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피비 파일로가 돌아온다

2023.02.10

by 안건호

    피비 파일로가 돌아온다

    마지막 컬렉션을 선보인 지 5년이 훌쩍 넘었고, 소셜 미디어 시대에 개인 SNS 계정조차 없는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두가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죠. 끌로에에서 10년, 셀린느에서 10년을 보낸 ‘피비 파일로’ 이야기입니다.

    2017 S/S 컬렉션을 마치고 인사하는 피비 파일로. Getty Images

    피비 파일로는 실로 컬트적 팬덤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성애자’를 뜻하는 접미사 ‘파일(phile)’을 붙여 ‘파일로 파일(Philo-phile)’이라는 단어까지 있을 정도죠. 남성복에는 에디 슬리먼을 추종하는 ‘에디 보이즈’가 있다면, 여성복에는 ‘파일로 파일’이 있습니다. 피비 파일로가 개인 인스타그램이 없는 탓에, 그녀를 그리워하고 ‘피비 시절 셀린느’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어 하는 팬들은 다양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습니다. 지금은 4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한 @oldceline, 16만7,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phoebephilodiary처럼 말이죠.

    다니엘 리의 보테가 베네타 2020 F/W 컬렉션, Courtesy of Bottega Veneta

    셀린느 2015 S/S 컬렉션, Courtesy of Celine

    마티유 블라지의 보테가 베네타 2022 F/W 컬렉션, Courtesy of Bottega Veneta

    셀린느 2013 F/W 컬렉션, Courtesy of Celine

    피터 도 2022 S/S 컬렉션, Courtesy of Peter Do

    셀린느 2018 S/S 컬렉션, Courtesy of Celine

    록 2021 F/W 컬렉션, Courtesy of Rokh

    셀린느 2016 S/S 컬렉션, Courtesy of Celine

    게다가 지금의 패션계는 ‘파일로 키즈’가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보테가 베네타를 일으키고 버버리로 옮긴 다니엘 리, 그의 바통을 이어받아 보테가 베네타를 이끄는 마티유 블라지뿐만 아니라 피터 도, 황록 모두 피비 파일로와 일하며 그녀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습니다. 특히 다니엘 리와 마티유 블라지는 피비 파일로 특유의 페미닌함을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지만, ‘원조’에 대한 그리움은 쭉 있어왔습니다.

    2017년 말, 셀린느를 떠난 후 피비에 관한 소식이 끊기다시피 하자 그녀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녀가 하우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시작하려 한다는 소문만 무성했죠. 2021년 7월 그녀가 LVMH의 투자를 받아 본인 브랜드의 론칭을 준비 중이라는 발표 이후로도 팬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만 했습니다.

    @phoebephilo

    바로 어제, 파일로 파일들, 아니 패션을 사랑하는 모두가 기뻐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피비 파일로’라는 이름의 브랜드 계정이 개설된 것. 계정의 첫 게시물은 바로 브랜드 ‘피비 파일로’가 오는 9월 첫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는 짧은 발표문이었습니다. 두 달 앞선 7월부터 ‘고객 등록’이 오픈되며 9월에는 구매도 가능하다는 소식에 에바 첸, 루카 사바트, 엘사 호스크 같은 패션계 인사들이 기대감을 드러냈음은 물론이고요.

    그녀의 컬렉션이 런웨이가 아니라 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 또한 놀랍습니다. 기존에 디지털 친화적인 전략을 택하지 않던 그녀였기 때문이죠. 그녀의 수제자, 다니엘 리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는 등 파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통해 주목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가 브랜드를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페미닌과 모던의 화신, 피비 파일로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9월을 기다리며, 돈을 모아놓는 것. 아, 7월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고객 등록에 성공하는 것이 먼저겠군요.

    에디터
    안건호
    포토
    Instagram,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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