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세계의 확장판 3

Living

왕가위 세계의 확장판 3

2023-01-19T18:59:40+00:00 2023.01.20|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중경삼림>과 <아비정전>까지, 1990년대의 낭만이자 노스탤지어인 왕가위. 독보적인 미학을 그려냈지만, 아쉽게도 볼 영화가 많지 않다. 그의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 왕가위의 영화를 볼 만큼 본 사람이라면 더욱 새로울 리스트 3.

 

1.  <BMW 단편 프로젝트 – 폴로우> – 왕가위

2000년대 초, BMW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단편영화 시리즈 <The Hire>를 제작했다. 놀라운 건 시리즈에 함께한 감독들. 오우삼, 이안, 가이 리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토니 스콧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참여했다. 왕가위는 이 시리즈 1편의 에피소드 4 ‘The Follow’를 연출했다. 10분 남짓한 짧은 광고 영화지만 클라이브 오웬(모든 에피소드에서 BMW 운전자 역을 맡았다), 포레스트 휘태커, 아드리아나 리마, 미키 루크라는 쟁쟁한 출연진이 등장하는 것도 영상의 묘미. 사설탐정이 불륜으로 의심되는 고용주의 아내를 뒤쫓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결말을 보면 ‘왕가위스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2.  <Self 05: A Night in Shanghai> – 윙샤

생 로랑도 마찬가지로 <Self>라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생 로랑을 다루는 아트 프로젝트로, 다섯 번째 에피소드의 큐레이팅을 왕가위가 담당했다. 상하이는 왕가위가 태어난 곳이며 밤은 언제나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니, ‘A Night in Shanghai’라는 제목은 왕가위가 한 번쯤 다뤄야 할 주제처럼 보인다. “생 로랑은 언제나 이 시대의 균형을 깬다”고 전한 왕가위의 말을 떠올리며, <타락천사>에 생 로랑을 수혈한 비주얼을 확인해보자.

3.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 관본량, 이업화

왕가위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통점은 <해피투게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는 이 영화를 찍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로 디그리’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동쪽도 서쪽도 아닌,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공간을 찾았던 왕가위 감독의 마음을 표현한 것.

홍콩에서 지구 정반대편을 찍으면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나온다. 왕가위 감독은 축구와 마라도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해피투게더> 촬영지로 정했다고 가볍게 말했지만, 그 깊은 내면에는 홍콩에서 가장 먼 공간에 위치한 이방인을 떠올렸을 게 분명하다. <해피투게더> 전체를 감싸는 권태와 느슨하고 책임감 없는 자유는 촬영 현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