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여왕의 주얼리

2023.02.20

by 권민지

    여왕의 주얼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랑했던 부쉐론의 더블 클립 브로치가 다시 태어났다.
    18개 챕터로 확장된 ‘여왕의 주얼리’는 여전히 우아하지만 놀랍도록 동시대적이다.

    아쿠아마린, 블루 래커,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힙노틱 블루’ 브레이슬릿.

    8.03캐럿 잠비아산 에메랄드가 장식된 ‘그린 가든’ 이어링. 에메랄드와 상단 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

    18.82캐럿 모잠비크산 오벌 루비 17개와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롤링 레드’ 네크리스. 펜던트는 브로치로, 네크리스 라인은 초커로도 사용 가능하다.

    투르말린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메가 핑크’ 브로치. 여왕의 브로치처럼 멀티웨어로 연출할 수 있다.

    부쉐론의 더블 클립 브로치를 착용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Getty Images

    때때로 주얼리는 이야기로 완성된다. 부쉐론의 새로운 컬렉션 ‘이스뚜아 드 스타일, 라이크 어 퀸(Histoire de Style, Like a Queen, 라이크 어 퀸)’ 역시 이름처럼, 누군가의 주얼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로부터 출발했다. 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더블 클립 브로치 말이다. 1944년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8세가 되던 생일에 부쉐론의 아르데코 더블 클립 브로치 한 쌍을 선물 받았다. 사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스타일을 상징한 건 옷보다는 주얼리였다. 생전에 300여 개에 달하는 주얼리를 소유한 그녀는 중요한 자리마다 진주 목걸이와 브로치 등을 잊지 않았고 부쉐론의 더블 클립 브로치는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즉위 60주년 기념일,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선언한 조지 6세 연설의 75주년 기념일, 즉위 70주년 기념일 등 통치 기간에 여러 차례 착용했을 정도로 이 주얼리를 좋아했다.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이 아카이브를 살펴보던 중 이 브로치를 발견하고 남다른 감정을 느낀 것도 당연하다. “아쿠아마린의 부드러움과 라이트 블루 컬러를 더한 아르데코 디자인의 강렬하고 기하학적인 요소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통치 기간의 중요한 순간에 착용했던 더블 클립 브로치의 감정적인 가치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야기는 진화한다. 클레어 슈완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더블 클립 브로치를 현대적인 모델 18개로 풀어냈다. 왕실 주얼리의 본질은 탐구하면서도 동시대 감각을 불어넣었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고 여러 방식으로 주얼리를 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컬렉션 작업의 핵심이었습니다.” 슈완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 테마는 컬러로 구분된다. 중심이 되는 건 여왕의 더블 클립 브로치를 가장 닮은 ‘힙노틱 블루’ 라인이다. 반지에 세팅된 6캐럿 사파이어는 깊고 매혹적인 컬러를 자랑하며, 다이아몬드와 아쿠아마린이 세팅된 커프 브레이슬릿은 블루 래커를 사용해 스톤의 청아한 컬러를 한층 강조했다. 그뿐 아니라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록 크리스털 소재의 ‘프로스티 화이트’, 건강한 초록빛 에메랄드가 세팅된 ‘그린 가든’, 체리 컬러의 루비가 강렬한 ‘롤링 레드’,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핑크 투르말린의 ‘메가 핑크’ 등 이번 컬렉션의 8개 라인은 선명하면서도 고유한 컬러를 중심으로 한다.

    이토록 유쾌한 컬러 역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즐겨 입었던 밝은 색감의 옷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실제 ‘라이크 어 퀸’ 컬렉션을 처음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 내내 남녀 모델들이 각각의 주얼리 컬러와 꼭 맞는 재킷에 모자를 쓰고 차례차례 등장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 주얼리를 바꿔 착용했다. 이를테면 여성 모델의 목에 걸려 있던 ‘프로스티 화이트’ 네크리스가 남성 모델의 케이프 체인 혹은 재킷의 브로치가 되는 식이었다. 그만큼 펜던트와 라인을 자유자재로 탈착할 수 있으며 디자인도 성별의 경계가 없다는 뜻이다. “이 컬렉션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착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던 여왕의 주얼리를 컬렉션의 18개 모델에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여왕의 브로치 역시 두 개의 클립을 단독으로 또는 함께 착용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제품이 하나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이는 부쉐론 하우스의 오랜 철학이다. 지금까지도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전통 방식의 스케치 대신 여성이나 남성의 초상화에 주얼리를 그려 넣는 방법을 고수한다. 착용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양한 멀티웨어 옵션까지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린 가든’ 이어링과 링은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장식 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 오리지널 왕실 브로치의 디자인에 화려한 젬스톤을 길게 늘어뜨린 펜던트가 인상적인 ‘롤링 레드’ 네크리스의 경우, 분리하면 라인은 전체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초커로, 펜던트는 브로치로 변모한다. 진주 라인과 다이아몬드 링크가 더없이 우아한 ‘문 화이트’ 네크리스 역시 아르데코 잠금장치만 따로 헤어핀이나 브로치로 사용 가능하다.

    지난 2022년 8월 <보그 코리아> 인터뷰에서 슈완은 디자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로 이 지점이 부쉐론이 말하는 모던함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하이 주얼리 특유의 마냥 작품 같은 느낌보다는 콤팩트한 사이즈나 팝한 컬러감, 자유로운 착용 방식이 오히려 사랑스럽고 캐주얼하다는 인상을 주는 ‘레몬 슬라이스’나 ‘컬러 블록’ 같은 라인을 비롯해 ‘라이크 어 퀸’ 컬렉션 곳곳에는 실제 일상을 고민한 결과가, 그러니까 ‘지금’이 살아 있다. “여왕이 소유했던 아르데코 스타일 제품 특유의 우아함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본래 디자인의 기하학적 요소를 무너뜨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세트에서는 정반대 접근 방식으로 아르데코 디자인을 콤팩트하게 표현했고 다른 세트에서는 젬스톤 컬러를 활용해 또 다른 특별함을 더했죠.” 여왕의 주얼리에서 출발해 18개 챕터로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 때로 과거는 재탄생하고, 어떤 꿈은 일상이 되기도 한다. ‘라이크 어 퀸’처럼 가장 다채롭게 반짝이는 형태로 말이다. (VK)

      에디터
      권민지
      포토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Bouc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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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uc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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