 트롱프뢰유 패션이 이번 시즌 주요 트렌드로 우뚝 섰습니다.
로에베의 들쭉날쭉한 픽셀 디자인이 가미된 룩이 가장 강력한 증거죠. 엑스레이를 찍은 것 같은 오프화이트의 셋업은 또 어떻고요.
물론 재미와 위트만 내세운 건 아닙니다. 네이키드 트렌드에 맞춰 좀 더 에로틱하고 원초적이거든요.
발망은 이 기법을 원피스에도 적용해 더 극적인 실루엣을 완성했군요. 지난 시즌 로에베가 선보인 드레스처럼요.
남성 조각상을 흐릿하지만 사실적으로 새겨 넣은 코트도 눈에 띕니다.
글렌 마르탱의 와이/프로젝트 작품도 눈에 들어옵니다. 장 폴 고티에의 트롱프뢰유 기법을 재해석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재미있는 착시 효과로 넘쳐났는데요. 디자인은 더 교묘해졌습니다. 실루엣은 전체적으로 더 슬림해졌고요. 위트도 위트지만 한술 더 떠 시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스키아파렐리는 금빛 터치로 여성의 몸을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으로 표현했고요.
무엇보다 다른 트렌드에 비해 리얼웨이에서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유머러스함이 전제로 깔린 스타일인 만큼 어떤 패션보다 과감한 선택을 하기 좋은 트렌드죠.
트렌드의 출항을 알린 건 지난 12월 헤일리 비버의 SNS 사진이었습니다. 헤일리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몸이 새겨진 오버사이즈 티셔츠로 재기 발랄한 패션을 선보였죠.
마그다는 바퀘라의 티셔츠를 선택했습니다.
바퀘라는 그녀가 입은 티셔츠뿐 아니라 그간 이미 다양한 종류의 란제리 티셔츠를 꾸준히 내놓았죠.
가장 대담한 선택을 한 건 리타 오라! 마그다와 마찬가지로 비키니에 매치했습니다. 몸을 가린 비키니 위에 나체가 프린트된 티셔츠라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수영복 패션이 또 있을까요? 여름에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룩이군요.
내 안에 숨겨진 장난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트롱프뢰유 트렌드! 올해는 기발한 그래픽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거리를 쏘다녀야겠습니다. 온 세상을 속여보겠다는 짓궂은 마음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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