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내 얼굴과 보톡스의 상관관계

2023.02.28

by 이주현

    내 얼굴과 보톡스의 상관관계

    화상회의, 거울, 스마트폰, 사진 등 어디서든 보이는 내 얼굴과 보톡스의 상관관계.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외모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요즘 세대가 워낙 개성 넘치다 보니 그 원인도 다양하겠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근거가 하나 있다. SNS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비현실적으로 매끄러운 턱선과 조각한 듯 윤곽이 뚜렷한 광대뼈부터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성형 전후 사진까지 24시간 쉴 새 없이 올라오는 포스팅이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정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동시에 미용 시술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리고 20대가 가장 많이 찾는 시술이 바로 보톡스다. 미국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보톡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최소 침습 시술로, FDA에서 주름 개선을 위한 보툴리눔 독소 A형 제재 사용을 허가한 이래 20년간 보톡스 시술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시술을 받는 사람은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26%나 증가했는데, 이는 심지어 줌 (Zoom)으로 인한 성형수술 열풍이 일기 전의 수치다.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피부과 의사들은 각질 제거와 자외선 차단 같은 데일리 케어를 꾸준히 하고 필링이나 레이저 토닝 등 전문 시술을 주기적으로 받아 피부의 질 자체를 개선하는 걸 권장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예외는 있다. 습관적으로 인상을 찡그려 미간에 세로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거나 얇은 피부 때문에 눈가 주름이 생각보다 빨리 생겨 계속 신경 쓰인다면? 보톡스만큼 확실한 ‘한 방’은 없다. 게다가 시술 비용은 저렴해지고(공장형 피부과는 무려 1만원대!) ‘보톡스를 맞았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사라지면서 시술자들은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언젠가 친구 중 한 명이 자신의 보톡스 경험을 쏟아놓은 적 있다. 놀랍게도, 학창 시절 흡연 경험을 들을 때처럼 충격적이었다. 잠깐, 내가 아는 사람이 이런 걸 했다고? 그런데도 여전히 내가 아는 그 아이라고? 시술을 받은 적도 없는 나에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고? 다소 ‘평범’해 보이던 그 친구가 보톡스를 경험해봤다고 말하자 보톡스에 대한 나의 반감이 조금 누그러졌다고나 할까. 1월 초, 내친김에 나는 믿을 만한 피부과 의사를 수소문해 이마에 보톡스를 맞았다. 특별한 행사나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거울에 비치거나 영상통화 중에 보이는 내 얼굴을 보고 우울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봐도 한껏 인상 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고통에 취약한 편이었기에 ‘보톡스나 시술을 받을 타입’이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시술이나 수술을 안 받는다고 나라에서 나에게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뭘 이다지도 거부감을 느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20대 여성이 처음으로 보톡스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언제일까?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의 말에 따르면 눈을 치켜뜨는 버릇이 있어서 이마에 가로 주름이 많거나 많이 웃는 경우 도드라져 보이는 눈가 주름이 신경 쓰일 때, 미간을 자꾸 찡그리는 경우 피할 수 없는 내 천(川) 자 주름을 비롯해 얼굴 곳곳의 잔주름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노화 방지 차원에서 보톡스 시술을 떠올리게 된다. “젊을 때부터 보톡스 시술을 잘 받으면 나중엔 시술 횟수가 적어져요.” 얼굴이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젊은 여성들은 기억하길. 젊을 땐 얼굴 근육도 유연한 법이다.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마, 눈가처럼 특정 국소 부위에 소량의 보톡스를 주사하는 걸 선호한다.

    보톡스 효과는 3~6개월이면 사라진다. 하지만 많은 이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안면 근육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기 마련이며 특정 부위에 지나치게 시술을 받게 되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에 수년간 보톡스를 너무 많이 맞으면 이마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납작해져요.” 취재로 만난 꽤 많은 피부과 전문의가 경고했다. 또 피부는 점점 얇아지고 탄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근육이 약해지면 표정을 지을 때 주변 근육을 대신 쓰게 된다. “이마 근육을 쓰지 않으면 눈을 가늘게 뜰 때 코를 사용하게 되어 콧등에 주름이 생기죠.” 유 교수가 덧붙였다. 결국 대신 쓰는 근육에도 보톡스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는 자신에게 맞는 의료진도 부지런히 알아보고 얼굴에 뭔가를 넣을 땐 최대한 신중하게, 또 시술이 본인이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지 시술 전 담당의에게 충분히 질문해야 한다.

    젊을 때는 입술 볼륨도 빵빵하고 입꼬리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러니 입술을 돋보이게 하고 싶으면 립 컬러만 잘 고르면 된다. 나이 들면서 입술 사이즈나 대칭이 안 맞아 신경 쓰인다면 보톡스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필러를 맞는 대신 입술 라인을 따라 입둘레근에 보톡스를 놔주는 것이다. “미소를 지을 때 과하게 들려 올라가 윗입술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이 계세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성형외과의 다라 리오타(Dara Liotta)가 말했다. “입둘레근에 보톡스를 맞으면 근육이 이완되어서 과도하게 입술이 들리지 않고 필러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이죠.”

    최근 턱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씹는 기능을 하는 ‘교근’에 맞는 보톡스 시술이 인기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꽉 깨무는 사람들의 경우, 보톡스로 교근을 이완하고 얼굴 라인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이 항상 턱에 힘을 주고 있는데 이쪽 근육을 이완시켜주면 턱이 아랫입술 그림자 밖으로 나오게 되죠.”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하지만 아름다워지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은 외면하고 싶어 한다. 털이 수북한 회음부는 싫지만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면서 음모로 뒤덮인 왁스 스트립을 보는 건 도리안 그레이가 본인의 추한 초상화를 볼 때처럼 끔찍한 일이다. 엄마가 되는 건 괜찮지만 살이 트고 회음부가 찢어지는 건 누구에게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하얗고 고른 치아를 원하지만 라미네이트를 위해 치아의 일부분을 갈아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또 필러나 보톡스 등 성형수술은 이에 수반되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나 역시 이마 보톡스 시술 이후 해당 부위 근육이 무거워진 느낌이 들고, 눈이 작아진 것 같은 기분이다. 눈썹이 점점 주저앉는 듯 이마는 불룩하고 무거웠다.

    사실 미용 목적의 시술이나 성형수술이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의료용 압박 스타킹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자신감을 북돋아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술이나 수술을 받고 더 어려 보이고 예뻐지면 행복할 순 있겠다. 하지만 모두가 시술이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두가 예뻐져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사로잡혀 시간과 돈을 쏟아가며 고통스러운 시술을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지만, 시술과 수술에 수반되는 위험성, 비용, 보톡스나 필러의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 탓에 우리 여자들은 비난의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년간 보톡스를 맞고 있는데 정말 노화 방지 효과가 있어요. 어릴 때 시작하면 근 긴장도가 세져서 주입하는 보톡스의 양도 적어지고 시술 주기도 길어지죠.” 양심적인 피부과 의사라면 보톡스의 장점을 나열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을 덧붙일 것이다. 주름 예방 차원에서 원하는 부위에 소량의 보톡스나 필러를 맞는 것과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건 한 끗 차이란 것을 말이다. (VK)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박종하
    프롭
    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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